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 그 위험한 선택

국제결혼에 앞서 인지교육 필요하다

등록 2009.03.10 18:58수정 2009.03.1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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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한 장의 청첩장을 받았다. 한국에 온 지 일 년이 약간 지났다고 알고 있던 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가 보낸 것이었다. 노동자로 살면서 한살림하기가 녹록치 않을 텐데, 일이년 더 참고 돌아가서 결혼하지 하는 생각이 없지 않지만, 진심으로 축하인사를 건네고 싶다. 같은 베트남 사람들끼리의 결혼이라고 한다. 굳이 '같은 베트남 사람들끼리'라고 말함은, 최근에 빈번한 국제결혼 때문이다.

 

2008년 5월 기준으로 국내 거주 결혼 이민자는 14만4385명(여성 12만8천명·88.4%)이다. 지역별 체류 현황을 보면, 도시 76.5%(수도권 3만6532명·58.3%), 농촌 23.5%로 절대 수에 있어서 도시 거주가 세 배 이상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으나, 그 영향력은 지역 특성상 농촌 사회에서 훨씬 클 수밖에 없다.

 

한편 국제결혼을 통해 출산한 자녀들은 매년 증가 추세다. 2006년 2만5천, 2007년 4만4천, 2008년 5만8천 명인데 그 중 6세 이하는 57.1%로 영·유아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출신국적별로는 중국이 8만9456명(61%), 베트남 2만1150명(14.6%), 필리핀 7826명(5.4%), 일본 6484명(4.5%) 순이다.

 

여기에서는 베트남에서의 국제결혼 과정과 그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전체 국제결혼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 외에,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진 바와 같이 매매혼적인 결혼 방식에 있다. 상당수 결혼이 국제결혼 중개업체를 통해 한 명의 한국인 남성과 다수의 베트남 여성간의 맞선이 주선되고 그 과정에서 결혼 중개업체에 상당한 금액의 수수료가 지불된다.

 

국내 결혼정보업체들 역시 일정액의 중매 수수료를 책정하나, 베트남에서 이뤄지는 국제결혼 중매 수수료는 상식을 초월하는 금액으로, 한국인 남성이 지불한 금액의 대부분은 중개업자들이 가로챈다.

 

결혼을 목적으로 평균 천만 원 가까운 돈을 지불한 한국 남성의 또 다른 편에는 더 나은 삶을 꿈꾸며 국제결혼을 선택한 여성들이 있게 마련이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이뤄진 결혼이다 보니, 서로에 대한 신뢰보다는 철저히 계산된 선택과 함께, 이윤을 추구하고자 하는 결혼중개업체들의 사업 특성이 어우러져 결혼은 속성으로 진행된다.

 

결혼중개업체의 알선을 받아 베트남에 입국한 남성들은 베트남 도착과 함께 여독이 채 풀리기도 전에 예비 신부를 만나, 결혼 여부를 결정하여 결혼이 성사되기까지는 길어야 하루 이틀 정도다.

 

이처럼 속성 결혼이 보편화된 이유는, 속성 결혼이 상당 부분 중개업체의 이윤 획득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두 사람이 만나, 손짓발짓하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당연히 국제결혼에 대한 부담감 혹은 상대방에 대한 의문이 가기 마련이다. 이 말은 시간이 길어질수록 결혼까지 이르는 비율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말인 셈이다. 결혼 성사 비율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결혼 중개업체 속성상 결혼을 작정하고 베트남에 온 사람이나, 자신을 희생하여 가족의 안녕을 바랐던 예비 신부들의 심경 변화를 사전에 예방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이러한 구조의 국제결혼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은 그 폐해를 지적하며, 국제결혼 중개업체들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결혼 전 충분한 준비와 각오를 갖고 결혼할 수 있도록 양측에 대한 혼전 교육 실시 등을 요구해 왔다. 이러한 요구는 일정 부분 개인의 행복추구권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라는 비판을 받을 여지가 있긴 하지만, 배우자나 배우자 출신국가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로 인한 국제결혼 피해를 예방하자는 취지에서 자발성에 기초하여 교육을 실시한다면, 그러한 문제를 피해갈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국제결혼에 앞선 교육의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그 교육비용을 수혜자에게 부과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데 있다. 국제결혼이라는 것이 떠벌리며 자랑할 일이 아닌 마당에, 교육  비용까지 지불하며 교육에 응할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러한 교육은 양국 정부의 지원을 필요로 하지만, 이 역시 국민 대중의 정서적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국제결혼이라는 선택을 하기까지는 경제적인 이유 같은 나름대로 '합리적인 선택'을 할 만한 충분한 이유들이 있었을 텐데, 그들 스스로 선택한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은 마땅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뒷짐을 지고 있을 수 없는 것은, 그러기엔 결혼 전 아무런 정보도 없이 섣불리 결혼했다가 당하는 피해자들이 내외국인 구분 없이 너무 많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혼율만 놓고 봐도 그 피해정도가 점점 심해지고 있음을 미뤄 짐작케 하고 있다. 국제결혼 부부의 이혼 건수는 ▷2004년 3400건 ▷2005년 4278건 ▷2006년 6280건 ▷2007년 8828건으로 매년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혼은 어느 한 쪽에 일방적인 아픔을 주기보다는, 양쪽 배우자 모두와 그 가족과 친지들에게까지 아픔을 안기게 한다.

 

최소한 결혼 전 배우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이 되었는지 등에 대한 확인 절차와 국제결혼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등에 대한 인지교육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2009.03.10 18:58 ⓒ 2009 OhmyNews
#국제결혼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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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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