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61) 감동적

― ‘재미있고 감동적’, ‘감동적인 문자 메시지’ 다듬기

등록 2008.06.12 10:54수정 2008.06.12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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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재미있었고요 감동적이었어요

 

.. “저는요, 하루 한 시간씩 읽었어요” 지현이는 짧게 말하고는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았다. 자연스레 효정이 차례가 되었다. “전 정말 재미있었고요 감동적이었어요. 마지막 가파른 고갯길에서 난남이와 몽실이가 헤어질 때 슬펐고, 그게 잊혀지지 않아요. 그 장면이요.” ..  《강승숙-행복한 교실》(보리,2003) 103쪽

 

 아이들을 가르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아이들 앞에서 어떤 말을 쓰느냐에 따라서 아이들 말씨가 크게 달라집니다. 가르치는 어른이 ‘더’와 ‘더는’이라는 낱말을 쓸 때하고 ‘더 이상(以上)’이라는 낱말을 쓸 때는 사뭇 다릅니다. ‘참말’을 쓸 때하고 ‘정(正)말’을 쓸 때에도 다릅니다. 가르치는 어른이 ‘대목’이나 ‘모습’이라는 낱말을 골라서 쓰고 ‘장면(場面)’이라는 낱말을 안 쓴다면 어떠할까요. 초등학교 4학년인 아이가 ‘감동적’이라는 말을 쓴다면, 아무래도 텔레비전과 인터넷 영향이 크겠지만, 아이들이 읽는 책을 쓰는 사람들, 그리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 탓이 무척 큽니다.

 

 ┌ 울렁거리다

 │  (1) 몹시 놀라거나 설레거나 두려워 가슴이 두근거리다

 │     <오랫동안 못 만난 외할머니를 만난다니 가슴이 울렁거려요>

 │  (2) 물결이 줄기차게 흔들리다

 │  (3) 토할 것처럼 뱃속이 미식미식해지다

 ├ 뭉클하다

 │  (1) 먹은 음식이 잘 사지 않아 가슴에 뭉친 듯하다

 │     <아침에 먹은 게 뭉클하고 속이 더부룩해요>

 │  (2) 북받치는 감정으로 가슴속이 갑자기 꽉 차는 듯하다

 │     <뭉클하도록 감동 받았어요>

 │  (3) 덩이진 물건이 겉으로 무르고 미끄러운 느낌

 │     <침을 뱉었는데 핏덩이가 뭉클 하고 땅바닥에 떨어졌다>

 ├ 북받치다 : 힘이나 감정이 속에서 치밀어 오르다

 ├ 가슴이 벅차다 / 가슴이 찡하다

 │

 └ 감동(感動) : 크게 느끼어 마음이 움직임

     - 감동을 받다 / 감동을 자아내다 / 감동을 주다

 

 “마음이 움직였다”를 한자로 옮기니 ‘감동하다’입니다. 이제는 ‘감동’이라는 말을 안 쓸 수 없을 만큼 자리를 잡았으니, 이 말을 털어내자고 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찬찬히 헤아려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감동’이라는 한자말을 바깥에서 들여오기 앞서 어떤 낱말로 우리 ‘마음 움직임’을 가리키고 있었는지를.

 

 먼저 ‘뭉클하다’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북받치다’가 있습니다. 그리고 ‘찡하다’가 있는 한편, ‘울렁거리다’를 쓰기도 합니다. ‘벅차다’라는 말로도 나타냅니다. ‘짠하다’나 ‘눈물겹다’ 같은 말을 쓰기도 합니다.

 

 ┌ 감동적이었어요

 │

 │→ 감동 받았어요

 │→ (가슴) 뭉클했어요

 │→ 아주 좋았어요

 └ …

 

 ‘감동’이라는 낱말을 그대로 둘 때가 낫다고 느낀다면 “감동했어요”나 “감동 받았어요”처럼 적습니다. 가만히 따지고 보니 ‘감동’이라는 낱말은 안 써도 되겠구나 싶으면, “뭉클했어요”로 적어 보거나 “아주 좋았어요”처럼 적어 봅니다.

 

 

ㄴ. 감동적인 문자 메시지

 

.. 끈기 있다는 둥, 용기 있다는 둥, 좌우간 감동적인 문자 메시지가 수없이 들어왔다더군요 ..  《시게마츠 기요시/고향옥 옮김-졸업》(양철북,2007) 80쪽

 

 ‘좌우간(左右間)’은 ‘어떻든’이나 ‘어쨌든’이나 ‘아무튼’으로 다듬습니다. ‘문자 메시지(文字 message)’는 ‘문자’라고만 하거나 ‘쪽지’로 손보거나 ‘손전화 쪽지’로 손봅니다.

 

 ┌ 감동적인 문자 메시지가

 │

 │→ 눈물겨운 문자가

 │→ 가슴 찡한 쪽지가

 │→ 따뜻한 쪽지가

 │→ 힘내라는 쪽지가

 └ …

 

 스스로 목숨을 끊어서 죽은 아버지를 둔 아이가 학교에서 따돌림을 받으면서 ‘너도 죽으라’는 소리를 줄곧 들었다고 합니다. 이 아이는 자기를 괴롭히는 아이들 말에 ‘그래, 죽어 주지’ 하면서 학교 2층에서 뛰어내렸고, 아이는 죽을 수도 있었으나 다리만 부러지고 살아남았습니다. 그런 일이 있은 뒤, 반 아이들은 아이한테 여러모로 손전화 쪽지를 보냈다고 하는데, 이 쪽지들이 얼마나 ‘감동할 만했을까’는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이 보기글은 ‘감동하지 않을 만하고 우스꽝스러운’ 노릇을 슬며시 비꼬고자 ‘감동적’이라는 말을 넣었는지 모릅니다.

 

 ― 아무튼 ‘가슴 찡한’ 손전화 쪽지가

 

 말 그대로 가슴이 찡할 만한 쪽지였다면 “아무튼 가슴 찡한 손전화 쪽지”처럼 적어 줍니다. 가슴이 찡하지도 않았을 녀석들이 겉으로만 그러는 척을 했다면 작은따옴표를 넣어 “아무튼 ‘가슴 찡한’ 손전화 쪽지”처럼 적어 주고요.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2008.06.12 10:54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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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우리말 #우리 말 #적的 #감동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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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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