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보다 좋은 우리 '상말' (33) 기고만장

[우리 말에 마음쓰기 351] ‘기고만장하던 자세’, ‘기고만장하던 녀석들’ 다듬기

등록 2008.06.26 13:11수정 2008.06.26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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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기고만장 1 : 기고만장하던 자세

.. 어머니들은 아이들의 말을 들으면서 어마! 어쩜! 정말! 시원하게 웃으면서 지금까지 잊고 있던 아이들 세계로 빠져 들어갑니다. 들어주는 마주이야기 교육을 받아들이려는 마음의 문을 열면서 아이들한테 기고만장했던 자세가 겸손해졌습니다 ..  《박문희-들어주자 들어주자》(지식산업사,1998) 101쪽


“아이들의 말”은 “아이들 말”이나 “아이들이 하는 말”로 다듬습니다. 바로 뒤에 보이는 “아이들 세계”에서는 토씨 ‘-의’를 안 넣었듯이. 이와 마찬가지로 “마음의 문”도 “마음문”으로 고쳐 줍니다. ‘자세(姿勢)’는 ‘매무새’로 손보고, ‘겸손(謙遜)해졌습니다’는 ‘얌전해졌습니다’나 ‘다소곳해졌습니다’로 손봅니다.

 ┌ 기고만장(氣高萬丈)
 │  (1) 펄펄 뛸 만큼 대단히 성이 남
 │   - 채 영감은 기고만장해 가지고 바락바락 목청을 돋우며
 │  (2) 일이 뜻대로 잘될 때, 우쭐하여 뽐내는 기세가 대단함
 │   - 뭘 믿기에 저렇게 기고만장이야? / 한 번 이긴 것으로 기고만장한 그들의 태도
 │
 ├ 기고만장했던 자세가 겸손해졌습니다
 │→ 우쭐거리던 몸가짐이 누그러졌습니다
 │→ 큰소리 뻥뻥이던 모습이 사라졌습니다
 │→ 뻣뻣하던 매무새가 부드러워졌습니다
 │→ 우쭐거림을 버리고 다소곳하게 되었습니다
 └ …

네 글자 한자말 ‘기고만장’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고 합니다. 첫째 뜻은 “펄펄 뛸 만큼 대단히 성이 남”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뜻으로는 거의 쓰일 일이 없다고 느낍니다. 아니, 쓰는 사람을 보지 못했습니다. 대단히 성이 나면 “대단히 성이 났다”고 하거나 “크게 성이 났다”고 할 뿐입니다.

 ┌ 뭘 믿기에 저렇게 기고만장이야?
 │→ 뭘 믿기에 저렇게 거들먹거려?
 │→ 뭘 믿기에 저렇게 잘난 척이야?
 ├ 기고만장한 그들의 태도
 │→ 우쭐거리는 그들 모습
 │→ 콧대가 높아진 그들 매무새
 └ …

둘째 뜻은 “우쭐하여 뽐내는 모습이 대단하다”라고 합니다. 우리가 익히 듣는 ‘기고만장’은 이 둘째 뜻입니다. 그런데, 우쭐거리는 사람한테는 ‘우쭐거린다’고 하고, 잘난 척하는 사람한테는 ‘잘난 척한다’고 하며, 뽐내는 사람한테는 ‘뽐내는군’ 하고 말하는 우리들이 아니었는가 생각합니다.


 ┌ 잔뜩 뽐내다
 ├ 콧대가 하늘을 찌른다
 ├ 순 잘난 척이다
 ├ 어깨가 들썩거리다
 └ …

우쭐거림을 나타내는 우리 말은 꽤 많습니다. 사람마다 자기 느낌을 살려서 여러모로 적어 볼 수 있습니다.


ㄴ. 기고만장 2 : 바로 기고만장해짐

.. “유, 베리 베리 핸섬 맨”이라는 찬사를 들은 후 바로 기고만장해짐 ..  《이지현-니나와 폴의 한국말 레슨》(문학사상사,2003) 5쪽

“찬사(讚辭)를 들은 후(後)”는 “좋은 말을 들은 뒤”나 “칭찬을 들은 뒤”로 다듬어 줍니다.

 ┌ 바로 기고만장해짐
 │
 │→ 바로 콧대가 높아짐
 │→ 바로 잘난 척
 │→ 바로 우쭐거림
 │→ 바로 어깨가 들썩들썩
 └ …

콧대가 높아지는 모습을 가리켜, 말 그대로 “콧대가 높아지네” 하고 말할 수 있습니다. “콧대가 하늘로 치솟네”라든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까부네”라든지 “이 세상이 모두 제 것인 줄 아네” 하고 말해 볼 수 있습니다.

틀에 박힌 낡은 말굴레에서 벗어나, 낱말뜻이 환하게 드러나도록 하는 말투로 추스르면서, 또한 지식자랑으로 기울어지지 않는 살가운 말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 삶이 묻어나고 배어나고 담뿍 담긴 말을 알맞춤하게 가려내어 쓸 수 있습니다.

ㄷ. 기고만장 3 : 기고만장하던 녀석들도

.. 기고만장하던 광동 녀석들도 점점 겁을 먹는데 ..  《산바치 카와-4번 타자 왕종훈 (1)》(서울문화사,1993) 148쪽

‘점점(漸漸)’은 ‘조금씩’이나 ‘슬슬’이나 ‘이제’로 손질합니다.

 ┌ 기고만장하던 녀석들도
 │
 │→ 으스대던 녀석들도
 │→ 거들먹거리던 녀석들도
 │→ 비웃던 녀석들도
 │→ 깔보던 녀석들도
 └ …

콧대가 높다던 녀석들은 으스대곤 합니다. 잘난 척하는 녀석들은 거들먹거리기 일쑤입니다. 어깨를 들썩이는 녀석들은 맞은편을 비웃거나 깔보면서 히죽히죽거리며 속을 부글부글 끓게 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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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 #우리말 #우리 말 #사자성어 #상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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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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