▲책 <명문 기업가의 자식 농사>밀리언하우스
대기업 자녀들의 기업 물려받기를 두고 세간에서는 항상 말이 많다. 재벌 집안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대기업의 CEO 자리를 얻는 재벌 2, 3세들. 그들이 과연 그 자리를 물려받을 만한 충분한 자질이 있는가를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재벌 총수라는 자리가 거대 기업을 운영하는 중요한 위치인 만큼 그것을 이어받아 제대로 일 할 수 있느냐는 아주 중요한 문제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명문 기업가에서는 철저한 자녀 교육을 통해 자신의 후손들을 장차 기업을 이끌어 갈만한 리더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책 <성공을 물려주는 명문 기업가의 자식 농사>는 대기업의 자녀 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다룬다. 겉으로 보기엔 굴러 들어온 떡을 주워먹는 것처럼 쉽게 총수의 자리를 물려 받는 것 같아도 재벌 2, 3세들이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여러 과정이 필요하다. 이 책은 재벌 집안의 자녀 교육 모습을 하나하나 짚어 본다.
삼성에서는 대대로 '경청'을 자녀 교육의 덕목으로 내세운다고 한다. 고 이병철 삼성창업주는 항상 '내 생각을 말하기 전에 남의 말을 먼저 들으라'고 아들에게 강조했다. 총수 자리를 물려받은 이건희 회장 또한 그 아들에게 경청을 가훈으로 내세워 주의 깊게 듣는 것의 중요성을 깨우쳐 주었다.
현대의 경우는 아침 일찍 일어나 가족 모두가 모여 식사를 하며 가풍을 전수했다고 한다. 고 정주영 회장은 새벽 5시에 기상하여 식사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 가족 식사에는 온 가족이 하나도 빠짐없이 꼭 참석해야만 했다. 만약 시간에 늦을 경우에는 회장님에게 뺨을 맞을 정도로 엄격했다고 한다.
LG는 구본무 회장이 자녀들에게 약속과 신의를 강조했다. 이것은 일상적인 인간 관계뿐만 아니라 거래 관계에서도 두루 적용되어 50년 이상 동업자로 지내온 허씨 일가의 GS와 분리를 하면서도 양보와 타협을 통해 성공적인 분할을 이루었다. 구 회장의 근검 절약 정신도 뛰어나다고 소문나 있는데 아버지 구인회 창업자로부터 물려받은 정신이라고 한다.
원양어선 항해사부터 시작해 기업총수까지
@BRI@SK의 최씨 일가도 창업주 최종현 회장의 가르침을 따르려 노력하는 편이다. 최종현 회장은 평소 2세들에게 '나는 너희들이 일할 발판만 만들어 주면 된다. 남들처럼 너희들의 상속세까지 내가 챙겨줄 수 없다. 내가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은 물적 재산이 아니라 재산이 만들어지는 방법이다'라는 말로 엄격히 자녀 교육을 행했다고 한다. 지식이 있으면 재물이 따라온다는 큰 가르침인데 후대들이 그걸 제대로 따르지 못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효성 그룹의 경우 창업주인 조홍제 회장의 3형제가 일찍부터 기업 하나씩을 넘겨 받았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조홍제 회장은 세 아들에게 각각 다른 휘호를 하나씩 써 주었는데, 각각 '숭덕광업(崇德廣業, 덕을 숭상하면 사업이 번창한다)', '자강불식(自强不息, 쉬지 말고 힘을 기르라)', '유비무환(有備無患, 항상 재난에 대비하라)' 이렇게 세 가지다.
현재 ㈜효성을 이끌고 있는 조석래 회장도 슬하에 3남을 두었는데 모두 해외 유명 대학과 서울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외국계 회사에서 일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들은 유창한 외국어 실력을 갖추고 있고 다방면의 지식과 경험을 쌓아서 다른 재벌 2세와는 다른 CEO라는 평가를 받는다.
동원을 만든 김재철 회장은 원양어선의 항해사를 시작으로 하여 선장을 거쳐 자기 기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독특한 이력의 사람이다. 선원 생활을 하면서도 책을 좋아하여 짬 나는 대로 책을 읽고 매일 일기를 썼다는 사실은 그가 충분히 한 기업의 리더가 될 만한 자격이 있음을 입증한다.
형제 간의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며 배상면 주가와 국순당을 이끄는 배씨 일가, 형제와 아버지가 우리 나라 침대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에이스 침대와 시몬스, 썰타 침대의 안씨 일가도 우리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독특한 케이스다. 이들은 가족 간의 경쟁과 교류를 통해 시장을 장악하는 공격적 경영 방법을 취한다.
가풍 전수하면서 경영권까지 세습?
이 책을 읽다 보면 CEO가 되는 길은 참 고달프고 긴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흔히 재벌 2, 3세가 쉽게 그 자리를 얻는다고 생각하지만 그 이면에는 엄청난 수련의 과정이 존재한다. 재벌 가의 자제로 태어났다는 사실이 꼭 행복과 성공을 거머쥐는 보증 수표는 아니다.
그렇다고 하여 '경영권의 세습'이라는 고리타분한 방법이 용인될 수는 없다. 가끔 재벌 2, 3세의 비리 의혹이 대두될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들곤 한다. 그들은 대기업의 운영 방법, 경영의 올바른 철학, 인간과 기술을 다루는 방법을 전수받으면서 한편으로 '어떻게 부정한 과정으로 재물을 축적하고 불릴 수 있을까'를 배우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아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품고 있는 의심이 아닐까?
성공을 물려주는 명문 기업가의 자식농사
이규성 지음,
밀리언하우스,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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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경청'· LG는 '신의'... 현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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