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원 바람' 월가는 '신바람' 여의도의 미래?

[글로벌 금융 위기와 한국경제의 진로(4)] 현재의 금융위기는 30년간 계속된 금융불안의 정점

등록 2008.05.15 17:26수정 2008.05.15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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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우리나라의 고용증가분은 18만 명에 불과했다. 지난 3년 새 가장 적은 규모다. 1/4분기 GDP 성장률 역시 0.7퍼센트로 급락했다. 급기야 경제성장률 7%를 장담하며 당선된 이명박 정부가 4개월 만에 손을 들었다. 우리 경제가 경기하강국면에 들어섰음을 인정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은 여러 대목에서 미국 경제를 떠올리게 한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고용증가률이 마이너스 0.7퍼센트를 기록하며 실업률 5퍼센트 대에 진입하는가 하면 4/4분기 GDP 성장률은 0.6퍼센트로 추락했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난 지금 미국경제는 공식적인 침체 국면에 들어섰다.

하루가 멀다 하고 유가와 곡물가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는가 하며 달러가치도 바닥을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추락하고 있다. 미국의 경기지표와 주가도 하루를 예측하기 어렵다. 경제기관들의 전망치들은 한 달을 채 버티지 못하고 수정되기 일쑤다. 한국경제도 다르지 않다. 7%는 온데간데없고 이런 추세라면 4% 성장도 장담할 수 없다. 세계와 한국 경제가 요동치고 있음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은 최근 일어나고 있는 급격한 변동의 구체적 징후들을 금융자본주의라는 전체적 틀 속에서 분석해보려 한다. 세계 경제의 위기 속에서 한국 경제가 나아가야할 대안 방향을 모색하는 데 있어 최근의 세부 동향을 보다 더 거시적인 차원에서 종합하고 구조화해내는 작업은 대단히 의미있는 시도가 될 것이라 본다. <새사연>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으로 붕괴된 케인스주의 경제시스템을 대신하여 자리를 잡기 시작한 신자유주의는 1980년대 들어 거침없이 성장했지만, 2007년부터 시작된 현재의 금융위기로 인해 역사상 최대의 시련을 맞고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 대출 부실로 시작된 현재 국면은 단순한 '신용 혼란(credit turmoil)'이나 '신용 위기(credit crisis)' 차원을 훨씬 뛰어넘는, 문자 그대로의 '금융 위기(financial crisis)'이며 신자유주의 경제시스템의 새로운 국면을 예고하는 중대한 분기점이다.

신자유주의 30년 역사 - 끊이지 않았던 금융 불안의 역사

사실 30여 년이라는 길지 않은 신자유주의 역사는 곧 금융위기로 점철된 역사라고 봐도 무방하다. 80년대 들어 첫 금융위기는 남미에서 발생한다. 석유 산유국으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유치한 미국의 주요 은행들과 금융기관들은 침체된 미국 경제의 울타리를 벗어나 새로운 수익처를 모색하기 시작했고 미국의 강한 영향권 아래 있던 남미 정부들을 발견한다.


그리고 '국가'라는 안전한(?) 고객들에게 대규모 대출과 투자를 감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1982년 멕시코를 비롯한 몇몇 국가들이 누적된 채무를 갚지 못해 국가부도 사태에 이르러 IMF 구제 금융을 받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남미 외채위기'가 터진 것이다. 그 결과 남미는 80년대 내내 장기침체에 빠지게 된다.

또 1987년 10월 19일부터 불과 며칠 사이 미국과 유럽의 주요 주가가 무려 20퍼센트 이상 폭락하는 사건(Black Monday)도 일어났다. 80년대 후반 부동산 가격 급락과 함께 시작된 미국 저축대부조합 부실의 경우는 총 700여 개의 조합이 파산하면서 91년 미국 경제를 마이너스 성장으로 몰고갔는가 하면 그 여파는 95년까지 이어졌다.

90년대에 접어들면서는 세계 금융자본의 덩치가 커지고 헤지펀드와 같은 첨단 플레이어들이 전면에 부상하게 되었으며 국제적 자본 이동성이 높아지면서 금융 위기의 규모와 폭도 커져갔다. 멕시코, 아시아 외환위기와 러시아의 모라토리엄이 이어졌고, 미국에서는 최고의 두뇌집단들이 모여 있다고 알려진 헤지펀드 롱텀캐피탈 매니지먼트(LTCM, Long Term Capital Management)가 파산지경에 몰려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긴급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LTCM은 98년 자본금의 20배가 넘는 1250억 달러를 은행으로부터 레버리지로 끌어들여 파생상품에 무모하게 투자했고, 그로 인한 투자손실은 미국 금융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신자유주의가 탄생한 이후 지난 30년 동안 금융자본은 세계 GDP의 3.5배 규모인 167조 달러로 자기 몸집을 키워왔다. 그 사이 전 지구적 범위에서 투기와 버블이 끊임없이 양산되었고 이렇게 커진 버블은 경제 시스템의 약한 지반을 따라 부분적인 폭발을 일으키면서 지속적으로 문제들을 누적시켜왔다.

그러나 2000년대 IT버블 붕괴에 이어 일어난 이번 서브프라임 위기는 지금까지의 어떠한 금융 위기보다도 규모나 파급 범위 측면에서 심각하다(약 1조 달러 정도로 추정되며 이는 미국 GDP의 7퍼센트가 넘는다). 가히 전무후무한 위기라 부를 만하다. 또한 이번 금융위기는 세계 금융시스템의 주변부가 아니라 중심부인 월가에서, 그것도 최첨단 금융공학이 동원된 '금융파생상품'을 매개로, 그리고 최신의 금융 강자인 헤지펀드와 사모펀드가 깊이 개입돼 확대되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위기와 차원이 다르다.

주요 국제 금융위기 손실 규모(2007년 달러 가치 기준)

- 미국 저축대부조합(1986~1995) : 2700억 달러
- 일본 은행위기(1990~1999) : 7500억 달러
- 아시아 외환위기(1998~1999) : 3900억 달러
- 미국 서브프라임 부실(2007 ~ ) : 9450억 달러

점점 대형화되는 금융 사고  : 프 소시어테 제네럴 은행 사례

지난 30여 년간 국가나 기관에 의한 금융 불안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금융자본 운동의 구조가 복잡해지고 첨단화되면서 개인이 저지른 금융 사고도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로 커지고 있다.

다보스포럼에서 세계 금융위기 논의가 한창이던 2008년 1월 24일, 아이러니하게도 프랑스 2위 은행인 소시어테 제네럴(SG)은행에서 사상 최악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선물 중개인인 제롬 케르비엘이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개인 권한을 벗어난 대형 부정 선물거래로 49억 유로(약 6조 8000억 원)의 손실을 SG은행에 입힌 것이다.

1995년에도 영국인 닉 리슨이 규정을 벗어난 선물 투자를 하다가 영국 베어링 은행에 약 11억 유로의 손실을 안겨 은행을 파산시켰다. 그러나 이번 SG은행 사고는 베어링 은행 손실액의 4배를 넘는 것으로서 금융자본주의의 첨단 상품인 파생상품의 위험성을 다시 한 번 드러낸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서브 프라임 대출 부실의 전개과정

① 금융위기 직전 금융시장 환경

2000년 IT버블로 나스닥 기술주들이 폭락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미국 경기침체가 가시화되자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금리를 대폭 내려 사실상 제로 금리인 1퍼센트 수준까지 떨어뜨림으로써 시중 유동성 공급 여건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렇게 형성된 유동성은 건전한 경제 순환에 유입되기 보다는 부동산 투기로 이어진다.

이자율이 매우 낮아지자 미국인들은 금융기관 대출을 받아 부동산 매입에 나섰고 부동산 값은 오르기 시작했다. 신용등급이 좋은 프라임 대출 고객뿐 아니라 등급이 다소 낮은 ALT-A 대출이 확대되었고, 급기야는 상환능력이 의심되는 고객들에게 대출이 대거 풀려나가게 되었다. 바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이다. 대출기관들은 늘어나는 대출자금 확충을 위해 기존 대출채권을 증권화해 판매하고 다시 이 자금으로 신규대출을 늘려갔다. 대출은 신용등급이 낮은 고객으로 계속 확대되었고, 대출자금은 기존 대출채권을 유동화해 마련한 자금으로 계속 조달되었다. 단, 주택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는 동안만.

한편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주택담보 대출관련 유동화 증권인 RMBS, CDO 등이 대규모로 금융시장에 풀려나갔고, 이들 증권은 모험적인 파생상품에 집중 투자해온 헤지펀드들에게 매수되기 시작했다. 헤지펀드는 상업은행이나 투자은행으로부터 대규모로 차입(레버리지)한 자금으로 이들 증권을 매입했다. 상업은행이나 투자은행이 직접 매입하기도 했다. 태평양 건너 한국의 우리은행도 미국의 RMBS를 매입했으며, 한국의 해외 부동산 펀드는 미국 부동산에 투자하기도 했다.

또한 모기지 담보 대출과는 직접 관련이 없던 사모펀드들도 저금리 시대의 풍부한 유동성 기류를 타고 대규모 기업 인수합병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2007년 상반기를 정점으로 미국 전체 인수합병 시장의 1/3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의 기업 인수합병을 주도했고 이를 위한 자금 역시 많게는 30배가 넘는 차입(레버리지)으로 동원했다. 전 세계 유수의 은행들이 돈을 빌려주었음은 물론이다.

이렇게 규모를 키워온 금융은 2000년대 미국 경제 성장의 견인차가 된다. 2002년 이후 미국의 경제 성장에 대한 금융업의 기여도는 10~30퍼센트에 달하며 그 중에서도 부동산 금융은 20퍼센트 수준을 꾸준히 유지했다.

2000년 초부터 진행된 초 저금리와 금융시장에 대한 과잉 유동성 공급, 주택시장 과열과 금융시장에서의 주택담보 대출 확대, 주택담보 대출 유동화로 인한 유동화 증권의 대규모 발행과 헤지펀드를 통한 전 세계 금융시장에의 유통, 이와 병행하여 풍부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성장한 사모펀드들의 과다한 차입과 대규모 인수합병 붐의 형성 등이 이번 금융 위기가 터질 때까지 그 밑바탕에서 만들어진 세계 금융환경이었다.

② 2006년 하반기부터 서브프라임 대출 연체 급증, 주택가격은 추락...위기의 전조

더욱이 서브프라임 대출 가운데 상당수가 처음 2년간은 저금리의 고정이자를 내다가 이후 고금리의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변동금리부 대출(ARM, Adjusted Rate Mortgage)'이 많았고, 이 시점이 돌아오게 되면서 연체와 차압(유질처분)은 급격히 증대한다. 결국 미국 2위 모기지 업체인 New Century Financial이 파산하고(2007년 4월), 1위 업체인 Country Wide마저 뱅크오브아메리카에 인수(2007년 8월)되고 말았다. 전 세계를 금융 위기에 빠뜨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러나 만일 이번 사태가 그저 상환능력이 부족한 미국인의 대출상환 연체와 대출업체인 모기지 은행의 파산으로 끝났다면 제2의 저축대부조합 부실 사건 이상으로 확대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진짜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③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확대되자, 이 대출을 '기초자산'으로 '증권화' 된 '파생상품' RMBS, CDO 등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2007년 7월 초 주요 신용평가사들이 연쇄적으로 주택대출담보부증권(RMBS)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이제 단순한 주택경기나 주택담보 대출금융의 문제를 넘어 전체 금융과 신용의 문제로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RMBS, CDO등의 파생상품 신용등급 하락은 곧바로 이들 상품에 대한 투자를 본업으로 하는 헤지펀드들의 대규모 손실을 초래했고, 이후 이들 헤지펀드에게 차입(레버리지)을 해준 투자은행의 손실로 이어진다. 파생상품의 신용위험은 헤지펀드뿐 아니라 신용시장 전체를 경색시켰고, 국경을 넘어 유럽 BNP 파리바 은행이 이들 상품의 환매를 중단시키면서 세계화될 조짐을 보였다. 주택담보대출 채권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던 사모펀드의 차입 인수합병시장(LBO)마저도 경색되기 시작했다. "(신자유주의 금융) 시스템 내부에서 정의되지도 통제되지도 않은 거대한 문제점이 축적되고 있다"는 세간의 우려와 주장은 사실로 드러났다.

④ 헤지펀드뿐 아니라 '단기성 기업어음(ABCP, Asset backed Commercial Paper)'을 발행해 조달한 자금으로 RMBS나 CDO에 투자했던 구조화투자기관(SIV)들도 유동성 위기를 맞게 된다. 그리고 이들의 모기업인 주요 상업은행, 투자은행들의 손실로 확대된다. 씨티그룹,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등 대형 금융회사들의 대규모 손실내역이 속속 드러나게 되고 이들은 아시아 국부펀드들의 긴급자금 수혈을 받게 되기에 이른다.

미국 금융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급격히 줄어들게 되자 달러가치는 폭락 행진을 계속한다.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투기적 금융자본이 실물자산으로 옮겨가면서 금과 석유, 곡물 등의 원자재가격은 폭등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⑤ 금융 부문의 손실이 계속 확대되고 주택경기가 급랭하는 한편, 미국 가정의 채무 부담이 가중되자 금융 위기가 실물경제로 옮겨간다. 2007년 12월 실업률이 5퍼센트로 올라가고 2008년 접어들면서 고용이 연속적으로 줄어드는 한편 소비심리는 급격히 위축된다. 특히 2008년 2월 비농업 부문 고용이 전월 대비 6만 3000명 감소했던 것은 3월 14일 베어스턴스 파산에 큰 영향을 줄 정도였다. 그 결과 2007년 4/4분기 미국 경제는 0.6퍼센트라는 최저의 성장률을 보였고 2008년 1/4분기에도 마찬가지 기조를 이어갔다. 그리고 2008년에 접어들면서 전 세계의 주식시장이 동시에 폭락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미국 금융자본은 현금 유동성을 확보할 필요성이 제기되자 한국처럼 자산 안전성이 낮은 자본시장의 자금을 급격히 회수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2007년 7월~2008년 2월 약 30조 원 이상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미국정부는 1월 22일과 30일 각각 0.75퍼센트, 0.5퍼센트로 기준금리를 대폭 내리는 조치를 취하는 한편, 행정부는 1600억 달러의 세금환급 조치를 발표하여 사태를 진정시키려 했으나 더 확산되었을 뿐이다. 2008년 1월 말, 모기지 증권에 보증을 섰던 모노라인 업체 MBIA, Ambac 등의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이들의 주가가 폭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⑥ 신용위험이 극에 달하면서 헤지펀드와 사모펀드에 대량의 차입(레버리지)을 해주었던 은행들이 자금 회수에 나선다. 이른바 마진콜(Margin Call)이 발생한 것인데, 이로 인해 그동안 차입에 의존하여 금융시장을 주도했던 헤지펀드와 사모펀드가 위기에 몰리게 되었다. 급기야 헤지펀드에 투자해 대규모 손실을 본 미국 5위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Bear Stearns)가 2008년 3월 14일 구제금융을 신청하기에 이른다.

긴박한 상황에 몰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비정상적이고 급박한 상황시 은행을 제외한 개인과 기업에 담보대출을 제공할 수 있다"는 연방준비제도법 13조 3항을 대공황 이후 최초로 발동하여 베어스턴스에 300억 달러에 달하는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등 이른바 '1929년 대공황 이후 최초'의 파격적인 자금지급과 부실채권 인수를 단행하면서까지 금융시장에 개입한다.

베어 스턴스(Bear Stearns) 파산

베어스턴스는 1923년 설립되어 1929년 대공황에서도 살아남은 자산규모 월가 5위의 투자은행이다. 채권부문, 특히 모기지 담보부채권 발행 시장에서는 주간사 실적 2위에 오를 정도로 적극적으로 영업을 해온 탓에 부실 규모가 상대적으로 컸다.

2007년 6월, 모기지 관련 채권에 투자했던 계열 헤지펀드가 엄청난 손실을 입고 파산하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시작을 알렸다. 베어스턴스는 2007년 4분기 중에만 8억 5000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파산 직전 한 애널리스트는 고객들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베어스턴스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현실화 됐을 때 신속하게 시장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며 "이로 인해 수익과 영업, 신용이 모두 훼손돼 자금 조달 비용이 급격히 상승했다"고 말했다.
결국 베어스턴스는 주당 약 10달러에 JP모건 체이스 은행에 의해 인수되었고, '다음 차례는 리먼 브라더스'라는 우려는 다행히 현실화 되지 않은 채 파괴적인 금융위기 행진은 일단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이미 실물경제로 전이된 금융위기는 미국경제 침체를 기정사실화 시켰고, 세계는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이라는 어려운 국면에 처하게 되었다.

월가는 인원 줄이는데 여의도에는 증권사들이 생기고

전 세계가 아닌 단지 미국의 몇 개 주, 수많은 신용대출 종류 가운데 오직 주택담보 대출, 주택담보 대출 가운데에서도 그 비중이 최대 20퍼센트 이하에 불과했던 서브프라임 대출 부실이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리라고 예측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도대체 수십만 미국인들이 집을 담보로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생긴 문제가 어떻게 세계 경제를 흔들고 첨단 금융시스템을 마비시킬 수 있었는가. 관치 금융, 정경 유착과 같은 전 근대적 자본주의 행태가 아시아 금융위기와 외환위기를 불렀다며 그토록 신랄하게 비판했던 월가의 금융 전문가들은 자신들의 문제를 뭐라고 변명할까. 어째서 세계 최첨단의 금융 중심지에서 '구제금융'이라는 제3세계 후진국에서 나올법한 정책이 서슴없이 튀어나왔는가?

신자유주의 금융자본주의 자체, 그리고 첨단 금융시스템 자체가 그러한 문제를 내재하고 있다는 것 외에 다른 어떤 설명이 가능할까. 또한 신자유주의 시장 만능주의가 필연적으로 만들어낸 결과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이번 금융 위기가 시장주의의 파산임을 고백한 파이낸셜 타임즈 마틴 울프의 다음과 같은 주장은 그런 점에서 매우 설득력이 있다.

2008년 3월 14일 금요일을 기억하라. 자유시장 자본주의(global free-market capitalism)의 꿈이 사망한 날이다. 30년 동안 우리는 시장 주도의 금융 시스템(market-driven financial system)을 추구해왔다. 베어스턴스를 구제하기로 결정함으로써, 미국 통화정책 책임 기관이자 시장자율의 선전가인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이 시대의 종결을 선언했다. 이는 실제 “나는 더 이상 시장의 자기 치유력을 믿지 않는다”고 선언한 도이치방크 요셉 아커만(Joseph Ackermann) 은행장의 말과 완전히 일치한다. 규제 완화가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이번 금융위기를 가리켜 일부에서는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의 위기'를 말한다. 신뢰의 위기란 무엇인가. 그것은 단지 신용에 대한 신뢰의 위기를 넘어선다. 바로 신자유주의 자체에 대한 믿음의 붕괴를 뜻하기 때문이다.

한때 자본주의의 쇠퇴와 소멸을 섣불리 전망하던 주장들이 빈축을 사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 신자유주의 글로벌 경제, 특히 금융이 승승장구 하리라는 것을 전망하는 주장들이 빈축을 사고 시대착오적이라 비난받아 마땅한 시기가 왔다.

흥미로운 대목은 언제나 월가를 추종해왔던 여의도 증권가가 현재 월가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에 젖어 있다는 점이다. 월가는 현재 감원 바람이 불고 있고 앞으로 5명꼴에 1명에 해당하는 3만 6000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한 월가는 현재 자산매각, 대규모 감원, 전통적인 주식 및 전환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에 여념이 없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2009년 자본시장 통합법 시행과 금융 민영화를 앞두고 증권시장 신규 진입과 시장 지배력 확보를 위한 수수료 0퍼센트 경쟁이 한창이다. 한국의 금융은 세계 금융 불안으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유동화 증권 용어 정리

■ MBS(Mortgage Backed Securities, 모기지 담보부 증권)
서브 프라임 모기지 대출과 같이 주택담보 대출을 담보로 하여 발행되는 채권이다. 개인주거용 대출채권인 경우 RMBS이고 상업 부동산 용 대출채권인 경우에는 CMBS라고 부른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이 최초로 유동화될 때 바로 RMBS로 유동화되는 것이다.

■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부채 담보부 증권)
모기지 담보부 증권과 같은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여 이들을 신용등급별로 묶은 다음 이를 분할해 증권으로 발행한 파생상품이 CDO다. RMBS를 기초자산으로 하여 신용 등급별 재분류 과정을 거친 다음에 CDO가 발행되는데, 이것이 모기지 대출의 일반적인 2차 유동화과정이다. CDO에서 신용위험도를 CDS로 분리해 내면 합성-CDO라는 보다 복잡한 CDO가 만들어진다.

■ CDS(Credit Default Swap, 신용 디폴트 스왑)
신용위험을 회피하려는 헤지펀드나 투자은행이 채권보증업체(모노라인)에게 신용보증수수료를 지급하고 신용위험시 원금상환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계약한 신용파생상품이 CDS다. MBS나 CDO와 같은 증권을 다량 매수한 헤지펀드와 투자은행은 채권보증업체와 CDS계약을 맺어 원리금 상환 부담을 떠넘길 수 있다. CDS는 CDO와 연결되어 모노라인 업체의 부실로 전파된다.

■ SIV(Structured Investment Vechicle, 구조화 투자전문기관)
상업 은행및 투자은행들이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기 위해 설립한 투자전문회사다. 단기 저금리 조달 수단인 ABCP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RMB S, CDO와 같은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금융기관인데 모기지 증권 부실로 이들 역시 대규모 손실을 입었고, 이들을 거느린 상업은행과 투자은행들도 역시 손실을 입었다. 지금까지 이들 손실은 은행들에게 부외거래(장부 이외의 거래)대상이어서 손실규모를 제대로 알 수가 없었다. 때문에 SIV와 같은 기관을 '부외거래기구'라고 부르기도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사이트 이스트플랫폼(http://epl.or.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기사를 작성한 김병권 기자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연구센터장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사이트 이스트플랫폼(http://epl.or.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기사를 작성한 김병권 기자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연구센터장입니다.
#금융위기 #서브프라임모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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