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마을에 인터넷 개통되던 날

달내일기(95)-이제사 마을에 인터넷이 들어오다

등록 2007.02.17 12:41수정 2007.02.17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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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6일) 오후 네 시쯤 되었을까, 낯선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받자, "혹 거기 인터넷 신청하셨어요?"하기에 무슨 뜬금없는 소린가 하여 되물었더니, "여기 우리 한국통신 서류에 인터넷 신청하신 걸로 돼 있는데요" 했다.


그러자 문득 두어 달 전쯤 아내로부터 인터넷이 빠르면 2월 말경에 개통된다는 얘길 들은 게 생각났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렇다'고 했더니, 오늘은 좀 늦었으니 설 지나고 나서 연결해주면 어떻겠느냐고 해서, 시간 많이 걸리지 않는다면 오늘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군말 없이 즉시 왔다.

a 인터넷 개통과 동시에 연 초기 화면엔 역시 오마이뉴스가 있다.

인터넷 개통과 동시에 연 초기 화면엔 역시 오마이뉴스가 있다. ⓒ 정판수

재작년 5월 30일 달내마을에 이사 와 처음 인터넷이 안 된다는 걸 알았을 때 한참 당혹했다. 세상에, 우리 나라에 인터넷이 안 되는 곳이 있다니? 그래서 알아보았더니 우리 마을 뿐만 아니라 경주시에서도 제법 많은 마을에 인터넷이 되지 않는 곳이 군데군데 있는 게 아닌가.

몇 년 전에 소위 '산골처녀 영자 이야기'로 하여 오직 한 가구만 살고 있는 첩첩산골에도 인터넷이 개통된 광고도 보았기에 이럴 수 없다 싶어 당장 전화를 걸고, 한국통신 홈페이지에도 올렸다. 그러나 역시 예산 문제로 하여 어렵다는 대답을 들었다.

그 뒤로도 여러 번 전화와 올림글로 보냈다. 그 덕인지, 원래 올 2월 중순 개통할 예정인지 몰라도 드디어 우리 마을에 인터넷이 개통된 것이다. 아직은 우리 집만 연결돼 있지만 이제 곧 설 지나면 마을 입구에 있는 박 사장 댁과, 이장님 댁 등에서 희망하셨기에 몇 집 더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면 이 마을 특산물을 인터넷으로 팔 수 있는 길이 열리리라.

사실 우리 달내마을은 농토도 적고 주민수도 적어 뚜렷이 내세울 특산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자랑스레 내세울 게 하나 있으니 바로 오디다. 거의 대부분 100년 넘거나 가까이 된 참뽕나무에서 유월 한 달 동안 알알이 영근 새까만 오디가 나올 때면 입소문을 타고 사러 오는 이들에게만 팔았는데, 이제 오디농축액이랑 오디주로 담아 팔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뿐 아니다. 어른들께서 인터넷이 연결되면 첨단정보기기를 마을회관 등에서 배울 수 있게 된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텔레비전에서만 얻기에는 한계가 있다. 인터넷 이용 교육을 받아 세상 돌아가는 이치도 알고, 농산물의 재배, 생산, 판매 등을 알아 바쁘게 돌아가는 현실에 적응할 수 있으므로.

안개가 계곡을 스믈스믈 올라오는 이때가 우리 달내마을은 한 폭의 그림이 된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마을의 광경을 실시간으로 전할 수 있어 참으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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