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4)

― '체격의 소유자', '강한 이념의 소유자' 다듬기

등록 2008.11.11 19:42수정 2008.11.11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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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내놓을 만한 체격의 소유자

 

.. 나 자신으로 말하면, 남 앞에 떳떳이 내놓을 만한 체격의 소유자도 못 되고, 그렇다고 그들의 행동을 찬양할 만큼 용기가 강한 위인도 못 된다 ..  《최병덕-세계 걸작 누우드 사진》(사진과평론사,1979) 12쪽

 

 ‘체격(體格)’은 ‘몸’이나 ‘몸집’으로 손질합니다. “그들의 행동(行動)을”은 “그들이 하는 짓을”이나 “그들 매무새를”로 손봅니다. ‘찬양(讚揚)할’은 ‘노래할’이나 ‘아름답다 할’이나 ‘멋지다 할’로 다듬어 주고, “용기가 강(强)한 위인(偉人)도”는 “용기 있는 사람도”로 다듬습니다.

 

 ┌ 내놓을 만한 체격의 소유자도

 │

 │→ 내놓을 만한 몸피도

 │→ 내놓을 만한 몸도

 │→ 내놓을 만한 사람도

 └ …

 

 보기글 앞쪽에 “체격의 소유자”로 적는 말씀씀이라면, 뒤쪽도 “용기의 소유자”로 적었음직합니다. 그러나 뒤쪽은 “강한 용기의 소유자”라 안 적고 “용기가 강한 위인”으로 적습니다.

 

(통째로 손질하기)→ 남 앞에 떳떳이 내놓을 만한 몸도 못 되고, 그렇다고 젊은이들 매무새(몸가짐)를 멋지다 말할 만큼 야무진 사람도 못 된다

 

 보기글을 통째로 다듬으면서 살피니, 앞쪽은 ‘몸’을 이야기하고 뒤쪽은 ‘마음’을 이야기합니다. 힘살이 울퉁불퉁하거나 단단히 다져지지 못한 ‘몸’에다가, ‘마음’으로도 부럽거나 좋다고 말할 만큼 배짱이 있지 못하다는 이야기예요. 그래서, 한 번 더 보기글을 다듬어서, “나 자신으로 말하면, 남 앞에 떳떳이 내놓을 만한 몸도, 젊은이들 마음을 아름답다 말할 배짱도 못 된다”쯤으로 적어 봅니다.

 

 

ㄴ. 강한 이념의 소유자

 

.. 얼마나 강한 이념의 소유자였으면 그 험한 노동 운동을 오랫동안 버텨 왔을까 하는 거다 ..  《심상정-당당한 아름다움》(레디앙,2008) 5쪽

 

 ‘강(强)한’은 ‘단단한’이나 ‘굳은’으로 다듬습니다. ‘험(險)한’은 ‘거친’이나 ‘힘든’으로 손보고, “버텨 왔을까 하는 거다”는 “버텨 왔을까 한단다”로 손봅니다.

 

 ┌ 얼마나 강한 이념의 소유자였으면

 │

 │→ 얼마나 이념이 센 사람이었으면

 │→ 얼마나 이념이 단단한 사람이었으면

 │→ 얼마나 굳센 이념이 있었으면

 │→ 얼마나 굳은 이념이었으면

 └ …

 

 이념이나 믿음이 단단한 사람이 있고 무른 사람이 있습니다. 튼튼한 사람과 여린 사람이 있으며, 굳은 사람과 말랑한 사람이 있어요.

 

 마음이 튼튼하니 “마음이 튼튼한 사람”입니다. 마음이 여리니 “마음이 여린 사람”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몸이 튼튼하면 “몸이 튼튼한 사람”입니다. 몸이 여리면 “몸이 튼튼한 사람”이고요.

 

 ┌ 건강한 신체의 소유자 (x)

 └ 몸이 튼튼한 사람 (o)

 

 우리 스스로 우리 말을 비비꼴 까닭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다른 말투’로 “-의 소유자”라는 말투를 쓴다고 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만, 있는 그대로 쓰던 말을 있는 그대로 안 쓰면서 부리는 말투란, 우리한테 얼마나 알맞거나 좋거나 반갑거나 쓸 만할까 궁금합니다.

 

 ┌ 선량한 정신의 소유자 (x)

 └ 마음이 착한 사람 (o)

 

 내 이웃이나 동무하고 스스럼없이 주고받도록 말을 하려는 사람이라면, 꾸밈없이 말하게 됩니다. 책을 쓰건 국회에서 말을 하건 방송에 나와서 이야기를 들려주건, 내 뜻을 더 넓고 깊이 나누고자 하는 생각이라면, 더더욱 털털하고 조촐하게 말해야 하지 않느냐 싶습니다.

 

 ┌ 뚱뚱한 살의 소유자 (x)

 └ 뚱뚱한 사람 (o)

 

 말을 느끼면서 삶을 느끼고, 삶을 느끼면서 말을 느낍니다. 말을 알맞게 추스르면서 삶을 알맞게 추스르고, 삶을 알뜰히 가다듬으면서 말을 알뜰히 가다듬습니다.

 

 차근차근 살피면 좋겠고, 하나씩 돌아보면 고맙겠습니다. 한꺼번에 모든 낱말과 말투를 바로잡거나 일으켜세우려고 하지 말고, 하루에 한 가지씩이라도 괜찮으니, 삶과 생각과 말이 한동아리로 아름다울 수 있게끔 마음을 기울여 주면 반갑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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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11 19:42ⓒ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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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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