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재는 불교 것만이 아닌 세계의 문화유산"

[세계유산즐겨찾기 ② 영산재] 대중 앞에 선보인 세계무형유산 '영산재'

등록 2010.03.16 16:08수정 2010.07.2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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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무형문화유산인 영산재가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2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장엄하게 진행되고 있다. ⓒ 최육상


'영산재(靈山齋)'는 석가모니가 인도의 영취산(靈鷲山)에서 여러 중생들을 모아 놓고 법화경(法華經)을 설(說)할 때의 모습을 재현한 불교 의식으로, 살아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이 다함께 진리를 깨달아 이고득락(離苦得樂, 고통을 벗어나 기쁨을 얻어 해탈의 경지에 이르기를 바라는 뜻)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 1973년 11월 5일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로 지정된 영산재는 그동안 서울 봉원사에서만 매년 거행돼 오며 불자들의 의식에 그친 면이 없지 않았다. 그 영산재가 이번에는 사찰을 벗어나 대중들과 함께 호흡하며 한 판 야단법석(野壇法席, 야외에 단을 세우고 불법을 편 자리)을 떨었다.


영산재는 부처님 전에 행하는 최대, 최고의 장엄한 불교의식

지난 13일 오후 2시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장엄한 의식을 드러낸 영산재는 지난해 9월 30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을 기념함과 동시에 오는 11월 11일 서울에서 열리는 'G-20정상회의'의 성공을 기원하며 약 2시간 동안 성대하게 진행됐다.

한국불교 태고종 전국신도회(회장 유윤순)가 주최하고 2010영산재 봉행위원회와 영산재보존회(회장 일운스님)가 주관한 이날 영산재에는 봉행위원장인 태고종 총무원장 인공스님을 비롯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내외 귀빈을 포함해 모두 2만여 명이 참석했다.

부처님 전에 행하는 최대, 최고의 장엄한 불교의식인 영산재는 식전행사로 국방부 취타대와 동국대 동국국악예술단, 봉원사 합창단의 공연에 이어 108명의 어산스님(魚山, 영산재 전승 스님)들이 함께 하며 전국 최대 규모로 치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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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재는 음악과 무용, 연극적인 요소까지 두루 갖추고 있어 불교 의식을 넘어 종합예술처럼 느껴진다. ⓒ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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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사찰을 떠나 속세에 모습을 드러낸 영산재는 다분히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춘 의식을 보여줬다. ⓒ 최육상


영산재 본 의식은 불교의식을 봉행하는 신호로 사찰 내의 큰 종을 치는 의식인 타종(打鐘)을 시작으로 시련(侍輦, 불법에 귀의한 신중을 가마에 태워 모시는 의식), 도량게(道場偈, 도량을 깨끗이 하고 노래하며 나비춤을 추는 의식), 천수바라(千手鈸羅, 스님들이 천수경을 외며 바라춤을 추는 의식), 거불(擧佛, 부처님을 예로써 모셔오는 의식), 화청(和請, 불법을 글이 아닌 말로 풀면서 가락을 붙인 의식), 공덕게(功德偈, 재를 올린 공덕을 참석한 모든 사람들에게 돌리는 의식)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본래 영산재는 3일간에 걸쳐 봉행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이날은 영산재의 대중화를 위해 2시간 정도로 대폭 간소화했으며, 탑돌이 춤과 북소리 공연 등을 곁들여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춘 흔적이 역력했다. 

인공스님은 인사말에서 "민족의 흥망성쇠와 운명을 함께 해온 민족종교인 태고종은 유구한 역사와 더불어 불교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킨 전통종단"이라며 "1600여 년 동안 국가의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국난극복에 전력해 온 호국불교의 대표 의식으로서 영산재가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을 계기로 전통불교문화의 보존과 전승 그리고 가치를 높이는데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영산재를 주최한 유윤순 회장은 "무형문화유산 등록으로 영산재는 불교와 한국의 것만이 아니라 세계의 문화유산이 됐다"며 "영산재를 국민들에게 더 널리 알리고자 (이렇게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개최했다"고 말했다.

음악, 무용, 연극... 영산재는 종합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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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소리와 어울린 춤사위는 참석자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 최육상

영산재는 음악과 무용, 연극 등의 요소들을 모두 담아낸 종합예술처럼 다가왔다. 의식으로 행해진 범음(梵音, 하늘의 소리)은 물론이거니와, 귀족들만의 불교를 벗어나기 위해 글이 아닌 말에 가락을 붙여 글을 모르는 대중들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는 화청 등은 전통 음악에 가까웠다.

한편, 이러한 불교 음악에 맞춰 고깔을 쓴 비구니들이 추는 여성적인 나비춤이나, 여러 스님들이 심벌즈처럼 생긴 바라를 가지고 역동적으로 추는 남성적인 바라춤, 그리고 쉴 새 없이 관중을 사로잡았던 법고춤 등은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을 열광케 하기에 충분했다. 이날 장엄한 불교 의식 중에 박수갈채가 연이어 터져 나온 건 매우 이례적인 장면이었다.

영산재가 우리나라의 중요무형문화재를 넘어 세계유산이 된 데에는 이처럼 각종 악기들과 화려한 춤사위를 곁들여 세계인의 이목을 사로잡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영산재에 드러나는 불교음악인 범패와 화청 등은 한국의 전통 민속음악인 가곡(歌曲)과 회심곡(回心曲)등에 큰 영향을 미쳤고, 바라춤과 나비춤 그리고 법고춤 등은 민속무용인 승무와 바라춤 등의 근원을 이루고 있다. 영산재는 단순히 불교의식에 머물지 않고 우리나라의 전통과 문화를 제대로 담아내며 수천 년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하동 쌍계사에서 만났던 상훈 주지스님은 "절에 오면 우리의 전통 음악과 무용 등을 모두 만날 수 있다"며 "스님들의 염불이나 바라춤 등은 수천 년을 면면히 이어오며 우리의 전통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고 말했었다.

이날 영산재는 비록 전통 영산재가 아니라 간소화한 의식이었지만, 상훈 스님의 그 때 말씀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었는지를 다시금 되새기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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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이 심벌즈처럼 생긴 바라를 이용해 남성적인 바라춤을 추고 있다. ⓒ 최육상


영산재는 한국불교 오페라, 세계에 더욱 널리 알려야

영산재보존회 측에 따르면 영산재는 오히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욱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보존회 측은 크고 작은 해외 시연을 통해 영산재가 '한국불교 오페라'라는 별칭을 얻어 명실 공히 불교 공연문화의 '지존' 자리에 올랐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난 13일 오후 봉원사에서 만난 일운 주지스님(영산재보존회 회장)은 영산재가 불교의식에 머물지 않고 대중과 세계 속으로 더욱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산재는 더 이상 태고종만의 것도 봉원사만의 것도 불교만의 것도 아닌 우리 민족 모두의 것이자 지구촌 문화재임을 인식하고, 국가와 민족의 발전을 위해 기도해왔던 숭고한 정신을 더욱 홍보해야 할 때입니다. 종교계를 비롯해 정계, 재계, 문화계 등 각계의 전문가들이 함께 영산재의 가치를 잘 발굴해 문화와 경제 가치를 세계에 알리는 데 한 치의 소홀함도 없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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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글게 돌리는 상모가 마치 불심으로 대동단결하라고 말하는 듯하다. 체조경기장을 빼곡하게 메운 사람들은 이날 영산재를 마음껏 즐겼다. ⓒ 최육상


인류무형문화유산이란?


'인류무형문화유산(Intangible Cultural Heritage)'은 유네스코 사무국이 등재를 주관하며, 무형문화유산 보호 협약에 가입한 당사국 총회에서 선출해 구성한 24개국의 '무형문화유산 보호 정부간 위원회(무형유산위원회)'가 대표목록과 긴급목록에 등재할 유산을 최종 선정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 등재 대상
무형문화유산의 전달체로서의 언어를 포함한 구전 전통, 표현, 공연 예술, 사회적 실행, 의식, 축제, 자연과 우주에 대한 지식 과 관습, 전통적 공예 기술 등.

* 등재 기준
▲무형유산협약에 명시된 무형유산의 조건을 충족할 것 ▲무형유산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임으로써 세계의 문화다양성을 보여 주고 인류 창의성을 증명하는 데 기여할 것 ▲해당 유산을 보호하고 증진할 수 있는 보호 조치를 마련하고 있을 것 ▲공동체, 단체, 개인의 자유로운 동의를 바탕으로 광범위한 참여가 있을 것 ▲신청 당사국이 해당 유산을 그 나라의 무형유산분류목록(inventory)에 포함하고 있을 것.

2010년 3월 현재 우리나라의 인류무형문화유산은 다음과 같다. 괄호 안 숫자는 등재 연도.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2001년), 판소리(2003년), 강릉단오제(2005년), 강강술래(2009년), 남사당(2009년), 영산재(2009년), 제주 칠머리당영등굿(2009년), 처용무(2009년) 등 8건

덧붙이는 글 | 참고자료
'G-20정상회의 성공개최를 기원하는 2010영산재' 자료집
<불교음악 영산재 연구>(법현 저, 운주사 출판, 2001)


덧붙이는 글 참고자료
'G-20정상회의 성공개최를 기원하는 2010영산재' 자료집
<불교음악 영산재 연구>(법현 저, 운주사 출판, 2001)
#영산재 #세계유산 #인류무형문화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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