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126) 주체적

― '구조변동의 과정을 주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다듬기

등록 2008.11.07 18:46수정 2008.11.07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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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째, 구조변동의 과정을 주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단순한 ‘적응’의 압력 앞에서 모종의 ‘두려움’에 휩싸일 때 ..  <노동의 희망>(강수돌, 이후, 2001) 216쪽

 

교수님들이 쓰는 책은 웬만해서는 안 읽으려 합니다. 뻔하고 쉬운 이야기를 너무 어려운 말에 가두어 놓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말이라는 쇠창살에 갇힌 좋은 이야기들이 불쌍하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구조변동의 과정”은 무엇이고, “단순한 ‘적응’의 압력 앞에서 모종의 ‘두려움’에 휩싸일 때”는 도무지 무슨 소리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사회가 바뀌어 가는 흐름”을, “세상이 달라지는 흐름”을, 그리고 “그저 ‘따라야 한다’고 억눌리는 가운데 어떤 ‘두려움’에 휩싸일 때”를 말할 수 없었을까 궁금합니다. 말을 말대로 풀어놓지 못한 채 자꾸만 감옥에 가두거나 옭매어 놓는다면, 우리들은 서로서로 무슨 생각과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을는지 궁금합니다.

 

 ┌ 주체적(主體的) : 어떤 일을 실천하는 데 자유롭고 자주적인 성질이 있는

 │   - 한국사의 주체적 전개 / 인간은 저마다 주체적 존재로서 /

 │     서양 철학을 주체적으로 수용하다

 ├ 주체(主體)

 │  (1) 어떤 단체나 물건의 주가 되는 부분

 │   - 검찰 내부에서는 그 사건의 수사 주체를 놓고 신경전이 벌어졌다 /

 │     국가의 주체는 국민이다.

 │  (2) 사물의 작용이나 어떤 행동의 주가 되는 것

 │   - 역사의 주체 / 가계는 중요한 경제 활동의 주체 가운데 하나이다

 │

 ├ 주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 자기 나름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 슬기롭게 살피지 못하고

 └ …

 

말이 홀가분하지 못한 까닭이라면, 먼저 생각이 홀가분하지 못한 탓입니다. 생각이 홀가분하지 못한 까닭이라면, 우리 몸이 어디엔가 매여 있는 탓입니다. 권력에 매이든 강단에 매이든 돈에 매이든, 어디에든 매여 있기에 우리 몸은 쇠사슬에 친친 감겨 있는 셈이고, 쇠사슬에 친친 감겨 있는 몸에서 홀가분하며 너른 생각이 용솟음치듯 흘러나오기는 어렵습니다.

 

지난날이나 오늘날이나, 우리 나라 아이들은 대학입시 굴레를 뒤집어쓰면서 그 풋풋하고 싱싱한 젊은을 잿빛으로 물들이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자기 생각을 키우고 자기 넋을 가꾸며 자기 꿈을 일구어 가지 못하게끔 눌려 있습니다. 밟혀 있습니다. 죽어 지냅니다.

 

아이들 말이 자꾸 아파하고 있다면, 아이들 말이 자꾸 ‘외계말’이라 하는 말처럼 뒤틀리고 있다면, 아이들이 자기 꿈과 생각을 스스럼없이 펼치지 못하고 있다면, 이는 바로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을 제도권 입시교육에 훌륭히(?) 가두고 길들인 보람입니다. 닫힌 학교, 갇힌 학교, 막힌 학교인데, 아이들한테서 열린 생각, 트인 마음, 깨인 슬기를 바랄 수 없는 노릇입니다.

 

 ┌ 서양 철학을 주체적으로 수용하다 → 서양 철학을 우리 나름대로 받아들이다

 ├ 인간은 저마다 주체적 존재로서 → 사람은 저마다 자기 줏대가 있어

 └ 한국사의 주체적 전개 → 한국 역사를 우리 스스로 읽어내기

 

생각해 보면, 우리 스스로 우리 말로 우리 땅에서 우리 생각(철학/사상)과 삶을 가꾸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무리가 있습니다. 헌법은 있어도 국가보안법이 그 위에 올라타고 있습니다. 또한 ‘법을 밟고 있는’ 이와 같은 몹쓸 무리에 기대어 떡고물 얻어먹는 사람이 퍽 많습니다. 허울은 그럴싸한 ‘자유민주주의’이지만, 미국과 맺는 무역협정은 ‘자유무역’협정이라고 하지만, ‘자유’라는 말이 참된 자유로움을 뜻하는 자리에 쓰이지 않습니다. 껍데기를 씌워서 거짓이 되어 버린 자유요, 참된 모습이 감춰진 자유요, 오히려 우리들을 꽁꽁 묶거나 짓누르고 있는 자유입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외쳐지는 ‘자유통일’과 ‘자유수호’는 무엇을 가리키고 있습니까.

 

사회가 사회다움을 잃는 자리에서 말이 말다움을 찾을 수 없습니다. 정치가 정치다움에서 벗어나 있는 곳에서 글이 글다움을 지킬 수 없습니다. 경제도 문화도 교육도 예술도 경제다움과 문화다움과 교육다움과 예술다움에서 한참 멀어져 있습니다. 동떨어져 있습니다.

 

참됨을 찾고 참길을 가야 합니다. 참됨을 찾아야 말이 참되게 새로워집니다. 참길을 가야 글이 참되게 다시 태어납니다.

 

 (보기글 통째로 다듬기)

→ 세상이 바뀌어 가는 흐름을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그저 ‘따라가기만 하도록’ 짓누르는 힘 앞에서 이른바 ‘두려움’에 휩싸일 때

→ 세상이 달라지는 흐름을 슬기롭게 깨닫지 못하고, 그냥 ‘몸을 맞추도록’ 내리누르는 힘 앞에서 어떤 ‘두려움’에 휩싸일 때

 

오순도순 즐겁게 가꿀 우리 말은, 거짓을 떨치고 참을 찾는 자리에서 가꿀 수 있습니다. 싱글벙글 살가이 나눌 우리 글은, 거짓을 씻어내고 참을 일으키는 터전에서 누릴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2008.11.07 18:46ⓒ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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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적的 #우리말 #우리 말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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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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