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영혼을 타인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

[리뷰] 딘 쿤츠 <죽음의 여신>

등록 2008.12.08 08:20수정 2008.12.08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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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여신> 겉표지 ⓒ 다신책방

어떤 사람들은 죽어서도 이승을 떠나지 못한다. 생명이 다하는 순간 대부분의 영혼은 다른 차원으로 사라지지만, 그러지 못하고 살아있는 사람들의 세상을 방황하는 영혼도 있다.

그들이 다른 세상으로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두려움이나 후회, 남은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 그런 이유들이다. 또는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은 경우도 있다.


그런 영혼들은 모두 자기만의 갈망을 간직한 채 자신이 죽은 장소를 서성거린다. 그리고 살아있는 사람이 자신에게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 영혼들은 누군가가 결단을 내려주고 위로해주기를 바란다.

스스로 열기 어려운 문을 누군가 대신 열어주기를 기대하고, 따뜻한 말로 감싸주기를 바란다. 저 세상으로 떠나도 괜찮다고, 내세를 두려워할 것 없다고, 이승에는 고통뿐이니 주저없이 두번째 삶으로 나아가라고 말해주기를 기다린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과 교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죽은 자들을 보고, 그들의 슬픔과 회한을 느끼며 상처를 어루만져줄 인물이 필요하다.

이승에서 떠도는 영혼을 만나는 주인공

<죽음의 여신>의 주인공 오드 토머스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21살의 청년인 오드는 죽은 사람들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 능력은 후천적인 노력으로 얻어진 것이 아니라,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갑자기 자신에게 생겨났다. 처음에는 당혹스럽고 두려웠지만 그는 이 재능을 적절히 사용한다.


사고로 죽은 영혼을 위로해주고 죽은 자와의 교감을 통해서 살인사건의 범인을 잡기도 한다. 그렇다고 자신의 능력을 세상에 광고하고 다니지는 않는다. 그랬다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와서 오드에게 영매노릇을 해달라고 요청하고, 미제 살인사건을 파헤쳐달라고 강요할 것이 뻔하다.

오드는 요리사 일로 생계를 유지하며 하루하루 조용히 살아간다. 여행을 다니지도 않고 파티를 열지도 않는다. 뉴스나 패션을 쫓지도 않으며 정치에도 관심이 없다. 미래를 위한 계획을 세울 생각도 없다. 지금껏 미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이유도 최소한의 생활양식을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신의 능력에 관한 이야기가 다른 사람을 통해서 조금씩 외부로 새나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죽음의 여신>에서 오드는 그런 상황에 처한다. 죽음과 내세에 관심이 많은 한 여성이 우연히 오드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그에게 죽음을 보여달라고 요구한다.

단순하게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오드의 친구 중에서 신체가 불편한 사람을 납치해서 오드를 협박한다. 유령을 소환해서 보여주지 않으면 친구의 몸을 폭탄으로 날려버리겠다는 것이다. 오드는 유령을 볼 수 있지만 그 능력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지는 못한다. 오드로서는 최악의 어려움에 직면한 것이다.

어떻게 죽은 영혼을 불러낼까

<죽음의 여신>은 오드 토머스 시리즈의 두번째 편이다. 첫 작품인 <살인예언자>가 오드 토머스의 능력을 소개해 주었다면, <죽음의 여신>은 독자를 오드와 함께 거친 사건 속으로 뛰어들게 한다. 전작이 먹구름이 몰려오는 폭풍전야였다면 이번 편은 청동상과 램프, 카펫이 날아다니는 회오리의 한복판이다.

오드는 자신의 기이한 능력 때문에 사건에 휘말리지만,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자신의 힘을 교묘하게 이용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친구를 납치한 여인의 요구를 들어주고 무사히 인질을 구해낼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은 죽은 자와의 대면을 상상해 본다. 먼저 떠난 가족이나 친구, 혹은 자기와는 관계없는 사람일지라도. 아무리 오래 살다가 평화롭게 죽었다 하더라도 이승을 저버린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아쉬운 일이다. 하물며 제명대로 살지도 못하고 억울한 죽음을 맞았다면 오죽할까.

그 미련과 아쉬움이 클수록 그 영혼도 저승으로 가지 못한 채 구천을 떠돌다가 사람들 앞에 나타날지 모른다. 자신의 한을 풀어달라고, 도저히 억울해서 이대로는 저 세상으로 떠나지 못하겠다고.

<죽음의 여신>의 마지막 장면에서 오드는 속세를 등지고 수도원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또 수많은 영혼과 마주치게 될것이다. 신에게 기도하는 장소인 수도원이야말로 억울한 영혼들이 모여들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미스터리와 스릴러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오드 토머스 시리즈를 읽다보면 묘한 슬픔이 생겨난다. 어떤 이유로 죽었건 간에, 망자들이 가지고 있는 사연은 언제나 슬프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죽음의 여신> 딘 쿤츠 지음 / 조영학 옮김. 다산책방 펴냄.


덧붙이는 글 <죽음의 여신> 딘 쿤츠 지음 / 조영학 옮김. 다산책방 펴냄.

죽음의 여신 - 오드 토머스 두 번째 이야기

딘 R. 쿤츠 지음, 조영학 옮김,
다산책방, 2008


#딘 쿤츠 #죽음의 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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