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관계, 보다 적극적이고 공세적으로 나아가자

반공이데올로기에 30년간 발 묶였던 한중관계를 되돌아보며

등록 2007.05.09 19:30수정 2007.05.09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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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오랜 냉대와 적대관계에서 왕성한 교류의 급물살을 타고 있는 한중관계.

오랜 냉대와 적대관계에서 왕성한 교류의 급물살을 타고 있는 한중관계. ⓒ 김대오

우리나라의 현대사에서 한중관계는 북한의 존재와 반공이데올로기라는 특수한 변수로 인해 아주 기형적이고도 특별하다. 한국전쟁에 중공군이 참전한 것이 원죄가 되어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 이후 30년 동안 한중양국의 교류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

1972년 9월 29일, 중일 양국이 국교를 수립하게 되는데 한중관계는 아무런 변화의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사실 중일 양국은 역사적으로 청일전쟁, 만주사변, 중일전쟁, 남경대학살 등 어찌 보면 우리보다 더 극단적인 전쟁과 대립을 경험한 나라이며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하는 자존심 싸움 또한 치열한 나라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나라는 데탕트의 세계적 분위기에 편승하여 자국의 이익 증진을 위해 손을 잡고 교류를 이어간다. 일본은 거대시장 중국 공략에 우리나라보다 20년이나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1972년 2월 21일, 닉슨이 중국을 방문해 탁구를 치고 1979년 1월 1일, 중국과 미국이 국교를 수립할 때도 우리 정부는 그저 강 건너 불구경하듯 중국을 바라보고 있었을 뿐이며 1980년대 중국이 개혁 개방을 시작하며 경제적 성장을 보이자 서방 선진국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앞 다투어 중국시장에 진출할 때도 중국은 그저 우리와 상관없는, 적대적 타자로 머물러 있었고 우리 정부는 아무런 외교적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1983년 5월 5일, 중국 선양(瀋陽)을 출발해 상하이로 가던 중국 민항기 한대가 줘창런(卓長仁), 장훙쥔(姜洪軍) 등 6명의 납치범에 의해 피랍되어 춘천(春川)군사기지에 불시착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 사건이 바로 휴전협정 이후 한중 양
국 간의 첫 번째 공식접촉의 기록을 남기게 된다.

그리고 86아시안게임, 88올림픽, 90베이징아시안게임이 지난 1992년 8월 24일에야 한중양국은 국교를 수립한다. 한중수교 15주년이 흐른 지금, 지난해 최대교역국인 중국과의 교역량은 1343억 달러, 흑자규모는 2004년 201억8000만 달러, 2005년 232억7000만 달러, 지난해에는 209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흑자폭이 줄어들고 있긴 대중 무역흑자가 아니면 우리 경제는 그야말로 헤어나기 힘든 수렁으로 떨어질 수 있을 만큼 대중무역의존도가 높아져 있는 상황이다.

30년간의 완벽한 단절, 10여 년의 국교수립 준비단계, 한중수교 그리고 최대의 무역파트너이자 무역흑자국으로 급성장한 15년! 오랜 냉대와 적대관계에서 왕성한 교류의 급물살을 타고 있는 현재까지 한중관계는 왜 이렇게 기형적인 발전의 궤적을 만들어 놓고 있는 것일까?


그 중심에는 물론 반공이데올로기가 도사리고 있다. 대중국 관계 발전의 걸림돌로 버티고 섰던 반공이데올로기의 악령은 5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다. 2003년 노무현대통령의 칭화(淸華)대학 강연에서 한 학생이 중국인 중에서 누구를 가장 존경하냐 는 질문에 노대통령은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을 거론했고 다음날 보수언론에서는 6.25때 중공군을 파견해 남북분단의 주범인 마오쩌둥을 어떻게 존경할 수 있느냐며 한 바탕 난리가 날 정도이니 말이다.

적대적 관계에 있는 중국과 대만도 ‘정경분리’를 원칙으로 경제적 투자에 대해서는 상호 대단히 적극적이며 활발한 교류를 보이고 있다. 우리 정부는 30년 동안 반공이데올로기에 발이 묶여 대중국관계에 한 걸음도 떼지 못한 채 철저하게 마비되어 있었으며 올림픽 이후에야 겨우 초보적인 ‘정경분리’를 떠올릴 수 있었던 것 같다.


미국에 이어 EU와 FTA협상이 진행 중이고 이어서 중국과도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달 원쟈바오(溫家寶) 중국총리가 방한하며 한중간의 FTA가 급물살을 타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늘 피동적으로 끌려 다니기보다는 외교적 함수관계를 주도면밀하게 분석하여 보다 능동적이고 공세적으로 우리의 전략을 이끌어 갈 필요가 있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과 백두산개발 등 중국이 우리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역사와 영토문제를 선점하여 공세를 취하는 동안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반성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이데올로기적으로 적대시하고 방관적 입장을 취했다면 오늘날에는 국제적 지위가 급부상한 중국의 외교적 역량에 우리나라가 곤혹스러워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늘 수세적인 입장을 취하기보다는 우리가 선점할 수 있는 외교 전략을 마련하고 보다 확고하게 추진해가는 것이 중요하다. 한중수교 15주년을 맞이하며 상호 방문 등의 가식적인 이벤트에만 열을 올리지 말고 한중관계에서 우리의 내실을 다지고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대중국 외교 전략은 없는지 차분하게 살펴야 할 때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국정브리핑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국정브리핑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한중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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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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