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놓은 담을 헐고 서로의 손을 잡아주었으면...

[시 하나에 삶 하나 5] 담 그리고 사랑

등록 2007.01.02 20:38수정 2007.01.02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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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


단 1분 아니 1초의 똑딱거림 하나로 병술년은 옛것이 되고 정해년이라는 새 것이 눈앞에 섰습니다. 우리는 새 해를 맞이하며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보고 반성하며 새로운 계획들을 세우게 됩니다.


비록 작심삼일이 될지언정 올 해는 담배를 끊어야지, 운동을 좀 해서 건강을 지켜야지, 열심히 해서 승진을 해야지, 믿음생활도 열심히 해야지, 부부싸움 안 해야지…, 등 다짐을 합니다.

허나 새벽닭이 '꼬끼오~' 목청 높여 운다고 해서 새벽이 아니듯, 2006년이란 달력이 뒷걸음치고 2007년이란 새 달력이 걸렸다고 해서 새 해는 아닙니다. 우리네 마음이 새로워야, 새 물이어야, 새 생각이어야 새 해입니다.

@BRI@돌아보면 지난 해 우리 사회엔 수많은 담들이 감정의 골을 만들고, 불신의 벽을 쌓았던 것 같습니다. 미움과 증오의 담이 잴 수 없는 두께로 겹겹이 쌓여 아무리 허물고자 해도 허물 수가 없을 정도로 되어버린 건 아닌지 심히 우려스러울 정도입니다.

정부와 국민간의 소통은 막혀 버린 지 너무 오래고, 집단과 집단, 개인과 개인간에도 수많은 담들이 쌓인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지난 한 해는 모두에게 답답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부동산 폭등으로 서민들은 내 집 하나 갖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워졌고, 국민의 동의 없는 한미 FTA협상으로 정부와 이 나라의 노동자·농민들의 대립은 그 어느 때보다 심해졌습니다. 교육에서도 논술 열풍과 교원평가나 성과급 문제 같은 현안들이 수많은 갈등을 불러일으켜 왔습니다.


왜 이런 문제들이 갈등과 불신만을 조장하고 불러왔을까요? 혹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해서 그런 건 아닐까요. 관료들의 생각과 국민들의 생각이 다름은 분명할진대 정책을 만들어내는 관료들이 일반 백성의 마음을 들여다본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생각이 무조건 올바르다는 편협에 빠진 것은 아닐까요.

이제 지난해는 갔고 새로운 해가 시작되었습니다. 끊을 건 끊어버리고 잊을 건 잊어버리고 가자고 합니다. 묵은 담을 모두 헐어버리고, 맺힌 것 모두 끊어버리고, 불신의 마음들 모두 태워버리고 가자고 합니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의 마음에 사랑이란 풀씨가 자라 무럭무럭 자라길 소망합니다.


사랑이 넘치리.
손길 하나, 하나에도
발길 하나, 하나에도
따스한 마음과 정이 넘쳐흘러
냇물이 되고 강물이 되어
이 작은 터에 생명이 되리.

아픈 마음도
아픈 생각도
저 작은 텃밭에 피는 꽃처럼
환한 웃음이 되어
사랑의 집을 세우리.

힘들고 어려울 때
가만히 잡아주는 손길
서로의 마음이 되고
서로의 의지가 되어
어둠을 밝히는 등불이 되리.

-자작시 <사랑이 넘치리>


정말 사랑의 풀씨가 무럭무럭 자라 우리 가정에, 삶의 터전에, 우리 사회에, 국가에 넘쳐났으면 좋겠습니다. 큰 생각만 하지 말고 작은 생각들이 모여 큰 생각을 이루듯 작은 생각들을 포용하여 함께 가는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사랑이 뭐 별건가요. 갈라지고 마른 가슴 한번 쳐다보며 물길 열어주는 것도 사랑이고, 이웃끼리 아플 때 이마 한 번 만져주고, 외로울 때 진심어린 손 한 번 잡아주고, 힘들 때 손수레 밀어주듯 등 한 번 톡톡 다독여주는 게 사랑이지요. 홀로 계신 부모님 한 번 찾아뵙는 것도 사랑이고, 살다 보면 가끔 미운 맘이 들을 때 있는 아내에게 '애썼어' 따스한 한 마디 건네는 것도 사랑이겠지요. 그리고 작게는 가족끼리 오순도순 모여 앉아 정담을 나누는 것도 사랑이지요.

그렇다면 모처럼 온 가족이 모여앉은 자리에서 아이들에게 이런 이야기해주는 것도 좋을 듯싶습니다. 사랑은 흐르는 물이니까요.

"아빠의 손엔 엄마와 너희들의 손이 있단다. 엄마와 너희들이 힘들고 지칠 때 아빤 언제든지 잡아줄 거야. 그러나 너희들은 아빠 엄마 손만을 잡지 말고 더 많은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었으면 좋겠구나. 아직은 너희가 어려 아빠 엄마 손을 필요로 하지만 언젠가는 너희들의 손을 누군가가 많이 필요로 했으면 좋겠다. 아빠가 엄마와 너희를 사랑하여 손을 잡고 지금까지 걸어왔잖아. 잡아주는 손이란 사랑이지. 너희들이 많은 이웃들에게 그 잡아주는 손이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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