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회전 깜빡이만 켜면 뭐해!

좌우 날개로 나는 중국....마르크스 사상에 관심없는 젊은이들

등록 2007.03.14 15:26수정 2007.03.15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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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과거 '중국'이라는 새는 주로 왼쪽 날개의 날갯짓으로 하늘을 비행했다. 1921년 중국공산당 창당 이후 대장정의 시련도 있었지만 국공내전에서 승리하여 건국에 성공하고 이어진 인민공사, 대약진운동, 문화대혁명까지 좌익은 중국의 하늘을 완전 장악한 듯싶었다.

그러나 급격한 좌회전이 승객의 머리를 우경화시키듯, 극좌적 오류는 1978년 개혁개방을 불러왔고, 이후 시장경제가 도입되면서 오른쪽 날개에도 힘이 슬슬 붙기 시작했다. 비록 1989년 6.4톈안먼사건으로 큰 타격을 입긴 했지만 현재까지도 신자유주의의 순풍을 타고 중국의 급성장을 이끌어가고 있다.

중국은 중국적 특색의 사회주의를 건설한다며 하나의 중심(一個中心)과 두 개의 기본점(兩個基本點)을 내세웠다. 하나의 중심은 바로 '경제건설'이고 두 개의 기본점은 다시 '개혁개방과 네 개의 견지'로 나눠지는데 그것은 바로 마르크스-레닌주의 견지, 마오쩌둥사상 견지, 중국공산당 영도 견지, 프롤레타리아 민주독재 견지이다.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적 시장과 경쟁의 원리를 도입하여 생산력을 높이되 정치적으로는 철저하게 공산당에 의한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유지해 나가겠다는 이원적 지배체제임을 알 수 있다.

중국은 정치적으로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는 있지만 경제의 방향은 자꾸 오른쪽으로 기우는 다소 기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까지 무서운 속도로 '혼란 속의 질주'를 거듭해온 중국에게 작은 걸림돌은 걱정거리가 되지 못했다. 망설임도, 주저함도 없이 그저 거침없이 밀어붙이면 성장에 묻혀 으스러져 사라질 문제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자유파와 신좌파 논쟁

@BRI@그러나 최근 빈부격차, 관료부패, 금전만능주의, 도덕적 해이, 환경문제 등이 위험수위를 넘어설 정도로 심각해지면서 중국사회는 그 해법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자유파와 신좌파간의 논쟁이다.


자유파는 중국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은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체제와 그를 뒷받침하는 법치체계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아서 생겨나기 때문에 개방을 확대하고 보다 과감하게 시장경제와 서구의 법 체제를 도입하여 사회의 생산력과 투명성을 높이자고 주장한다.

반면 신좌파는 개혁개방 이후 권력과 자산계급의 결탁은 노동자와 농민에 대한 수탈로 이어졌고, 결국 중국은 무산계급에게 더 큰 가난을 강요하며 성장함으로써 사회적 불균형과 부패를 가중시켜왔다고 인식한다. 또한 자본주의적 병폐가 중국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사회주의적 통제와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중국은 중·고등학교 과정에서부터 마르크스 사상을 학습하며 대학에서도 마르크스 사상이나 유물변증법을 필수적으로 이수하도록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있다. 철저하게 물질과 현실 조건을 중시하는 중국의 실용주의적 풍토가 마르크스 사상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상하이, 광저우 등의 돈 많은 지방이 중앙에 재원을 조달해주면서 중앙의 인사권 등의 권력을 기반으로 한 정치적 간섭에서 벗어나듯이 무서운 속도로 증식하는 자본의 논리는 붉은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교묘하게 흡수하여 무채색으로 탈색시켜버린다.

중국은 국가적으로 마르크스주의를 견지한다고 하지만 중국의 젊은이들은 이미 마르크스를 어려운 필수 교양과목의 고리타분한 주인공쯤으로 여기고 있다. 아이러니 하게도 마르크스주의자는 중국보다 미국에 더 많다.

중국공산당이 누워서 침을 뱉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않는 한 마르크스주의는 중국의 지도이념으로 계속 남게 될 것이다. 그러나 자본의 위력이 넘실대는 현실 속에서 마르크스 사상이 중국인들의 의식 속에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2005년 16기 5중전회 이후 중국사회의 화두로 등장한 말이 '허시에'(和諧, 조화로운 발전)이다. 중국이 다시 한 번 좌회전 깜빡이를 켠 셈이다. 그러나 그 불빛에 과거 홍위병처럼 민중들이 들고 일어설 것 같지는 않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국정브리핑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국정브리핑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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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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