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을 보는 남자, 살인범을 추적하다

[리뷰] 딘 쿤츠 <살인예언자>

등록 2008.12.06 11:52수정 2008.12.06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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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예언자> 겉표지 ⓒ 다산책방

▲ <살인예언자> 겉표지 ⓒ 다산책방

타인과는 다른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과연 좋은 일일까. 그 능력이 글을 쓴다거나 바이올린을 연주한다거나 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축복일 테다.

 

그게 아니라 남들이 의심할 만한 초자연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때부터는 사람들 사이에서 '뛰어난 존재'가 아닌 '이질적인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살인예언자>의 주인공 오드 토머스가 바로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그는 남부 캘리포니아의 피코문도 마을에서 살고 있는 20살의 청년이다. 부모는 오래 전에 이혼했고 오드는 태어나서 한번도 그들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

 

그런 부모가 지겨워서인지 16세때부터 독립해서 혼자 살고 있다. 스스로를 초일류급 요리사라고 믿고 있는 오드는 마을의 오래된 식당에서 요리사로 일하면서 생계를 유지한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요리사를 집어치우고 타이어 영업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겉보기에 오드 토머스는 같은 또래의 일반적인 젊은이들과 별차이가 없다. 어둡고 우울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그것을 잘 이겨냈고, 사랑하는 여자친구도 있다.

 

하지만 오드에게는 남들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할 비밀이 있다. 그것은 그가 죽은 사람을 본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골치아픈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강간당하고 죽은 소녀가 나타나서 살인자를 알려줄 때도 있다. 그럴 때 오드는 정의의 사도로 변해서 범인을 뒤쫓는 활극을 한바탕 벌인다.

 

죽은 자와 소통하는 오드 토머스

 

때로는 죽은 사람이 아무 이유없이 나타나기도 한다. 음주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이 오드의 앞을 어슬렁거리고, 수십 년전에 죽은 엘비스 프레슬리가 나타나서 난데없이 울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오드는 아침에 잠에서 깨면 침대 주위에서 죽은 자가 자기를 내려다보고 있지않나 확인부터 한다.

 

오드 토머스는 또 폭력의 기운을 민감하게 감지한다. 어느 곳에서 어떤 폭력적인 사건이 발생할지 막연하게 예지하는 능력이 있다. 이런 면 때문에 피코문도 마을의 몇몇 사람들은 그를 일종의 심령술사로 알고 있다. 예언자, 마술사, 천리안 같은 부류로 취급한다.

 

오드가 죽은 자들을 본다고 알고 있는 사람은 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마을의 경찰서장도 그중 하나다. 서장은 오드의 능력 덕에 여러가지 사건을 해결한 경험이 있다. 그때마다 사건수사 기록에 오드의 이름이 들어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많은 신경을 쓴다. 오드의 능력이 세상에 알려지면 호기심에 사로잡힌 수많은 사람들이 피코문도 마을로 몰려올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소문의 칼날로 오드의 이미지를 멋대로 깎아서 만든다. 해몽을 해달라는 사람도 있고 점을 봐달라는 사람도 있다. 죽은 자들과 소통한다고 해서 미래의 일까지 알 수있는 것은 아니다. 가끔씩 깊은 잠을 잘때면 몰라도 깨어있을때는 오드 역시 두려움에 떨지만, 이런 사실을 속시원히 털어놓지 못해서 걱정이다.

 

그러던 어느날, 피코문도 마을에 엄청난 폭력을 몰고올 한 남자를 발견하게 된다. 이 남자에 대한 오드의 불안감은 이성이 아니라 조잡한 본능에 따른 것이다. 그는 피코문도 마을에서 고양이 대열에 낀 오리만큼이나 이질적이다.

 

오드는 그를 추적하고 미행하면서 안절부절 못한다.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면서도 자신과 친구들을 그 파괴에서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이다. 오드는 그 남자의 정체를 밝히고 그가 몰고올 커다란 폭력을 미리 막을 수 있을까?

 

작은 마을을 물들이는 폭력의 기운

 

죽음은 어디에나 있다. 다락방의 환풍창에도, 현관 지붕이나 마당의 잔디밭에도 죽음의 그늘이 언제 드리워질지 모른다. 하지만 죽음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또다른 문제다. 살아있는 사람들의 세상에서 살아있는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며, 동시에 죽은 자들과 관계를 맺는 다는 것은 그 자체로 두려운 일이다.

 

죽은 자들이 특별히 자기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더라도, 뭔가 사정이 있어서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서성이고 있을 것이다. 그들을 곱게 죽은 자들의 세상으로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오드 토머스도 그에 대한 답을 완전히 알지는 못한다. 답을 안다고 하더라도 그 많은 죽은 자들의 사연을 모두 챙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렇게 본다면 오드의 능력은 축복이자 동시에 저주일 것이다.

 

오드 토머스라는 독특한 인물을 창조한 작가 딘 쿤츠는 작품을 통해서 인간의 어두운 심연을 묘사하고 있다. 오드는 죽은 자들과 소통하면서 자신의 혈통에 전해져 왔을지 모를 광기의 기운을 조금씩 통제해간다. <살인예언자>는 오드 토머스 시리즈의 첫번째 편이다. 오드 토머스의 특이한 능력이 그를 어디로 이끌고 갈지 궁금해진다.

덧붙이는 글 | <살인예언자> 딘 쿤츠 지음 / 조영학 옮김. 다산책방 펴냄.

2008.12.06 11:52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살인예언자> 딘 쿤츠 지음 / 조영학 옮김. 다산책방 펴냄.

살인예언자 1

딘 R. 쿤츠 지음, 조영학 옮김,
다산책방, 2008


#살인예언자 #딘 쿤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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