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루스 산에서 바라본 사해 풍경.이승철
그러나 살로메는 그 즉석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어머니 헤르디아에게로 돌아갔다. 딸이 돌아오는 것을 보고 있던 헤르디아가 그녀를 손짓으로 불렀다.
"살로메야! 대왕에게 요한의 머리를 베어 선물로 달라고 그래라. 알았지, 꼭이다."
그녀는 어머니 헤르디아의 말을 들으며 잠시 생각한 후 다시 헤롯의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어머니 헤르디아가 지시한대로 요한의 머리를 베어 선물로 줄 것을 청한 것이다.
헤롯은 난감했다. 요한이 누군가. 그는 지금 온 백성들이 따르고 떠받드는 예수라는 사람에게 요단강에서 세례를 베푼 자가 아니던가. 당대의 선지자이고 의인이며 그만큼 백성들의 신망도 두터운 자였다.
그런데 그 요한이 자신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퍼붓고 있었다. 어떻게 이복형제의 아내와 결혼을 했느냐는 것이다. 유대인의 율법과 윤리에 맞지 않는 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사실 그의 독설을 들으며 헤롯은 자책하는 마음을 갖기도 했었다.
헤롯은 이웃나라인 바위협곡의 동굴도시 나바테이안 왕국의 공주와 결혼했었다. 그런데 이복형제의 부인이었던 지금의 아내 헤르디아를 다시 아내로 맞이한 것이다. 그러자 헤롯과 헤르디아를 향한 요한의 비난이 시작된 것이다.
요한의 가시 돋친 비난의 독설에 몹시 당황하고 화가 난 사람은 헤르디아였다. 감히 왕과 왕비에 관한 일 아닌가. 어찌 감히 독설을 퍼부을 수 있단 말인가. 헤르디아는 요한을 죽일 궁리를 했다. 이 눈치를 알아차린 헤롯은 요한을 붙잡아 이곳 지하 감옥에 감금을 해버렸다.
백성들로부터 신망이 두터운 그를 왕비 헤르디아가 해치기라도 한다면 세상이 시끄러워 질 염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정말 엉뚱한 곳에서 터지고 만 것이다. 의붓딸 살로메의 요염한 춤사위에 정신을 놓고 무엇이라도 주겠다는 약속을 했는데, 설마 요한의 목을 달라고 할 줄이야 어찌 예상 할 수 있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