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호숫가'의 위험한 불씨?

파룬궁, 그 보이지 않는 불을 관리하라

등록 2007.04.28 08:36수정 2007.04.28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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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거리마다 기공체조를 대체하기 위해 신체 단련 시설들이 들어섰다.

거리마다 기공체조를 대체하기 위해 신체 단련 시설들이 들어섰다. ⓒ 김대오

하나의 대륙 정도로 이해해야 할 거대한 중국이지만 공원의 풍경은 어딜 가나 비슷하다. 삼삼오오 모여서 왈츠 음악에 춤을 추거나 포커나 마작을 즐기거나 태극권 등을 연마한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부드러우면서도 중국의 전통적인 멋이 느껴지는 태극권을 수련하는 사람보다는 현대적인 리듬에 맞춰 왈츠와 디스코 춤을 추는 사람이 많고 마작보다는 포커를 즐기는 사람이 더 많다는 점이다. 그리고 공원이며 거리 곳곳에 기계적인 체조 시설이 유난히 많이 설치되어 있다는 것도 특이하다.

전국적으로 그 많은 체조 기계들이 공원과 거리 곳곳에 진을 치고 있는 것은, 물론 인민들의 건강과 복지 증진을 위한 것이겠거니 싶다가도 왠지 어떤 의도를 갖고 기획된 것 같은 냄새가 나기도 한다. 바로 급속도로 전파되며 눈덩이처럼 커져가는 파룬궁의 기공체조를 대신할 현대적인 체조를 보급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알뜰한 배려가 그 체조 시설이었던 것이다.

중국사회의 커다란 불안요인이 돼버린 '파룬궁'

1999년 4월 25일, 중국 최고지도자들의 공관인 베이징의 중난하이(中南海) 바로 옆 푸여우지에(府右街)에 1만여 명의 파룬궁(法輪功) 수련생들이 침묵시위를 벌였다. 그들의 요구사항은 톈진(天津)에서 경찰에 체포된 45명의 수련생을 석방하라는 것이었다.

집단행동이 거의 없는 중국에서, 그것도 권력의 중심인 중난하이 인근에 운집한 파룬궁의 집회는 중국공산당을 분명 긴장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 존경받던 주룽지(朱鎔基) 총리의 중재로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문제는 당시 최고지도자였던 장쩌민(江澤民)이었다. 그는 파룬궁사태를 1989년 6·4톈안먼사건 이래로 가장 심각한 사건으로 보았다. 공산당원, 지식인, 노동자, 농민, 군인이 포함된 1억에 육박하는 거대한 사회단체가 된 파룬궁이 중국공산당의 권력에 커다란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고 단호한 대처를 주문했다. 결과적으로 중국공산당의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정치적 딜레마 속에서 파룬궁의 비극은 시작된 셈이다.


1999년 7월 20일, 중국공산당은 거국적으로 파룬궁 수련생을 체포, 구금하기 시작했다. 중국정부는 1992년 국민들의 건강을 증진시켜 의료비를 절감하고 사회의 도덕성 회복에 큰 효과가 있다며 파룬궁을 표창하다가 파룬궁에 대하여 '선전하지도, 보도하지도, 반대하지도 않는다'는 '3불(三不)정책'으로 한 발 물러나더니 결국 대대적인 탄압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파룬궁측의 주장에 따르면 1999년 이래로 약 1000여 명이 박해로 사망하고 6000여 명은 수감되었으며 수만 명이 직장에서 해고되었다고 한다. 파룬궁 수련자들은 그 탄압의 장본인으로 장쩌민을 꼽고 있으며 그를 세계 10개 국가 법원에 고소해 놓고 있는 상태이다.


'진선인(眞-善-忍)' 가치관을 바탕으로 몸과 마음과 영혼을 수련하는 파룬궁의 정치적인 색채 유무를 떠나, 그 조직이 이미 너무 방대해져 중국공산당에 위협이 된다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주장은 서로 격렬하게 대립하며 중국사회의 커다란 불안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더 큰 저항을 불러온 중국공산당의 파룬궁 관리

지난 2001년 1월 23일, 톈안먼에서 일어난 파룬궁 수련생 5명 분신사건은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중국정부의 조작이라는 파룬궁의 주장이 제기되면서 세계적인 관심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파룬궁은 태극권 등 기공체조의 수련을 생활화한 중국인들에게 들불처럼 번져가는 무서운 전파력과 낮불처럼 보이지 않게 퍼져가는 힘을 지니고 있기에 중국공산당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중국공산당은 체포와 노동개조 등의 강압적인 방법으로 파룬궁을 관리하고 있으나 오히려 국제적으로 더 큰 저항과 반대여론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중국정부의 압제에 사람들은 표면적으로 물러서고 몸을 움츠리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사상과 신념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중국인들에게 파룬궁에 대해 물으면 저마다 대답을 회피하거나 파룬궁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그 이면에 숨겨진, 말 못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고든 G. 창은 그의 저서 <중국의 몰락>에서 중국을 하나의 '휘발유 호수'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어쩌면 그 호수에 성냥불을 그어 던질 가능성이 가장 큰 집단 중 하나가 바로 파룬궁이 될지도 모른다. 그들은 종교적 신념을 갖고 있으며 정당한 활동에 대한 탄압으로 불만 또한 대단히 높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국정브리핑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국정브리핑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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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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