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234) 고전적

― '고전적 의미', '고전적인 예' 다듬기

등록 2009.07.15 10:21수정 2009.07.15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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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읽기 - 글쓴이가 드리는 말
[우리 말에 마음쓰기] ['-의' 없애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적' 없애야 말 된다], 이 세 흐름에 따라서 쓰는 '우리 말 이야기'는, 우리 스스로 우리 말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있는 모습을 되돌아보면서 '우리 생각을 열'고 '우리 마음을 쏟'아, 우리 삶과 생각과 말을 한 동아리로 가다듬자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한자라서 나쁘다'거나 '영어는 몰아내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만, 우리 삶과 생각과 말을 어지럽히는 수많은 걸림돌이나 가시울타리 가운데에는 '얄궂은 한자'와 '군더더기 영어'가 꽤나 넓게 차지하고 있습니다. 쓸 만한 말이라면 한자이든 영어이든 가릴 까닭이 없고, '우리 말'이란 토박이말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쓸 만한지 쓸 만하지 않은지를 생각하지 않으면서 한자와 영어를 아무렇게나 쓰고 있습니다. 제대로 우리 말마디에 마음을 쓰면서 우리 말과 생각과 삶을 가꾸지 않습니다. [우리 말에 마음쓰기]라는 꼭지이름처럼, 아무쪼록 '우리 말에 마음을 쓰면'서 우리 생각과 삶에 마음을 쓰는 이야기로 이 연재기사를 읽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ㄱ. 고전적 의미

 

.. 노동자들의 임금인상과 복지향상 요구는 노동자 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고전적 의미뿐만이 아니라 우리 경제의 구조적 악순환을 개선한다는 측면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  《하종강-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후마니타스,2006) 37쪽

 

 첫머리를 "더 많은 일삯과 더 나은 복지를 바라는 노동자들은"으로 손질하면 어떠할까 싶습니다. 다음 대목은 "노동자 스스로 내 삶을 고쳐 나갈 수 있다는 뜻뿐만이 아니라"로 다듬으면 어떠할까 싶고, 마지막 대목은 "얄궂게 되풀이되는 우리 살림살이를 고칠 수 있다는 테두리에서 헤아려야 합니다"로 추스르면 어떠할까 싶습니다.

 

 ┌ 고전적(古典的)

 │  (1) 옛날의 의식이나 법식을 따르는

 │   - 고전적 수업 방식 /

 │     좀 고전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편지 이상 가는 걸 생각해 낼 수가 없었다

 │  (2) 고전이 될 만한 내용과 의의를 가지는

 │   - 어머니는 고전적 교양이 풍부한 분이셨다 / 고전적인 작품

 ├ 고전(古典)

 │  (1) 옛날의 의식(儀式)이나 법식(法式)

 │  (2)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고 모범이 될 만한 문학이나 예술 작품

 │   - 문학 고전 100선 / 그 책은 철학의 고전으로 불리는 책이다

 │  (3) 2세기 이래의 그리스와 로마의 대표적 저술

 │  (4) 옛날의 서적이나 작품

 │

 ├ 고전적 의미뿐만이 아니라

 │→ 오래된 뜻뿐만이 아니라

 │→ 오래도록 이어온 뜻뿐만이 아니라

 │→ 예부터 내려온 뜻뿐만이 아니라

 └ …

 

 옛책이면 옛책입니다. 옛날이면 옛날입니다. 옛이야기이면 옛이야기입니다. 옛사람이면 옛사람입니다. 옛생각이면 옛생각이에요.

 

 옛것이라 하여 나쁠 까닭이 없고, 옛틀을 벗어났다고 좋지만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예부터 익히 써 온 우리 말은 달가이 여기지 않습니다. 예전부터 꾸준히 나눠 온 우리 글은 반가이 맞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튀어나오는 '舊時代'와 '古典'입니다.

 

 ┌ 고전적 수업 방식

 │

 │→ 옛날부터 해온 수업 틀거리

 │→ 예부터 이어온 수업 짜임새

 │→ 오래된 수업 틀

 └ …

 

 학문이든 사회운동이든 문학이든 학교교육이든, 누구나 쉽게 느끼고 받아들여서 익힐 만한 말이나 글로 풀어내는 모습을 보기란 참으로 힘듭니다. 예부터 우리 깜냥껏 서로서로 어깨동무하는 마음으로 주고받던 말이나 글로 가르치고 배우는 매무새를 보기란 더없이 어렵습니다. 있는 그대로 쓰는 말, 저잣거리에서 흥정하며 주고받는 말로 생각주머니를 펼치는 사람이란 몹시 드물어요. 책도 그렇습니다. 영화도 그렇습니다. 방송도 그렇습니다. 인터넷신문도 그렇습니다. 쉬운 말 쓰기란, 아니 낮은자리에서 스스로를 더 곰삭이고 가누면서 펼치는 말을 쓰기란 그리도 어려울까요. '어려운 말' 쓰기도 아닌 '쉬운 말' 쓰기가 외려 더 어려운가요.

 

 "고전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편지 이상 가는 걸 생각해 낼 수가 없었다" 같은 보기글에서 말하는 '고전적'이란 무엇을 가리키는지 알쏭달쏭합니다. '오래된'? '흔한'? '누구나 아는'? '옛날부터 해 온'? 스스로 나타내려는 뜻을, 스스로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스스로 함께하고픈 생각을 얕은 껍데기말에 숨기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어설픈 겉치레말로 떡바르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내남없이 환히 알아듣고 주고받을 만한 말과 글로 살갑고 구수하게 쓸 수 있으면 그지없이 반갑겠습니다.

 

 ┌ 고전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

 │→ 오래된 방법이긴 하지만

 │→ 옛날 방법이긴 하지만

 │→ 낡은 방법이긴 하지만

 └ …

 

 수많은 '-적'붙이 말투를 곰곰이 헤아려 봅니다. 거의 모두 '쉽게 하면 그만'인 말을 쉽게 하지 않기 때문에 나타난다고 느낍니다. 있는 그대로 쓰면 될 말을 있는 그대로 안 쓰기 때문에 나타나지 싶습니다. 꾸미더라도 속치레나 속꾸밈이 아니라 겉치레나 겉꾸밈에 매달리거나 치우치기 때문에 나타나는구나 싶어요.

 

 허물없이 이야기를 나누려는 마음이 얕아서,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기꺼이 나누려는 마음이 모자라서, 나 아닌 이웃사람을 헤아리는 마음씀씀이가 더 뻗지 못하기 때문에, 자꾸자꾸 이런 얄궂은 '-적'붙이 말이 늘어난다고 느낍니다. 말 한 마디에 사랑을 담을 줄 모르니까, 글 한 줄에 믿음을 실을 줄 모르니까, 나날이 얄딱구리한 말투만 늘어나지 않느냐 싶습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 말과 글을 사랑한다고 외치기 앞서, 우리 스스로 우리 삶과 이웃 삶을 고루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짓궂고 궂긴 낱말과 말투만 퍼져 나가지 않느냐 싶습니다.

 

 사랑스러운 제자리를 잃는 우리 삶자락이라, 사랑스러운 흐름을 잃거나 놓치는 우리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믿음직한 우리 자리를 버린 우리 삶매무새라서, 믿음직한 물결을 잊거나 못 느끼는 우리 글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ㄴ. 고전적인 예

 

.. 관계를 맺는 양쪽이 모두 이익을 얻는 상조 공생의 고전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  《마거릿 D.로우먼/유시주 옮김-나무 위 나의 인생》(눌와,2002) 271쪽

 

 "관계(關係)를 맺는 양쪽(兩-)이"는 "얽혀 있는 두 쪽이"나 "얽히고 설킨 둘이"나 "이어져 있는 둘"로 다듬어 봅니다. "이익(利益)을 얻는"은 "도움이 되는"으로 손보고, "상조(相助) 공생(共生)의"는 "함께 살아가는"이나 "서로 사는"으로 손봅니다. '예(例)'는 '보기'로 고쳐 줍니다.

 

 ┌ 고전적인 예라고

 │

 │→ 오래된 보기라고

 │→ 오래도록 이루어지고 있는 보기라고

 │→ 오래 거듭되 온 보기라고

 │→ 옛날부터 이루어진 일이라고

 │→ 예부터 이어온 일이라고

 └ …

 

 과학을 하거나 수학을 하거나, 우리 말을 옳게 할 줄 알아야 합니다. 문학을 하는 사람만 우리 말을 잘해야 하지 않습니다. 역사를 하거나 사회학을 하여도 우리 말을 잘해야 합니다. 심리학이건 경제학이건 다르지 않습니다. 정치학을 하거나 예술을 하더라도 매한가지입니다. 운동선수 길을 걷는다고 우리 말을 못해도 될까요. 신문기자가 되거나 법을 다루거나 의술을 다룬다 할 때에도 우리 말을 못해도 괜찮은가요.

 

 우리 삶터 어느 일이 우리 말을 못해도 될 만한 일인가 헤아려 봅니다. 우리가 잘해야 하는 말이란 무엇인가 곱씹어 봅니다. 시를 쓰고 소설을 쓰는 말이란 또 무엇인지 되뇌어 봅니다.

 

 흔한 이야기로, 콩나물 한 줌을 사고팔아도 말을 합니다. 교사나 교수가 아니어도 집이건 집 밖에서건 말을 합니다. 문학으로 쳐주건 말건 글을 쓰는 누구나 제 말을 종이쪽지에 담습니다. 영수증 쓰기도 글쓰기요, 공문서 또한 글쓰기입니다. 한문을 잔뜩 섞어야 점수를 더 준다는 대학교 논문이라는데, 학교를 다니며 갖가지 지식을 얻는 이들이 되면서 더더욱 참된 말을 잃고 빛고운 글을 버리는 셈 아닌가 싶습니다.

 

 이러는 가운데 문학하는 이들마저, 국어교사라 하는 이들까지, 우리 말이 무엇이고 우리 글이 어떠한가를 잊습니다. 아니, 처음부터 바르게 보듬지 못합니다. 알맞게 껴안지 못합니다.

 

 과학하는 사람은 과학하는 사람대로 말을 망가뜨립니다. 정치하는 사람은 정치하는 사람대로 말을 무너뜨립니다. 살림하는 사람은 살림하는 사람대로 말을 허물어뜨립니다. 글쓰는 사람은 글쓰는 사람대로 말을 흔들어 놓습니다. 문학하는 사람은 문학하는 사람대로 말을 엉망진창 뒤섞어 놓습니다.

 

 어쩌면, 모르는 노릇이지만, 아무래도, 우리들은 먼 옛날부터 말을 말다이 다루는 길을 안 살폈구나 싶습니다. 너와 나 사이에 울타리를 세우지 않고 즐거이 주고받던 말을 알뜰히 다루는 길을 안 갈고닦는 가운데, 울타리를 높이 세울 뿐 아니라 스스로 콧대를 높이거나 어깨를 들먹이는 얄팍한 말잔치만 해대지 않았느냐 싶습니다. 우리들 오랜 말 문화란 하나도 없지 않느냐 싶으며, 우리들 앞으로 오래 이어갈 글 문화란 조금도 없지 않느냐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2009.07.15 10:21ⓒ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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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적的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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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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