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299) 반복적

― '반복적으로 소비하도록', '반복적으로 소개' 다듬기

등록 2010.03.07 13:18수정 2010.03.07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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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반복적으로 소비하도록

 

.. 단가가 낮아지면 대량으로 보급되고, 보급 후에도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복적으로 소비하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 ..  <후쿠오카 켄세이/김경인 옮김-즐거운 불편>(달팽이,2004) 55쪽

 

'단가(單價)'는 이 자리에서는 '물건값'이나 '값'으로 손질해 줍니다. "대량(大量)으로 보급(普及)되고"는 "한꺼번에 많이 퍼지고"로 다듬고, '후(後)'는 '뒤'나 '다음'으로 다듬으며, "유지(維持)하기 위(爲)해서는"은 "이어가려면"이나 "이어가자면"으로 다듬습니다. "소비(消費)하도록 해야 할 필요(必要)가 있다"는 "쓰게 해야 한다"나 "쓰도록 해야 한다"로 손봅니다.

 

 ┌ 반복적(反復的) : x

 ├ 반복(反復) : 같은 일을 되풀이함

 │   - 반복 훈련 / 반복 동작 / 성공과 실패의 반복 / 같은 리듬의 반복 /

 │     단조한 작업의 반복은 인간에게서 노동의 기쁨을 빼앗는다

 ├ 반복적으로 소비하도록

 │→ 끊임없이 쓰이도록

 │→ 자꾸자꾸 사서 쓰도록

 └ …

 

사람들이 꽤 자주 쓰는 낱말 '반복적'입니다. 그렇지만 뜻밖에도 이 낱말은 국어사전에 안 실려 있습니다. 퍽 놀랍습니다. 이 한자말이 안 실려 있다니.

 

한편으로는 반갑습니다만, 다른 한편으로는 걱정스럽습니다. 아무래도 국어학자 되는 분들께서 깜빡 잊어서 빼먹었다고 느끼며, 이 낱말이 국어사전에 실리건 안 실리건 사람들은 더없이 자주 으레 흔히 널리널리 쓰고 있으니까요. 머잖아 이 낱말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국어사전에 실리지 않겠느냐 싶습니다.

 

한자말 '반복'을 살펴보면, 우리 말 '되풀이'를 한자로 옮겨 놓았습니다. '반복'이라는 한자말에는 딱히 깊거나 넓거나 다르다 할 만한 뜻이 담겨 있지 않습니다. '되풀이'를 한자로 적으면 '反復'이며, 국어사전에 실린 보기글을 돌아보았을 때, '되풀이하다'나 '거듭되다'나 '잇다르다'나 '꾸준하다'나 '끊임없다' 같은 낱말 씀씀이를 밀어내기까지 합니다. "되풀이 훈련(되풀이하는 훈련)", "되풀이 동작", "성공과 실패가 되풀이", "같은 가락이 되풀이", "되풀이되는 같은 일은"처럼 고쳐쓸 보기글이라 할 텐데, "똑같은 훈련", "같은 동작(한결같은 동작)", "성공과 실패가 오락가락", "같은 가락이 이어짐", "거듭되는 똑같은 일은"으로 고쳐쓸 수 있기도 합니다.

 

문득 궁금해서 '되풀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봅니다. 낱말풀이는 "같은 말이나 일을 자꾸 반복함"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반복 = 되풀이"이고, "되풀이 = 반복"인 셈입니다. 서로 오락가락하는 국어사전 낱말풀이요, 낱말뜻이나 쓰임새를 알맞게 찾아볼 수 없는 국어사전 엮음새입니다.

 

 ┌ 반복적인 손목 사용으로 → 손목을 쉬지 않고 쓰며

 ├ 반복적 화재로 인해 → 잇달아 불이 나서 / 불이 끊임없이 나서

 ├ 반복적으로 꾸는 꿈 → 되풀이해서 꾸는 꿈 / 자꾸자꾸 꾸는 꿈

 └ 짧고 반복적인 문구 → 짧고 되풀이 나오는 말

 

처음 뿌리는 씨앗부터 옳지 못한 우리 삶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잘못 뿌려서 잘못 자라고 잘못 꽃이 피고 잘못 열매가 맺지 않느냐 싶습니다. 처음부터 씨앗을 잘 뿌려도 엇자라거나 시들 수 있는데, 씨뿌리기부터 엉터리인 우리 삶이 아니겠느냐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말을 비롯해 넋과 얼 모두 뒤죽박죽이요 어수선한 우리 삶자락이로구나 싶습니다.

 

우리는 왜 옳고 바르게 살아가기를 이토록 꺼리고 있을까요. 우리는 왜 이다지도 엉터리로 말을 하고 글을 쓰고 책을 내고 학문을 하는 삶을 바로잡지 않을까요. 우리는 어이하여 바른 넋과 삶과 말이 되도록 힘을 기울이지 못하는가요. 우리는 어찌하여 곱고 맑은 얼과 꿈과 글이 되도록 땀을 쏟지 못하나요.

 

끝없이 되풀이되는 잘못들입니다. 꾸준히 거듭되는 엉터리들입니다. 자꾸자꾸 이어지는 못난 모습입니다. 노상 다시금 나타나는 어설픔이요 어리석음이요 어리숙함입니다.

 

 ┌ 생산량을 이어가자면 사람들이 쓰고 또 쓰도록 해야 한다

 ├ 생산량을 지키려면 사람들이 헤픈 씀씀이에 길들도록 해야 한다

 ├ 생산량을 이으려면 사람들한테 헤픈 씀씀이를 뿌리내려야 한다

 ├ 생산량을 지키자면 사람들이 끝없이 쓰고 자꾸 쓰도록 부추겨야 한다

 └ …

 

즐겁고 반갑게 첫발을 떼지 못하고 있는 우리들이라고 느낍니다. 말마디 하나를 즐겁게 가꾸지 못하는 우리들이라고 느낍니다. 생각 한 줌 반가이 어루만지지 못하는 우리들이라고 봅니다. 삶자락 한켠을 사랑스레 다스리지 못하는 우리들이구나 싶습니다. 차분하고 다소곳한 길이란 처음부터 들여다보지 않습니다. 넉넉하고 따스한 품이란 처음부터 헤아리지 않습니다. 슬기롭고 아름다운 앎이란 처음부터 익힐 마음이 없습니다.

 

 

ㄴ. 반복적으로 소개

 

.. 그 세 건의 연구는 낙농업계가 후원하는 학회 때마다 반복적으로 소개됨은 물론이고 의사들을 상대로도 역시 재활용된다 ..  <티에리 수카르/김성희 옮김-우유의 역습>(알마,2009) 194쪽

 

"그 세 건(件)의 연구는"은 "그 세 가지 연구는"이나 "그 연구 세 가지는"으로 다듬습니다. '후원(後援)하는'은 그대로 두어도 되지만, '돈을 대는'이나 '마련하는'이나 '여는'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소개(紹介)됨은 물론(勿論)이고"는 "소개될 뿐 아니라"나 "나올 뿐더러"나 "나오는 한편"으로 손질하고, "의사들을 상대(相對)로도 역시(亦是) 재활용(再活用)된다"는 "의사들한테도 다시 쓰인다"로 손질해 줍니다.

 

 ┌ 학회 때마다 반복적으로 소개됨은 물론이고

 │

 │→ 학회 때마다 소개될 뿐 아니라

 │→ 학회 때마다 늘 소개되고 있으며

 │→ 학회 때마다 뻔질나게 소개되는 한편

 └ …

 

되풀이해서 나온다고 할 때에는 말 그대로 '되풀이해서'라 이야기하면 됩니다. 이와 같은 뜻과 느낌을 살리며 '늘'과 '언제나'와 '노상'을 넣을 수 있습니다. '한결같이'와 '꾸준히'와 '자꾸'를 넣어도 됩니다. '다시'와 '다시금'과 '거듭'을 넣어도 잘 어울립니다. '으레'나 '흔히'나 '꼭'을 넣어도 되겠지요. '어김없이'와 '빠지지 않고'와 '지치지 않고'를 넣어도 괜찮습니다.

 

말을 하거나 글을 쓰는 분들이 제 깜냥껏 알맞게 넣을 노릇입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흐름과 앞뒤 짜임새를 곰곰이 살피며 넣을 노릇입니다. 이렇게 해 볼 수도 있고 저렇게 해 볼 수도 있는데, '반복 + 적' 말투에 매이면 이도 저도 아닌 어설픈 말마디로 나동그라집니다.

 

 ┌ 학회 때마다 어김없이 되풀이될 뿐 아니라

 ├ 학회 때마다 으레 다시 나올 뿐 아니라

 ├ 학회 때마다 다시 이야기되고 있으며

 └ …

 

다 다른 사람들이 다 다른 삶에 따라 다 다른 말을 합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사랑스럽고 알차며 올바르게 말을 하지만, 누군가는 엉터리에 엉망진창으로 말을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수수하고 깊은 멋을 담으며 말을 하지만, 누군가는 겉치레와 지식자랑으로 말을 하기도 할 테지요.

 

어쩌면, '반복적'을 읊든 또 어떤 얄딱구리하다 싶은 말투를 외든, 저마다 자유요 다양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는 옳고 바르게 살아가는 사람만 있지 않고, 돈바라기와 이름바라기로 살아가는 사람도 많으니까요. 옳고 바르게 살아가고자 한다면 옳고 바르게 가다듬은 말이겠지만, 돈바라기와 이름바라기로 살아가고 있다면 마땅히 겉치레와 겉꾸밈 말입니다.

 

삶에 따라 달라지는 말입니다. 삶을 꾸리는 매무새에 따라 바뀌는 글입니다. 말을 붙잡고 글을 얼싸안기 앞서 내 삶이 어떠한가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생각하는 글쓰기>가 있고,
<우리 말과 헌책방>이라는 1인잡지가 있습니다.

2010.03.07 13:18ⓒ 2010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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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적的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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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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