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255) 자각적

- '자각적으로 책을 읽되' 다듬기

등록 2009.08.31 10:37수정 2009.08.31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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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각적으로 책을 읽되

 

.. 자각적으로 책을 읽되,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인정하고 ..  《모티머 아들러/최영호 옮김-자유인을 위한 책읽기》(청하,1988) 머리말

 

 "다른 사람의 입장(立場)을"은 "다른 사람 자리"나 "다른 사람이 선 자리"나 "다른 사람 마음"으로 다듬어 줍니다. '인정(認定)하고'는 '받아들이고'나 '헤아리고'로 손봅니다.

 

 ┌ 자각적(自覺的) : 스스로 느끼거나 깨닫는

 │  - 저급한 민중의 개성을 보다 높은 자각적 단계로 끌어올리는 것 /

 │    자신들의 신념을 위해 자발적이고 자각적인 입장에서 싸워 왔다

 ├ 자각(自覺) : 현실을 판단하여 자기의 입장이나 능력 따위를 스스로 깨달음

 │  - 자각 증세 / 민족의식의 자각

 │

 ├ 자각적으로 책을 읽되

 │→ 스스로 깨달으며 책을 읽되

 │→ 스스로 느끼며 책을 읽되

 │→ 스스로 생각하며 책을 읽되

 └ …

 

 스스로 느껴서 읽는 책이 되어야 비로소 내 마음에 깊이 파고듭니다. 스스로 깨달으며 읽는 책일 때 바야흐로 내 마음밭이 하루하루 새로워집니다. 스스로 느끼지 않는 책이 된다면 하염없이 겉도는 지식쪼가리로 그칩니다. 스스로 깨달으며 읽는 책으로 붙잡지 못할 때 아스라이 흩어지고 떠도는 지식부스러기가 되고 맙니다.

 

 그러나 책만이 아닙니다. 스스로 좋아해서 부르는 노래여야 하고, 스스로 사랑하며 추는 춤이어야 합니다. 스스로 반갑게 맞이하며 사귀는 동무여야 합니다. 스스로 기뻐서 밥을 하고 밥상을 차리고 수저를 함께 드는 밥자리여야 합니다.

 

 몸소 우러나와 농사를 짓고 곡식을 거두어야 합니다. 몸소 샘솟는 마음으로 일을 하고 놀이를 즐겨야 합니다. 몸소 소매를 걷어붙이면서 어깨동무를 해야 합니다. 몸소 찾아나서면서 알맞게 다스리는 말과 글이어야 합니다.

 

 ┌ 보다 높은 자각적 단계로 끌어올리는

 │

 │→ 더욱 높은 자각 단계로 끌어올리는

 │→ 한결 높이 끌어올려 스스로 깨닫도록 하는

 │→ 좀더 높이 끌어올려 스스로 깨닫게 하는

 └ …

 

 시켜서 하는 일이라고 보람이 없지 않습니다. 시켜서 하는 일이라고 뜻이 없지 않습니다. 다만, 시켜서 하는 일로 주고받는 보람과 뜻이란 얼마나 즐거울까를 곱씹어 보면 좋겠습니다. 시키지 않고도 하는 일로 누리는 보람과 뜻이 얼마나 짜릿하고 아름답고 설레임 가득인지를 느껴 보면 좋겠습니다.

 

 처음에는 누군가 시키는 일을 하면서, 나한테 가장 알맞을 자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만, 언젠가는 스스로 뛰쳐나와 스스로 내 길을 뚫어내겠다는 다짐을 해야 하지 않느냐 싶습니다.

 

 우리 생각을 가두는 말굴레를 스스로 벗어던지고, 우리 생각을 살찌우는 말날개를 찾아나서야지 싶어요. 우리 마음 넉넉히 담아낼 우리 말이란, 우리 두 손으로 바지런히 땀을 흘리고 바치는 가운데 찾을 수 있음을 깨달아야지 싶어요.

 

 ┌ 자발적이고 자각적인 입장에서

 │

 │→ 스스로 나서고 스스로 깨달으면서

 │→ 몸소 나서고 스스로 느끼면서

 └ …

 

 지난날 우리 어르신들은 우리 손과 품과 힘에 따라 우리 말을 가꾸기보다는, 이웃나라 말과 글로 우리 말을 누르려 했습니다. 그예 이웃나라 섬기기로 이웃나라 말과 글을 잔뜩 받아들였습니다.

 

 오늘날 우리 어르신들, 또는 지식인들은 우리 다리와 몸짓과 슬기에 따라 우리 글을 일구기보다는, 이웃나라 말과 글로 우리 글을 휘감으려 합니다. 일제강점기 때에는 일본사람 말과 글로, 해방을 맞이한 뒤로는 미국사람 말과 글로 우리 넋과 얼을 온통 채워 넣고 있습니다.

 

 으레 '영어 미친바람'이라고도 합니다만, 한 해 두 해 곰곰이 살펴보건대, '영어 미친바람'은 아니지 싶습니다. 그저, 너나없이 '영어 삶'이 아닌가 싶습니다. 학문을 하든 장사를 하든 교육을 하든 살림을 꾸리든 방송을 하든 방송을 보든 글을 쓰든 글을 읽든 …… 어느 자리에서나 영어를 한복판에 놓습니다. 굳이 넣을 까닭이 없어도 부러 영어 낱말 몇 가지를 끼워넣곤 합니다. 동사무소를 괜히 '동주민센터'로 이름을 바꾸며 수천 억을 쓰듯(간판, 서식, 지도, 명함, 표지판 모두 바꾸어야 하니까요), 지난날에는 주민등록증에 한자를 꼭 새겨넣겠다면서 수천 억을 썼듯, 예나 이제나 우리들은 '영어 삶'에 따라 나라돈이든 내 돈이든 쉽게쉽게 쓰면서, '우리 말 삶'은 거의 들여다보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우리들 스스로 느끼기에, 우리 말 삶보다는 영어 삶이 한결 돋보이거나 돈이 된다니까요. 모쪼록, 우리들 스스로 깨닫기에, 우리 말 삶보다는 영어 삶이 훨씬 도움이 되며 멋이 있다니까요.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 우리 말과 헌책방 쉼터 (hbooks.cyworld.com)
- 인천 골목길 사진 (cafe.naver.com/ingol)

2009.08.31 10:37ⓒ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 우리 말과 헌책방 쉼터 (hbooks.cyworld.com)
- 인천 골목길 사진 (cafe.naver.com/ingol)
#-적 #적的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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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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