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보다 좋은 우리 '상말' (31) 일자무식

[우리 말에 마음쓰기 336] ‘모골이 송연하다’와 ‘오싹하다’

등록 2008.06.11 09:23수정 2008.06.11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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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일자무식

.. 그에게 탈레반이란 일자무식의 촌뜨기 성직자에 지나지 않았다 ..  <오스네 사이에르스타드/권민정 옮김-카불의 책장수>(아름드리미디어,2005) 29쪽


‘촌뜨기(村-)’는 ‘시골뜨기’로 다듬어 줍니다. 그런데 ‘시골뜨기’라고는 써도 ‘도시뜨기’라는 말은 쓰지 않습니다.

 ┌ 일자무식(一字無識)
 │  (1) 글자를 한 자도 모를 정도로 무식함. 또는 그런 사람
 │   - 일자무식인 백성들도 예절은 안다 / 그는 제 이름도 못 쓰는 일자무식이다
 │  (2) 어떤 분야에 대하여 아는 바가 하나도 없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 저는 기계는 일자무식입니다
 │
 ├ 일자무식의 촌뜨기 성직자
 │→ 아무것도 모르는 시골뜨기 성직자
 │→ 어리석은 시골뜨기 성직자
 │→ 바보스런 시골뜨기 성직자
 └ …

아무것도 모른다면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하면 됩니다. 달리 다른 말을 붙이지 않아도 됩니다. 이런 모습은 ‘어리석다’나 ‘바보스럽다’ 같은 말로 가리킬 수 있습니다. ‘어리숙하다’나 ‘멍청하다’ 같은 말을 넣어도 좋습니다. ‘미련하다’를 넣어도 어울립니다.

 ┌ 일자무식인 백성들도 → 어리석은 백성들도
 ├ 제 이름도 못 쓰는 일자무식 → 제 이름도 못 쓰는 바보
 └ 기계는 일자무식입니다 → 기계는 젬병입니다

국어사전 보기글에 나오는 “기계는 일자무식입니다”라면, “기계는 젬병입니다”로 다듬어 주거나, “기계는 손도 못 댑니다”로 다듬습니다. “기계는 다루지 못합니다”나 “기계라면 하나도 모릅니다”로 다듬어도 괜찮습니다.


ㄴ. 모골이 송연해지다

..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  <박병상-녹색의 상상력>(달팽이,2006) 13쪽


어릴 적부터 ‘모골이 송연하다’라는 말을 곧잘 들었습니다. 곧잘 듣다가는 이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제대로 모르는 채 그냥 따라서 쓰기도 했습니다.

 ┌ 모골(毛骨) : 털과 뼈를 아울러 이르는 말
 │   - 무서운 얘기를 듣고 나는 모골이 오싹해졌다
 ├ 송연(悚然) : 두려워 몸을 옹송그릴 정도로 오싹 소름이 끼치다
 │   - 순영은 온몸의 털이 송두리째 뽑히는 듯한 송연함에 소파에서 일어나
 ├ 모골이 송연하다 : (관용) 끔찍스러워서 몸이 으쓱하고 털끝이 쭈뼛해지다
 │
 ├ 모골이 송연해진다
 │→ 뒷덜미가 뻣뻣해진다
 │→ 머리털이 쭈삣 선다
 │→ 오싹해서 소름이 돋는다
 │→ 소름이 끼쳐 오싹해진다
 └ …

국어사전을 뒤적여 말뜻을 살핍니다. ‘모골이 송연’은 “털과 뼈가 두려워 옹송그리는 가운데 오싹 소름이 끼치다”쯤 됩니다. 흠, 털과 뼈가 옹송그리다니. 소름이 끼치도록 두렵다고 할 때에, 우리들은 으레 “머리털이 쭈삣 선다”고 이야기했는데. 선뜻 느낌이 나지 않습니다. 뜻은 알겠으나 느낌으로는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 무서운 얘기를 듣고 모골이 오싹해졌다
 │→ 무서운 얘기를 듣고 온몸이 오싹해졌다
 │→ 무서운 얘기를 듣고 오싹해졌다
 │
 ├ 털이 송두리째 뽑히는 듯한 송연함에
 │→ 털이 송두리째 뽑히는 듯한 오싹함에
 └ …

무섭거나 추워서 몸이 움츠러들거나 소름이 돋을 때 ‘오싹하다’고 합니다. ‘송연’ 풀이를 보니, “오싹 소름이 끼치다”로 나옵니다. 그러면, 우리들로서는 “털이 송두리째 뽑히는 듯한 송연함”이라고 쓰기보다는 “털이 송두리째 뽑히는 듯한 오싹함”이라고 적어 줄 때, 한결 알아듣기에 낫지 않으랴 생각합니다.

‘모골’이라는 말, ‘송연’이라는 말, 또 두 낱말을 묶는 관용구는 우리한테 얼마나 쓰임새가 있는 말이 되겠습니까. 또, 이와 같은 말을 구태여 써야 할 까닭이란 무엇이겠습니까.

예부터 써 온 여러 가지 관용구가 있습니다. 이러한 관용구는 누구나 듣는 그 자리에서 곧바로 알 수 있습니다. 아이들도 수월하게 배워서 손쉽게 쓸 수 있습니다.

우리가 쓸 말이라면 어느 쪽 말이어야 할는지 헤아려 보면 좋겠습니다. 천 냥 빚을 갚기도 하지만, 천 냥 빚을 지기도 하는 말이라고 했듯이, 우리한테 천 냥 빚을 갚도록 하는 고마운 말, 한결 나은 말, 살뜰한 말, 아름다운 말이란 어느 쪽인가를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누구나 손쉽게 쓰면서 수월하게 알아듣고 받아들일 만한 말일 때가 나은지, 한문 지식으로만 쓰이는 말이 나은지 곰곰이 따져 보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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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 #우리말 #우리 말 #사자성어 #상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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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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