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김창룡 묘, 원 자리로 돌아가야

등록 2009.05.17 11:00수정 2009.05.18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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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이 다가오고 있다. 국립묘지에 안장되어있는 분들의 면면을 살펴보노라면, 우리나라가 과연 정체성이 바로 서있는 국가인지? 의구심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일제의 앞잡이 노릇하며 독립 운동가를 고문 고자질하는 일에 서슬 퍼렇던 매국노들과 독립군 색출 토벌에 악명을 날리던 황군간부 출신들이 애국자로 둔갑하여 국립묘지의 양지바른 명당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복 후, 미군정의 "일본을 위해 충성을 다했다면 미국을 위해서도 똑같이 충성할 것 아니겠는가"라는 계략과 친일역적들을 정적타도의 주구로 이용하려는 이승만의 야욕이 맞아떨어져 당연히 엄중 처단되었어야할 친일 민족반역도들이 적반하장 그대로 나라를 차지해버린 것이다.

그들은 일제 식민사관과 민족 멸시의 사대의식을 그대로 간직 한 채, 충성의 대상만 일본국에서 미국으로 잽싸게 바꿨다. 이에 자신들의 과거 행적을 너무나 잘 알고 있을 독립운동가와 민족의식 있는 분들이 눈엣가시처럼 깔끄러운 타도의 대상이었다.

항일독립 운동의 연장선상에서 통일과 민주화를 부르짖던  정의로운 분들 대부분이 빨갱이로 몰려 무참히 살육당했다. 오로지 입신영달에만 눈먼 이들 반역의 무리들이 일제 때부터 누려온 기득권의 철옹성을 탄탄히 쌓고 대물림하여 지금에 이른 것이다.

최근엔 해묵은 '식민지근대화론'이 활개를 치고 '건국60주년'이라며 대한민국임시정부와 김구 선생을 폄훼하면서 이승만 정부 수립을 대한민국의 건국으로 봐야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그들은 6.25를 전후 하여 무고한 민간인을 무법천지로 학살한 군경책임자들을 우러른다. 민주인사들을 잔혹한 고문으로 사법 살인한 독재정권을 칭송하는 작태를 보이기도 한다.

엄밀히 말해, 우리에겐 '민족자주'와 '민족자존'의 진정한 의미의 광복은 아직 오지 않았다 할 수 있다. 친일잔재 무리와 그 아류들은 지금도 겨레의 건전 의식을 황폐케 하고 있는 예의 그 거짓 선동의 전단지 신문들과 궤를 같이하여 국민을 속이고 현대사를 왜곡시키려 광분하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충남지부에서는 극악했던 친일파 중 대표적 인물이라 할 수 있는 김창룡의 묘를 국립묘지에서 파내가라는 운동을 외롭지만 줄기차게 펼치고 있다.

오는 현충일에는 '김창룡 그는 누구인가?'라는 홍보용 소책자까지 준비했다한다. 민족정의 앞에 불의 비굴했던 이들의 추한 모습을 세상에 널리 알림은 3.1 자주독립정신과 4.19 민주 정신으로 표현된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김창룡은 그의 말 한마디면 "나는 새도 떨어뜨릴 수 있다" 할 정도로 이름만 들어도 으스스 소름끼치는 초대 특무 대장이었다. 그는 만주 관동군 헌병 오장으로  50여 건이 넘는 항일 독립운동 조직들을 색출해 투옥·시켰던 인물이다. 광복 후는 이른바 군부 내 좌익 소탕이라는 미명 아래 수많은 사건을 조작하여 민족·민주 인사들을 무자비하게 학살 탄압함으로서 이승만 독재정권의 초석을 다지게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는 지금도 백범 김구 선생의 암살에 깊숙이 관여한 배후로 지목받고 있다. 그가 이승만의 주구 역에 얼마나 충실했으면 1956년 1월 미국 308 CIC 분견대는 김창룡에 대해 "이승만이 직접 하기 곤란한 궂은일을 대신 해 주는 청부업자와 같은 존재"라 평가했겠는가?

친일매국노들의 묘를 국립묘지 밖으로 옮겨야 함은 민족정기를 바로 세워 나라의 정체성을 확립함으로써 거기  모셔진 순국선열들과 호국영현들의 거룩한 정신을 더욱 빛내고 높이 받들게 하기 위함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군사독재 시절에 기왕 안장된 묘까지 굳이 옮길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들이 거기 들어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얼마나 부끄러운지를 교훈하는 역사교육의 현장으로 활용될 날이 반드시 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창룡의 경우는 다르다. 이승만의 총애만 믿고 오만 방자 하던 그가 자기 부하의 손에 살해된 후 다른 곳에 묻혀 있다가 김영삼 정권 마감 바로 직전인 1998년 2월 13일에 누가 볼세라 슬그머니 대전 국립묘지로 이장했기 때문이다.

군사독재시대가 아닌 소위 문민정부 때에 쉬쉬 도둑처럼 옮겨졌다는 사실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당국은 현행법 상 문제될 것 없다 운운 하지만, 이건 분명 대국민 사기극이다. 역사와 민주주의 그리고 국민들에 대한 도발적 모독이다. 국민 무시의 속임수에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

참으로 이상한 것은  작전통제권 환수 반대를 외치며 그렇게 열심히 성조기 휘날리던, 장차 국립묘지에 들어 갈 그 수많은 분들이 왜 침묵하고 있냐는 것이다. '조국과 민족을 위해서'라 하면서 역사의식, 민족의식이 없어서일까? 아직도 특무대가 두려워서일까?

김창룡의 가족 친지들에게 간곡히 당부한다. 진정으로 그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의 추한 악행이 여러모로 불거져 더 불명예스럽게 되기 전에 자진해서 그의 묘를 원상복구 이장하기 바란다. 민족사의 악인으로 오래오래 기억되도록 노출시켜 욕먹게 하는 것이 뭐 그리 좋은 일이겠는가?

더러 굴곡과 역행이 있다하더라도, 역사는 분명히 정의와 진실을 향해 끊임없이 전진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평화재향군인회 공동 상임대표

덧붙이는 글 | 한겨레 신문에도 게재했음


덧붙이는 글 한겨레 신문에도 게재했음
#친일청산 미비 #악독 친일분자김창룡 #국립묘지 밖으로 #대국민 사기극 #현대사왜곡 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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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을 부하인권존중의 ‘민주군대’, 평화통일을 뒷받침 하는 ‘통일군대’로 개혁할 할 것을 평생 주장하며 그 구체적 대안들을 제시해왔음. 만84세에 귀촌하여 자연인으로 살면서 인생을 마무리 해 가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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