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TF팀장 '정형근'...한나라당 변하나

대북 정책 변화 움직임 보여, 한나라당 변화 긍정적

등록 2007.04.20 14:37수정 2007.04.20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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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9일에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는 대북문제를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이 날 의원총회에서 소장 의원들이 주축이 된 온건파는 대북 포용을 주장하고, 강경파는 종전의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당장 어떤 결론이 나지 않더라도, 한나라당 내부에서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진지한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동북아에 잔존하고 있는 냉전이 최종 소멸을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최근 일본에서 발행된 주간지 <통일일보> 3월 28일호에서도 이 같은 한나라당의 변화에 대해 비교적 깊은 관심을 피력한 바 있다. 참고로, <통일일보>는 1959년에 재일동포들에 의해 발행된 신문으로서 현재 도쿄에 본사를 두고 있다. 명칭은 '일보'이지만, 현재 주간지 형태로 발행하고 있다.

a  본문에 인용된 <통일일보> 기사

본문에 인용된 <통일일보> 기사 ⓒ <통일일보>

이 신문은 첫머리에서 햇볕정책(太陽政策)을 반대하던 한나라당이 대북정책 기조를 포용정책으로 바꿀 가능성이 있다고 하면서, 한나라당이 지난 3월 상순에 '대북정책 재검토를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설치한 것에 대해 깊은 관심을 표출하였다.

이 신문은 한나라당의 대북정책 기조가 대북포용 쪽으로 바뀐다면, 이는 한나라당이 북한을 국가적 실체로 인정한다는 말이 되는 것이고 또 그렇게 되면 헌법 제3조의 영토조항에 대한 재해석이 필요하게 되므로, 이는 한나라당의 당론을 근본적으로 뒤엎는 것이라고 해석하였다. 이 신문이 기사의 제목을 '변질하는 한나라당'(變質するハンナラ黨)이라고 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한편, 이 신문은 한나라당이 북한을 국가적 실체로 인정하는 것은 북한의 연방제 통일 방안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분석하였다.

그리고 이 신문이 흥미를 가진 또 다른 부분은, 대북 강경책의 상징적 인물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이 위 TF팀의 위원장이라는 점이다. 대북정책을 재검토하기 위해 설치된 기구에서 정형근 의원이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 흥미를 갖고 있는 것이다.


위와 같이 한국 외부에서 객관적으로 볼 때에도 한나라당은 분명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변화를 위한 이러한 움직임은 분명히 바람직하고 또 박수를 보낼 만한 일이다.

이는 대북 정책을 놓고 대립하던 한국의 여야 정당과 진보-보수 세력이 향후에는 대북정책에 대한 의견일치를 전제로 전혀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을 놓고 대결하게 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한국 사회에서 패러다임 대결의 주제가 바뀌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향후 한국사회의 양대 세력이 어떤 패러다임을 놓고 대결할지는 좀 더 관측해야 할 사안일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한나라당 내부에는 대북정책 재검토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의원들이 많은 듯하다. 19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주장한 바와 같이, 그들은 "북한은 변하지 않고 있는데, 왜 우리만 변해야 하느냐?"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그들 역시 뭔가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음이 드러난다고 하겠다. 남북관계가 분명 변하긴 변해야 하지만, 북한이 '먼저' 변하지 않는데 우리가 '먼저' 변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말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 강경파 의원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그들은 북한이 변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북한이 이미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체제에 관한 논의를 차치하더라도, 국제관계 측면에서 볼 때에 북한은 분명 현상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북미관계만 잘되면, 남북·북일관계는 자동적으로 잘될 것

현재 동북아에 남아 있는 냉전의 잔존물은 남북관계·북미관계·북일관계다. 그 외의 다른 모든 양자관계는 최소한 1992년까지는 모두 정상화되어 탈냉전으로 접어들었다. 우리는 이 세 가지의 냉전 잔존물이 모두 북한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북한이 이 세 가지 중에서 북미관계를 핵심 쟁점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다소 위협적인 핵실험 등의 수단을 사용하기는 하였지만, 북한은 기본적으로 북미 간의 평화협정을 추구하고 있다. 북한이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을 원한다는 것은 양국 간에 존재하는 냉전의 잔존물을 제거하기를 원한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북한은 북미 평화협정을 계기로 남북관계·북일관계 역시 탈냉전으로 전환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 북한 지도부는 '북미관계만 잘되면, 남북·북일관계는 자동적으로 잘될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위와 같이 북한은 자국을 둘러싼 동북아 냉전의 잔존물을 최종적으로 제거하기 위하여 현재 미국을 상대로 다소 '위험한 도박'을 벌이면서 북미평화협정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한나라당 강경파들은 북한이 '위험한 도박'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만 주목했을 뿐, 북한이 북미평화협정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점은 간과하고 있다. 북한이 위험한 도박을 벌이는 것은, 그렇게 하지 않고는 미국과의 대등한 관계를 열 수 없다는 자체 인식 때문이다.

어쨌든 간에 중요한 것은 북한은 지금 냉전체제를 최종적으로 일소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한나라당 강경파들의 인식과는 달리, 북한은 실제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강경파들은 '북한이 변한다면 우리도 변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북한이 위와 같이 실제로 바뀌고 있다면 한나라당 역시 바뀌어야 할 이유가 충분히 있을 것이다.

그리고 동북아의 냉전이 최종 해소를 위해 달려가고 있는 마당에, 굳이 북한을 의식하지 않더라도 한나라당이 스스로 변화해야 할 필요성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정치지형의 변화를 무시하고서는 정당이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봉건시대에는 봉건체제에 맞는 정당이 살아남고 자본주의시대에는 자본주의체제에 맞는 정당이 살아남을 수 있듯이, 냉전시대에는 냉전에 기반을 둔 정당이 살아남았지만 탈냉전시대에는 탈냉전에 기반을 둔 정당이 살아남을 것이다.

냉전시대에 남북화해를 주장하던 세력이 반체제로 몰려 감옥으로 끌려간 것처럼, 혹 탈냉전시대에 남북대결을 주장하는 세력 역시 반체제로 몰려 감옥으로 끌려가는 것은 아닐까.

한나라당이 진정으로 국민의 정치적 이익을 대변하고 나아가 보다 더 책임 있는 정당으로 발전하고자 한다면, <통일일보>의 표현대로 한나라당은 앞으로도 계속 '변질'되어야 할 것이다. 그 누구도 한나라당의 '변질'을 욕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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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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