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가 살지 못하는 강과 놀라운 절경

[룩소르에서 다마스커스까지 25] 아르논 강

등록 2007.03.24 19:03수정 2007.03.2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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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의 수도 암만으로 가는 길은 계속 오르막길이었다. 때로는 구불구불 오르고, 때로는 평지를 직선으로 달리고, 그렇게 한참을 오른 후에 도착한 곳은 맞은 편 고원지대가 산맥처럼 펼쳐져 있는 높다란 분지였다.

"저 아래를 내려다보십시오. 까마득하지요? 저 앞쪽의 저 산맥처럼 가로막은 저 너머도 역시 이곳처럼 고원지대지요."


버스에서 내리기 전에 가이드 안 선생이 미리 안내를 해준다. 그런데 버스가 멈춘 곳은 깊은 골짜기가 아스라한 절벽 위였다.

a 아르논강의 댐과 호수

아르논강의 댐과 호수 ⓒ 이승철

"저 아래 골짜기를 아르논 강이라고 합니다. 사실 물은 별로 흐르지도 않지만…."

일행들이 차에서 내려 우르르 절벽 앞쪽으로 다가간다.

"히야! 세상에 이런 곳이 다 있었네."

오전에 바위협곡의 신비한 패트라를 보고 놀란 사람들이 또 다시 감탄을 터뜨린다. 정말 절벽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나 마주 바라보이는 골짜기 건너편의 풍경은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지 적당한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저 놀랍다는 말밖에.


"저 아래 파란 것은 물 아닌가요? 강물?"

자세히 살펴보니 절벽 아래 골짜기의 위쪽에 두 갈래로 나눠진 파란 물줄기가 내려다보인다.


"네, 강물입니다. 밑에 댐 같은 것이 보이죠? 3년 전에 댐을 만들었습니다."

댐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댐이랄 것도 없는 작은 규모의 둑이었다. 흐르는 강물을 막아놓은 것이다. 더구나 우리가 바라보는 지점에서 댐까지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인지 그저 작은 저수지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이 나라는 연중 강수량이 매우 적기 때문에 평상시에도 강물은 별로 흐르지 않습니다. 더구나 숲도 거의 없고 바위산들이어서 빗물이 머무를 수 있는 여건도 안 되지요."

그래서 어쩌다 내리는 빗물은 그냥 곧바로 흘러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는 것이었다.

a 골짜기 반대편 절벽에서 바라본 풍경

골짜기 반대편 절벽에서 바라본 풍경 ⓒ 이승철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눈앞에 펼쳐져 있는 풍경을 바라보니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래서 절대적으로 물이 부족한 국가인 요르단 정부가 깊은 골짜기를 막아 물을 저장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곳이 너무 높기 때문에 거리가 멀어서 내려다보기에는 작아 보이지만 실제론 상당히 큰 호수입니다. 저 물을 끌어올려 이곳과 저 건너편 고원지대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데 이용하고 있지요."

그러고 보니 골짜기 깊숙한 호수 주변에는 파란 농작물들이 자라는 모습도 보이고 공원처럼 가꿔놓은 풍경도 보인다.

시선을 골짜기 건너편으로 돌리자 하얀 바위산들이 줄기줄기 뻗어 내린 모습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고원지대라고 해서 그냥 평탄한 것은 아니었다. 골짜기를 사이에 둔 양쪽 고원지대들은 대부분 해발 1천 미터가 넘는다고 한다.

"요르단의 남쪽지역은 보통 해발 1700미터 대의 더 높은 고원지대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 강의 상류가 바로 그쪽이지요."

이곳보다도 훨씬 더 높은 남쪽의 고원 산악지대에서부터 시작된 강줄기가 이곳을 거쳐 사해까지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a 댐 상류풍경1

댐 상류풍경1 ⓒ 이승철

"그 정도로 높은 산악 고원지대가 상류라며 수량도 상당히 많을 것 같군요."

그러나 그렇지 않다고 한다. 이 지역의 연간 강수량이 정말 너무 적기 때문이다.

"저 아래 댐 위의 물을 보십시오. 3년간이나 모아둔 물이 저 정도밖에 안 되는 걸요."

정말 그랬다. 바라보이는 건너편의 고원 산악지대와 보이지는 않지만 강 상류 쪽이 그렇게 높은 산악지대를 생각하면 댐에 고여 있는 물은 정말 너무 적은 양이었다.

"우리나라라면 아마 정말 대단한 수량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 나라는 대부분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사막지대라는 것을 고려하셔야 이해가 될 겁니다."

일행들은 이전에 감히 상상할 수도 없었던 놀라운 풍경에 너도나도 사진 찍기에 바쁘다. 상상 이상으로 아름답거나 보기 드문 풍경을 보면 누구나 그런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싶은 것은 여행객들의 거의 공통적인 생각일 것이다.

"이곳은 기원전의 고대에는 현재 아랍민족의 조상인 암몬족과 모압족이 이쪽과 저쪽에 거주하며 경계를 이루었던 곳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구약성경에 나오는 고대 이 지역에 거주했던 토착부족의 이야기다.

a 아르논강 풍경

아르논강 풍경 ⓒ 이승철

"어느 쪽이 암몬족이고, 어느 쪽이 모압이었지요?"

호기심 많은 사람들은 적당히 흘려버리는 법이 없다. 어느 쪽이 어느 부족인들 어떤가?

"아마 이쪽이 모압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경계가 확실하게 구분되어 있었던 것은 아니고요. 세력이 강성한 부족이 이 골짜기를 건너 상대방을 공격하여 그쪽 지역을 지배하는 현상이 반복되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런 역사가 깃든 과거 모압왕국의 수도였던 디본이라는 도시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지금도 남아 있다고 한다. 그 도시의 현존하는 유물 중에는 그 당시의 그런 기록이 남아 있다는 것이었다. 이스라엘 민족을 이집트 땅에서 구출한 모세가 그들을 이끌고 이곳을 통과할 때 이들은 서로 견제하기 위하여 이스라엘의 길을 막지 않고 그냥 통과시켰다고 한다.

"어떻습니까? 정말 대단한 풍경이지요? 이곳을 요르단의 그랜드캐니언이라고 부른답니다. 정말 그럴 듯하지 않습니까?"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 미국의 그랜드캐니언을 직접 가본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텔레비전에서 보고 말로만 들었던 그 그랜드캐니언이 설마 이 골짜기보다 더 대단할 것 같지는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a 절벽에서 절경에 취하여 골짜기와 맞은편을 바라보는 관광객들

절벽에서 절경에 취하여 골짜기와 맞은편을 바라보는 관광객들 ⓒ 이승철

다음 코스로 가기 위해 다시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조금 전에 위에서 내려다보았던 골짜기 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구불구불 이어진 길이 아찔한 모습이다. 버스가 아차, 구르기라도 한다면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그런 길을 버스는 천천히, 그리고 조심조심 비탈길을 돌고 돌아 내려갔다.

역시 댐 위의 호수는 위에서 내려다 보았을 때 보다는 훨씬 크고 깊은 것처럼 보였다.

"이 호수에는 아직 물고기가 없다고 합니다."

호수가 생긴 지 3년이나 지났는데 물고기가 없다는 것은 여간 신기한 일이 아니었다.

"이 강의 물줄기가 사해로 흘러드는데다 아직까지 이 강줄기 어느 곳에서도 물고기가 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지요."

어마어마한 높이의 바위산 고원지대에서 발원하여 그런 고원지대를 흐르는 강이다. 그러나 이름만 강일 뿐 일 년 중 거의 대부분 말라 있었던 강이어서 물고기가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더구나 강물의 종착점은 죽음의 바다 사해라지 않는가.

a 아르논강 하류 풍경

아르논강 하류 풍경 ⓒ 이승철

골짜기를 건너 올라가는 길도 가파르고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런 골짜기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가끔 눈에 띄는 염소와 양떼를 모는 목동들이 그들이었다. 또 길을 따라 연결된 플라스틱 제품의 검은 호스가 고원 위로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호수의 물을 끌어올려 농작물 재배를 하기 위한 수도관인 셈이었다. 버스가 고원 위로 올라서자 고원 위에는 또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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