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58)

― ‘건강상의 이유’, ‘형식상의 특징’, ‘호적상의 아버지’ 다듬기

등록 2009.02.11 20:45수정 2009.02.11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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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건강상의 이유

 

.. 징용대상이 되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방면’되고, 5개월 뒤에 해방을 맞이한다 ..  《이중연-책, 사슬에서 풀리다》(혜안,2005) 19쪽

 

 ‘방면(放免)’이라는 말을 쓸 수도 있습니다만, ‘놓여나다’나 ‘풀려나다’로 다듬어 볼 수 있습니다. “5개월(個月) 뒤에”는 “다섯 달 뒤에”로 손질합니다. 흔히 들을 수 있는 말 ‘건강(健康)’인데, 이 자리에서는 ‘몸’이라고만 적어도 됩니다.

 

 ┌ 건강상의 이유로 방면되고

 │

 │(1)→ 건강이 나쁘다는 까닭으로 풀려나고

 │(1)→ 건강 문제로 풀려나고

 │(2)→ 몸이 나빠서 놓여나고

 │(2)→ 몸이 안 좋다고 해서 놓여나고

 └ …

 

 ‘上’과 ‘-의’가 붙은 ‘-상의’를 쓰는군요. 뒤에 따르는 말이 한자말 ‘이유(理由)’이기 때문에 이런 말투가 튀어나오지 싶어요. ‘까닭’이나 ‘탓’이라는 우리 말을 쓸 때에도 “건강상의 까닭으로”라 했을까요? “건강 때문에”나 “건강 탓에”처럼 적지 않았을까요.

 

 토씨 ‘-의’ 하나만 얄궂게 쓰는 일이란 드뭅니다. 앞뒤에 따라 붙는 말도 얄궂어서 토씨 ‘-의’도 아무 자리에나 얄궂게 붙는다고 느낍니다.

 

 

ㄴ. 형식상의 특징

 

.. 가장 대표적인 서사 장르인 소설과 영화는 연속성을 형식상의 특징으로 하고 있다 ..  《박인하-꺼벙이로 웃다, 순악질 여사로 살다》(하늘아래,2002) 132쪽

 

 ‘대표적(代表的)인’은 ‘대표가 되는’이나 ‘손꼽을 만한’으로 다듬고, “서사(敍事) 장르(genre)인”은 “서사 예술인”이나 “이야기 예술인”이나 “꾸밈없이 담아내는 갈래인”으로 다듬습니다.

 

 ┌ 형식상 : x

 ├ 형식(型式) : 자동차, 기구 따위의 구조나 외형의 특징을 이루는 형태

 │   - 앞바퀴 구동 형식 / 원동기 형식

 │

 ├ 연속성을 형식상의 특징으로 하고 있다

 │→ 연속성을 형식으로 삼고 있다

 │→ 연속성을 형식으로 한다

 │→ 연속성이 돋보인다

 │→ 연속성을 보여준다

 │→ 연속성을 담아내고 있다

 └ …

 

 문학이나 예술에서 으레 말하는 ‘서사’가 무엇인가 하고 국어사전에서 뒤적여 보니, “있는 그대로 말함”이라고 합니다. ‘서사 문학’이라 한다면, “있는 그대로 말하는 문학”인 셈입니다. 그러면, 이 보기글에서 이야기하는 “가장 대표적인 서사 장르인 소설과 영화”라는 대목은 얼마나 알맞게 쓴 이야기가 될까요. 소설과 영화는 “우리 삶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대표가 되는 갈래”라 할 수 있습니까.

 

 우리 삶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다는 대표가 되는 소설과 영화는 ‘연속성이 특징’이라고 하는데, 이 ‘연속성(連續性)’이란 “끊어지지 않음” 또는 “꾸준히 이어짐”을 가리킵니다. 소설과 영화는 “우리 삶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되 꾸준히 이어나가는 형식”을 보여주고 있다는 소리입니다.

 

 소설을 쓰거나 영화나 찍을 때, 줄거리가 ‘우리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만’ 하지 않음을 생각해 보면, 글쓴이가 섣불리 이렇게 이야기해도 되는가 싶습니다. 말씀씀이를 다듬는 이야기를 하면서 이런 대목까지 짚어야 할 일은 없다고 느낍니다만, 짧은 한 줄로 들려주려는 이야기가 좀 어설프기도 하고 엉성하기도 하니, 대충 지나치기 어렵습니다.

 

 통째로 손질하며 다시 써 봅니다.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풀어나가는 소설과 영화는, 이야기를 끊이지 않고 보여주려고 한다.”

 

 

ㄷ. 호적상의 아버지

 

.. 호적상의 아버지가 아니더라도 이렇게 좋은 아버지를 얻은 도모는 행복할 것이다 ..  《고쿠분 히로코/손성애 옮김-산촌유학》(이후,2008) 175쪽

 

 “행복(幸福)할 것이다”는 “행복하리라”나 “즐거우리라”나 “좋으리라”로 손질합니다.

 

 ┌ 호적상의 아버지

 │

 │→ 호적에 오른 아버지

 │→ 호적에 올라 있는 아버지

 │→ 호적에 따르는 아버지

 └ …

 

 아이한테는 낳은 어버이가 있는 한편, 기른 어버이가 있습니다. 집에서만 살아가는 아이가 아니라 집 밖으로 나와서 세상을 부대끼는 아이이기에, 세상을 부대끼는 동안 자기가 미처 몰랐던 대목을 일깨우고 물려주는 어른들이 있기 마련이고, 이런 어른들은 아이 둘레에서 찬찬히 ‘가르치고 길러’ 주곤 합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을 일컬어 스승이라고 할 때에는, 낳은 어버이 못지않게, 때로는 낳은 어버이보다도 깊이 사랑하고 아끼는 가운데 일깨우고 이끌기 때문입니다.

 

 ┌ 낳은 아버지가 아니더라도

 ├ 낳아 준 아버지가 아니더라도

 ├ 목숨을 준 아버지가 아니더라도

 └ …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을 마주할 때, 내가 낳은 아이는 내가 낳은 아이대로 사랑하면서 내가 낳지 않은 아이라도 내가 낳은 아이와 마찬가지로 사랑하면서 살아갈 수 있으면, 우리 세상에 미움과 괴롭힘과 아픔이란 깃들이지 못하리라 생각합니다. 너나 없이 지내고 허물없이 어깨동무를 할 수 있다면, 서로서로 기쁨과 즐거움이 가득가득 넘치리라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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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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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1 20:45ⓒ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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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씨 ‘-의’ #-의 #우리말 #우리 말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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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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