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158) 여성적

― ‘여성적인 백제문화’, ‘여성적 시각’ 다듬기

등록 2009.02.03 18:42수정 2009.02.03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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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여성적인 백제문화

 

.. 그러한 부드러움이 곧 백제를 보듬어, 우아하면서 여성적인 백제문화를 개화시켰으리라 생각들었다 ..  (김경미) 《한길역사기행 (1)》(한길사,1986.12) 183쪽

 

 ‘아름답다’를 한자말로 옮기면 ‘우아(優雅)하다’입니다. ‘개화’는 ‘開花’일까요, ‘開化’일까요. 앞엣말이라면 ‘꽃피게 하다’로, 뒤엣말이라면 ‘열리게 하다’로 다듬을 때가 한결 낫습니다.

 

 ┌ 여성적(女性的) : 여성의 성질을 지닌

 │   - 여성적 관점 / 여성적 취향 / 사내의 너무 여성적인 목소리 때문에

 ├ 여성(女性) : 성(性)의 측면에서 여자를 이르는 말

 │   - 여성 고객 / 여성 근로자 / 여성 잡지 / 여성의 사회 참여가 늘고 있다

 │

 ├ 여성적인 백제문화

 │→ 아름다운 백제문화

 │→ 포근한 백제문화

 │→ 부드러운 백제문화

 │→ 따뜻한 백제문화

 └ …

 

 여성이라면 ‘여성’입니다. 여성과 같은 성질이 있다면 ‘여성 같다’고 할 테지요. 백제라고 하는 나라 문화를 말할 때 ‘여성 같다’고 한다면, 고구려는 ‘남성 같다’고 할까요? 그러면 어떤 모습이 여성 같은 모습이며, 어떤 모습이 남성 같은 모습일까요. 아름답거나 부드러우면 모두 ‘여성 같은’ 모습이 되고, 억세거나 단단하거나 듬직하고 힘이 넘치면 ‘남성 같은’ 모습이 되나요. 작은 것을 찬찬히 다루고 빈틈이 없이 마음을 기울이는 가운데 따뜻하고 포근하게 감싸는 모습은 ‘여성 같은’가요.

 

 ┌ 여성적 관점 → 여성이라는 눈

 ├ 여성적 취향 → 여성이 좋아하는

 └ 여성적인 목소리 → 가는 목소리 / 부드러운 목소리 / 얌전한 목소리

 

 어떤 모습을 가리킬 때에는 우리가 느끼는 그대로, 보이는 그대로 말해야 알맞다고 생각합니다. 아름답다고 느끼면 ‘아름답다’고, 부드럽다고 느끼면 ‘부드럽다’고 말해야 알맞습니다. 목소리가 가늘거나 갸날프면 ‘목소리가 가늘군요’ 하든지 ‘목소리가 가냘프네요’ 하면 됩니다. ‘여성 취향’과 ‘남성 취향’이 아니라 ‘무엇을 좋아하는가’를 밝혀 적어야 알맞습니다.

 

 

ㄴ. 여성적 시각

 

.. 특히 전통적으로 남성들의 분야로 인식되었던 직업 세계에 대한 여성적 시각을 보여주고 싶었다 … 그와 함께 여성의 시각으로 볼 때 ..  《마거릿 D.로우먼-나무 위 나의 인생》(눌와,2002) 17∼18쪽

 

 ‘특(特)히’는 ‘더욱이’로 고치고, ‘전통적(傳統的)으로’는 ‘옛날부터’로 고쳐 줍니다. “남성들의 분야(分野)로 인식(認識)되었던”은 “남성들만 일하는 곳으로 여겨졌던”으로 다듬고, “직업(職業) 세계(世界)에 대(對)한”은 “일자리에”로 다듬습니다.

 

 ┌ 여성적 시각을 보여주고 싶었다 (x)

 └ 여성의 시각으로 볼 때 (x)

 

 ‘시각(視角)’이란 “보는 눈” 또는 “어떻게 보는가”를 가리키는 한자말입니다. 그래서 “여성의 시각으로 볼 때”처럼 적으면 겹말이 돼요.

 

 한편, 보기글을 살피면 앞글에서는 “여성적 시각”이라 적고, 뒷글에서는 “여성의 시각”이라 적습니다. ‘-적’을 붙인 “여성적 시각”과 ‘-의’를 붙인 “여성의 시각”은 서로 어떻게 다를까 궁금합니다. 뜻이며 느낌이며 쓰임새며, 두 가지 말투는 얼마나 다를는지 궁금합니다.

 

 ┌ 여성 눈길을 보여주고 싶었다

 ├ 여성은 어떻게 바라보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 여성이 일하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 …

 

 “여성이 보는 눈”을 말할까요. “여성이라는 자리에서 보는 눈”을 말할까요. “여성으로서 이 사회에서 보는 눈”을 말할까요. “여성이 세상을 부대끼며 보게 되는 눈”을 말할까요. 아니면, 이 모두를 아울러서 “여성 눈”을 말할까요.

 

 ┌ 여성이라는 눈으로 볼 때

 ├ 여성 테두리에서 볼 때

 ├ 여성이 볼 때

 └ …

 

 두루뭉술하게 받아들이라면서 쓰는 글이 아닙니다. 대충대충 새겨들어도 되도록 하는 말이 아닙니다. 말하는 사람이나 글쓰는 사람, 듣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 어느 누구든 자기 뜻과 마음을 또렷하게 드러내어 맞은편한테 건네려고 하는 말과 쓰는 글입니다. 아무렇게나 받아들여도 좋도록 듣는 말이나 읽는 글이 아닙니다. 읽는 사람 멋대로 풀이하고 듣는 사람 마음대로 곰삭이는 말이 아니에요. 서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되새기고, 서로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곱씹는 글이어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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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03 18:42ⓒ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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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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