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의혹' 도둑잡기, 일단 짖어라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합리적 의심에는 합리적 해명이 필요하다

등록 2007.07.04 10:12수정 2007.07.04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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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 ⓒ 오마이뉴스 권우성

<조선일보>가 눈을 가늘게 뜬다. <경향신문>과 <한겨레>의 이명박 전 서울시장 관련 부동산 의혹 제기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출처가 의심스럽다고 한다.

주장이 분명하다. "지금 나도는 자료는 불법적으로 만들어져 불법적으로 유통되고 있다"고 한다. 전제도 또렷하다. "대부분 국가기관을 통하지 않고는 알 수도 없고 구할 수도 없는 정보들"이라고 한다. 이명박 전 시장 친·인척의 부동산 보유·거래 자료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곳은 국세청과 행정자치부뿐이라고 한다.

<중앙일보>도 마찬가지다. "권력의 힘이 개입하지 않고는 파악하기 힘든 정보들"이라고 전제한 뒤 시선을 정보기관, 즉 국가정보원에 맞춘다.

부정할 근거가 딱히 없다. 그럴 개연성이 없다고 단정할 근거가 제시되지 않는 한 이들 언론이 제기한 의심 또한 '합리적 의심'의 범주에 놓을 수밖에 없다.

합리적 의심 vs 합리적 의심

결국 두 개의 '합리적 의심'이 나란히 서게 됐다. 이명박 전 시장의 부동산 의혹과 국가기관의 개인정보 불법유출 의혹이다.

어찌할 것인가? '합리적 의심'이 또 다른 '합리적 의심'을 밀어낸다. 자칫하다간 삼성 X파일로 불거졌던 독수독과론이 재연될 판이다.


<경향신문>과 <한겨레>가 제기한 의혹이 '독과'일지 모르니까 그냥 묻어둬야 하는 건가? 그건 아니다. 줄기차게 '정권 배후설'을 주장하며 무대응 입장을 고수하는 이명박 캠프를 빼고는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조차 "이런(부동산) 내용이 보도됐으니 (19일 열리는 검증 청문회에서) 해명하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또한 "비리 의혹에 대해…얼렁뚱땅 넘어가는 것은 무책임하다(중앙일보)"며 입장 표명을 요구한다.


a 박근혜 한나라당 예비후보의 이혜훈 대변인은 지난달 26일 이명박 후보의 친형 상은씨와 처남 김재정씨가 소유한 '다스' 소유 회사의 부동산 매입 및 뉴타운 지정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예비후보의 이혜훈 대변인은 지난달 26일 이명박 후보의 친형 상은씨와 처남 김재정씨가 소유한 '다스' 소유 회사의 부동산 매입 및 뉴타운 지정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그럼 된다. 따로 가면 된다. <경향신문>과 <한겨레>의 보도가 국가기관의 불법유출에 따른 것인지는 <조선일보> 주장대로 수사하면 될 일이다. 대운하 보고서 변조·유출 의혹도 경찰의 수사로 정리된 터다.

수사가 아닌 논란은 결코 생산적이지 않다. 흠결이 없는 대통령을 뽑고자 하는 국민 열망에 비춰볼 때 '합리적 의심'을 위축시키는 요소는 신속하게, 그리고 말끔하게 제거하는 게 낫다.

한나라당 '공작정치저지 범국민투쟁위원회'가 내일 <경향신문>과 <한겨레> 보도 경위에 대해 수사의뢰를 할지 여부를 결정한다고 하니까 이명박 캠프는 그냥 맡겨두고 다른 데 힘을 쏟으면 된다. <경향신문>과 <한겨레>가 제기한 '합리적 의심'에 대해 '합리적 해명'을 하면 된다.

한나라당 당직자가 말했다고 한다. <경향신문>과 <한겨레>의 '합리적 의심'에 대해 '정권 배후설'을 제기하며 뚜렷한 해명을 하지 않는 이명박 캠프에 대해 "'도둑이야' 라고 소리쳤더니 '도둑 든 걸 어떻게 알았냐'고 따지는 식(한겨레)"이라고 비판했다고 한다.

'한 끗' 차이다. 해명은 하지 않고 수사를 촉구하는 건 물타기다. 자진해서 해명한 다음에 수사를 촉구하는 건 정당방위다. 이명박 캠프가 어떤 걸 선택해야 할지는 자명하다.

언론이 어떤 길을 걸어야 할지도 분명하다. 이명박 캠프의 해명은 종결어미가 아니다. 그 해명에 대한 재검증이 남아있다. 언론이 해야 할 몫이다.

개는 짖어라, 주인은 '용의자' 잡아 실체를 밝혀라

a 이명박 후보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조선일보(위)>와 <동아일보>의 4일자 사설.

이명박 후보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조선일보(위)>와 <동아일보>의 4일자 사설. ⓒ <조선일보> <동아일보> PDF

괜히 다그치는 게 아니다. 우려할 만한 요소가 곳곳에 널려있다.

<조선일보>는 이명박 전 시장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면서도 그 입장의 일부를 스스로 정리해준다.

"고도제한이 불합리해서 감사원과 국민고충처리위원회가 시정을 권고했다면 고도제한을 완화할 수 있다. 이(명박) 후보 건물이 그 곳에 있다 해서 하지 못한다면 다른 시민들의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다."

<조선일보>가 '합리적 해명'의 길을 놓는다면 <동아일보>는 '합리적 의심'에 힘을 뺀다.

"주변 인물의 부동산 보유와 매매에 관한 단순한 사실만 가지고 대선 주자 본인의 문제인 양 비약시키며 엄청난 의혹이 숨겨져 있는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경향신문>과 <한겨레>가 제기한 '합리적 의심'에 대해 같은 언론이 "뒷다리 걸고 앞다리 걸고" 하면 재검증을 제대로 할 수 없다. 같은 언론이 "난리"를 치는데 어떻게 감시와 견제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언론은 '파수견'이다. 짖는 존재다. 도둑 같은 사람이 접근하면 경고음을 울린다. 도둑으로 의심되는 사람을 잡아 실체를 밝히는 건 집주인이 할 일이다.

파수견에게 도둑이 아닐지도 모르는데 왜 짓느냐고 면박을 주면 어찌 되는가? 파수견 입엔 재갈이 물리고, 집은 무방비가 된다.

돌아볼 일이다. 도둑인지 아닌지도 모르는데 왜 짖느냐고 따질 게 아니다. 자기 자신이 파수견 역할에 얼마나 충실했는지부터 자문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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