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 추구하는 시계공, 연쇄살인에 나서다

[신간] 제프리 디버 <콜드 문>

등록 2008.12.18 10:38수정 2008.12.18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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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 문> 겉표지 ⓒ 랜덤하우스

작은 손목시계도 커다란 벽걸이시계도 모두 수많은 부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부품들은 정해진 위치에서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아무리 작은 부품이라도 오동작을 할 경우에는 시계가 작동하지 않거나, 아니면 엉뚱한 시간을 가리키는 수가 있을 것이다.


모든 시계의 공통점은, 어떤 시계라도 필요한 것보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부품이 들어있다는 점이다. 빠진 것도 없고 불필요한 것도 없다.

시계의 역사와 시계 그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면이 꽤나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다. 어쩌면 완벽 그 자체로 보일지도 모른다.

이런 시계처럼 완벽에 가까운 살인계획을 세우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시계바늘의 움직임처럼 정확한 시간계획을 세우고, 각종 부품의 역할처럼 주변 환경을 이용하고 구성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모르긴해도 아마 경찰수사팀에게는 최대의 난적이 될 것이다. 제프리 디버의 2006년 작품인 <콜드 문>에서 이런 범죄자가 등장한다. 작품에서 수사를 지휘하는 전신마비 탐정 링컨 라임은 그에게 '시계공'이라는 별명을 붙여준다.

완벽에 가까운 연쇄살인범 시계공


시계공이 사건현장에 항상 시계를 놓아두기 때문이다. 전자식이 아니라 손으로 태엽을 감는 오래된 시계다. 시계의 위쪽에는 험악한 눈을 가진 보름달이 그려져 있다. 링컨 라임은 이것을 좋지 않은 단서로 해석한다. 달이나 천문학 관련소재를 언급하는 범인은 연쇄살인범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시계공이 범죄현장에 시계를 놓아두는 이유는, 자신의 희생자에게 시간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잔인한 방법으로 서서히 희생자를 죽이면서, 고통이 시작되고 죽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흐르는지 보여준다. 고통은 끔찍하지만 죽음은 너무나도 천천히 다가온다. 시계공의 희생자들처럼 독특한 방식으로 죽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또 시계공은 실제로 시계와 시간에 집착하고, 시계의 역사에 도통해 있기도 하다. 그는 자물쇠따기의 달인이기도 하다. 시계공의 기술이란 본래 자물쇠공의 기술이다. 최초의 시계공은 열쇠장이였다고 한다.

시계공이 사람들을 죽이는 이유는 정확하지 않다. 그는 한 차례 신과 시간에 대해서 언급한다. 신은 지구상에 사는 모든 사람들의 명단을 가지고 있다. 신의 시계가 특정한 시간을 가리키면 그것은 어떤 사람의 죽음을 의미한다. 그것처럼 시계공도 나름대로의 명단과 시간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범죄학자이자 법과학자인 링컨 라임은 이런 시계공과의 대결에 돌입한다. 물론 사건수사는 쉽지 않다. 시계공은 결벽증이라도 있는 것처럼 현장에 아무런 지문도 남겨두지 않고, 흙이나 머리카락같은 미량증거물도 거의 흘리지 않는다. 마치 범죄 이후에 현장 전체를 진공청소기로 훑어버린듯이, 현장에는 쓸만한 단서가 거의 남아있지 않다.

하지만 링컨 라임은 상대가 강할수록 더욱 열의를 보이는 사람이다. 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이후에도 범죄수사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 바로 그 순간이야말로 라임이 살아가는 이유다. 범인과의 일대일 대결은 언제나 라임을 흥분시키고, 증거물이야말로 이 게임이 펼쳐지는 운동장이다. 라임은 어떻게 시계공을 추적할까?

천재적인 과학자와 범죄자의 승부

동일한 주인공과 주변인물이 등장하는 시리즈물은, 자칫 잘못하면 '식상함'이라는 함정에 빠지기 쉽다. <콜드 문>은 링컨 라임과 그의 파트너 아맬리아 색스가 등장하는 '링컨 라임 시리즈'의 7번째 작품이다.

작가 제프리 디버는 식상함을 극복하기 위해서 다양한 전술을 구사한다. 보다 지능적이고 잔인한 취향을 가진 범죄자를 동원하고, 파격적인 반전과 트릭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무대위로 올린다. <사라진 마술사>에서는 마술을 배운 범죄자가 현란한 손놀림으로 독자들의 정신을 빼놓더니, 이번에는 시계공이 시계에 대한 장광설을 펼쳐놓고 있다.

시계의 기능중에는 '컴플리케이션'이라는 것이 있다.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의 기본 기능이외 다른 기능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요일 및 날짜, 다른 지역의 시간, 일출 및 일몰의 시간 등. 컴플리케이션은 시간을 알려준다는 시계의 궁극적인 목적에서 시선을 분산시키는 경향이 있다.

시계공도 컴플리케이션의 개념을 활용한다. 경찰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분산시켜서 시계공의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것은 <사라진 마술사>의 '미스디렉션'과 비슷한 개념일 것이다.

링컨 라임 시리즈를 오랫동안 읽어온 독자라면, 반전이 거듭되는 제프리 디버 특유의 구성에 어느정도는 익숙해졌을 것이다. 심지어는 그 반전을 간파하기 위해서 노력할지도 모른다. 물론 탄탄한 구성을 자랑하는 제프리 디버의 트릭과 반전을 독자들이 쉽게 간파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냥 편하기 앉아서 이야기에 빠져보는 것이 어떨까. 범죄소설을 자동차에 비유해보자. 미국 작가 스티븐 킹의 표현을 빌리자면, 자동차를 점검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냥 한바탕 드라이브를 즐기면 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콜드 문> 제프리 디버 지음 / 유소영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


덧붙이는 글 <콜드 문> 제프리 디버 지음 / 유소영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

콜드 문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7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2008


#콜드 문 #제프리 디버 #추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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