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123) 협조적

― ‘무척 협조적이냐 하면’, ‘협조적이고 관대하며’ 다듬기

등록 2008.10.30 13:53수정 2008.10.30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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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무척 협조적이냐 하면

.. 이렇게 모여 산다고 해서 무척 협조적이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  <한나라 한겨레를 향하여>(송건호, 풀빛, 1989) 14쪽


국어사전을 살펴보면, 한자말 ‘협조’가 두 가지로 올라 있습니다. 하나는 ‘協助’로, “힘을 보태어 서로 도움”을 뜻하고, 둘은 ‘協調’로 “힘을 합하여 서로 조화를 이룸”을 뜻한다고 합니다. ‘협’은 ‘도울 協’을 쓰지만 ‘조’는 한자가 달라서 두 낱말이 갈리는구나 싶어요. 그런데 앞엣말은 ‘-적’붙이 말이 없고, 뒤엣말은 ‘-적’붙이 말이 없다고 하는군요.

그나저나, 우리들이 ‘협조’라고 하는 한자말을 쓸 때에는 어느 쪽 한자말을 쓸까요. 힘을 보태어 서로 돕는 ‘協助’인가요? 힘을 합하여 서로 조화를 이루는 ‘協調’인가요? 그리고 왜 ‘協調的’은 ‘-적’을 붙여서 쓰고, ‘協助的’이라는 말투는 안 쓸까요?

한글로만 적어 놓아도, 두 가지 한자말 ‘협조’를 가릴 수 있을까요? 한글로 적어 놓은 ‘협조적’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알아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 협조적(協調的) : 힘을 합하여 서로 조화를 이루는
 │   - 협조적 자세 / 협조적 행동 / 협조적인 태도
 ├ 협조(協調)
 │  (1) 힘을 합하여 서로 조화를 이룸
 │   - 이번 연주회의 성공은 개성이 강한 단원들 간의 협조 덕택이었다
 │  (2) 생각이나 이해가 대립되는 쌍방이 평온하게 상호 간의 문제를 협력
 │      하여 해결하려 함
 │   - 노사 협조
 ├ 협조(協助) : 힘을 보태어 서로 도움
 │   - 협조를 요청하다 / 관련 기관의 협조를 얻다 /
 │     여러분의 자발적인 협조가 없이는 결코 성사될 수 없습니다
 │
 ├ 무척 협조적이냐 하면
 │→ 힘껏 도우며 사느냐 하면
 │→ 잘 어울리며 사느냐 하면
 │→ 서로 잘 돕느냐 하면
 │→ 서로 잘 어울리느냐 하면
 └ …

한자말 뜻풀이를 헤아려 봅니다. ‘協助’를 풀이할 때에는 “힘을 보태어”로 적고, ‘協調’를 풀이할 때에는 “힘을 합하여”로 적습니다. ‘合하다’는 ‘더하다’나 ‘보태다’를 가리키는 외마디 한자말입니다. 그러니까, 같은 한자말 풀이임에도, 한 낱말은 토박이말을 써서 풀이를 하고, 다른 한 낱말은 한자말을 써서 풀이한 셈입니다.


 ┌ 힘을 보태어 서로 도움 : 協助
 └ 힘을 합하여 서로 조화를 이룸 : 協調

한자를 다시금 뜯어 살피면, ‘協助’는 “돕고 또 돕고”입니다. ‘協調’는 ‘돕고 어우러지고’입니다. 소리는 같고 뜻이 다른 한자를 넣으며 이와 같이 달리 쓰는 셈인데, 한자로 말살림 꾸리는 분들이라면 으레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 나갈 테지만, 토박이말로 생각하고 한글로 말살림 가꾸는 우리들이라 한다면, ‘돕고 돕다’와 ‘돕고 어우러지다’처럼 적어야 알맞으리라 봅니다. ‘서로 돕다’라 하고, ‘도우며 어깨동무하다’라 하면 잘 어울린다고 느낍니다. ‘돕고 아끼다’라 하고, ‘돕고 하나가 되다’라 해도 제법 어울려요.


 ┌ 협조적 자세 → 서로 도와 어우러지는 매무새
 ├ 협조적 행동 → 서로 돕는 모습
 └ 협조적인 태도 → 힘껏 도우려는 몸가짐

도우며 살아가는 우리 모습을 가리키는 ‘상부상조(相扶相助)’라는 네 글자 한자말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서로 돕다”를 ‘상부상조’라 하는데, ‘서로돕기’처럼 우리 깜냥껏 새 낱말을 지어서 쓰면 한결 낫지 않느냐 싶어요. ‘함께돕기’ 같은 낱말을 지어도 괜찮고, ‘다같이돕기’나 ‘모두돕기’ 같은 낱말을 지어도 괜찮습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이를 돕는다고 하듯, 우리 스스로 우리 말을 가꾸려고 마음을 기울이면 시나브로 말을 북돋우고 생각을 북돋우고 넋을 북돋우며 삶과 삶터와 세상 모두 북돋우게 됩니다.

ㄴ. 협조적이고 관대하며

.. 쿵족 성인들 대부분은 협조적이고 관대하며 부지런히 일할 뿐만 아니라, 다른 문화권 사람들에 비해 결코 더 이기적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  <니사>(마저리 쇼스탁/유나영 옮김, 삼인, 2008) 81쪽

‘성인(成人)’은 ‘어른’으로 다듬고, ‘대부분(大部分)은’은 ‘거의 모두’나 ‘으레’로 다듬습니다. ‘관대(寬大)하며’는 ‘너그러우며’로 손보고, “사람들에 비(比)해”는 “사람들과 견주어”로 손보며, ‘결(決)코’는 ‘그다지’나 ‘조금도’로 손봅니다. ‘이기적(利己的)이라고’는 ‘자기만 생각한다고’나 ‘제 밥그릇만 챙긴다고’로 손질합니다.

 ┌ 협조적이고 관대하며
 │
 │→ 서로 돕고 너그러우며
 │→ 서로 도우며 살고 넉넉하며
 │→ 서로 아끼고 넉넉하며
 └ …

종이 한 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처럼, 우리는 작은 힘 하나부터 모으거나 보태거나 더하거나 함께하면서 살아갈 때가 한결 낫습니다. 아름답습니다. 훌륭합니다. 재미있습니다. 좋습니다.

처음부터 크나큰 힘을 모두거나 엮을 수는 없어요. 때에 따라서는 큰힘을 먼저 여미기도 하겠지만,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여미지 않고서 큰힘부터 여미기란 몹시 어려운데다가, 이루지 못하기 일쑤입니다. 작은 대목 하나부터 살피며 큰 얼거리를 엮고, 하찮아 보이는 낱말 하나부터 알뜰히 추스르면서 우리 말투와 말씨를 보듬어야 합니다.

 ┌ 오순도순 너그러우며
 ├ 사이좋고 너그러우며
 ├ 어깨동무를 하고 너그러우며
 └ …

오순도순 작은 재미를 나누며 살고픈 우리들이라 한다면. 사이좋게 작은 기쁨을 함께하며 어우러지고픈 우리들이라 한다면. 너른 가슴으로 어깨동무를 하며 사랑과 믿음을 심고픈 우리들이라 한다면.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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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적的 #우리말 #우리 말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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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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