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310) 지적

― '지석인 삶보다는 미덕의 삶' 다듬기

등록 2010.05.02 13:31수정 2010.05.02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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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적인 삶

 

.. 아마쉬 학교는 '지적인 삶보다는 미덕의 삶', '전문적 지식보다는 필수적인 기본 지식', '개별적 경쟁보다는 공동체의 번영', '외부 속세와의 융합보다는 분리'를 추구하는 공동체 삶에 필요한 교육을 구현하는 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  <임세근-단순하고 소박한 삶, 아미쉬로부터 배운다>(리수,2009) 154쪽

 

"미덕(美德)의 삶"은 "아름다운 삶"으로 손봅니다. 이 보기글은 '-적'과 '-의'를 한꺼번에 끼워넣으며 아미쉬 학교를 어떻게 꾸리고 있는가를 이야기하는데, 아미쉬 사람들이 '지적'인 삶이 아닌 '미덕'인 삶으로 나아간다고 한다면, 아미쉬 사람들 교육을 말하는 자리에서도 '지적'인 말이 아니라 '미덕'인 말을 해야 올바르지 않으랴 싶습니다.

 

'추구(追求)하는'은 '바라는'이나 '꾀하는'으로 다듬고, "공동체(共同體) 삶에 필요(必要)한"은 "공동체 삶에 도움되는"이나 "공동체 삶에 이바지하는"이나 "함께 모여서 살아갈 때 도움되는"으로 다듬습니다. "교육(敎育)을 구현(具現)하는 장(場)으로"는 "교육을 이루어내는 자리"나 "교육을 펼치는 자리"나 "가르치는 곳"이나 "가르치는 터전"으로 손질하고, '운영(運營)되고'는 '꾸리고'나 '두고'나 '삼고'로 손질해 줍니다.

 

 ┌ 지적인 삶보다는 미덕의 삶

 │

 │→ 지성이 넘치는 삶보다는 사랑이 넘치는 삶

 │→ 똑똑한 삶보다는 아름다운 삶

 └ …

 

사람들은 나날이 똑똑해집니다. 사람들은 날이 갈수록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많이 갖추면서 많이 알고 많이 느끼고 많이 본다고들 합니다. '지적'이 되고 '지성적'이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많이 안다고 해서 반드시 '지적'이거나 '지성적'이지는 않습니다. 옷차림을 말끔히 한다거나 전시장과 공연장을 자주 찾는다 해서 '지적'이라든지 '지성적'이라든지 하는 이름을 얻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오늘날 우리 터전에서는 누구나 '지적'이 되고 '지성적'이 되어 간다고 느낍니다. 속속들이 아름다운 지식과 지성을 갖추고 있으면서 '지적'이 되거나 '지성적'이 된다기보다, 겉껍데기로 지식과 지성이라는 옷을 입을 뿐 아닌가 싶습니다. 알찬 지식과 참된 지성이 아니라, 많은 지식과 번드레한 지성이 될 뿐 아니랴 싶습니다. 속이 깊고 따뜻한 지식이 아니고, 품이 넓고 살가운 지성이 아니라고 느낍니다. 홀로 즐기는 지식이고, 혼자 자랑하는 지성이라고 느낍니다. 어우러지는 지식이 못 되고, 어깨동무하는 지성으로 뻗지 못한다고 느낍니다.

 

알찬 지식이라면 고작 며칠이나 몇 해 뒤에는 폭삭 주저앉는 지식이 아닐 테니까요. 참된 지성이라면 우리 둘레 낮은자리 사람들하고 즐거이 손잡을 뿐 아니라, 높고낮은 삶터가 따로 없도록 땀을 흘릴 테니까요.

 

 ┌ 전문적 지식보다는 필수적인 기본 지식

 │

 │→ 깊은 지식보다는 삶에서 바탕이 되는 지식

 │→ 더 많은 지식보다는 살아가는 밑바탕이 되는 지식

 └ …

 

껍데기로 '지적'인 사람은 눈빛으로 알 수 있습니다. 제대로 지식을 갖추는 사람은 눈이 맑습니다. 올바로 지식을 쌓는 사람은 눈이 깊습니다. 슬기롭게 지식을 다스리는 사람은 눈이 빛납니다.

 

몸차림만 '지성적'인 사람은 매무새로 읽을 수 있습니다. 제대로 지성을 돌보는 사람은 매무새가 홀가분합니다. 올바로 지성을 다루는 사람은 매무새가 훌륭합니다. 슬기롭게 지성을 나누는 사람은 매무새가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우리 스스로 얼마나 지식을 갖춘 사람다운 몸짓을 보여주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이든 우리 이웃이든 제대로 지식을 갖추고 있는가 아닌가를 읽어낼 수 있을는지 궁금합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얼마나 지성을 닦는 사람인지 궁금합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이든 우리 동무이든 올바로 지성을 닦고 있는가 아닌가를 알아챌 수 있을는지 궁금합니다.

 

우리 삶터와 세상뿐 아니라, 우리 몸뚱이와 마음마저도 온통 껍데기에 지나지 않나 모르겠습니다. 말이 말답지 못하고, 넋이 넋답지 못하며, 삶이 삶답지 못할 뿐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지식과 지성 또한 지식다움을 잃고 지성다움을 잊지 않나 모르겠습니다.

 

 ┌ 개별적 경쟁보다는 공동체의 번영

 │→ 혼자 잘 살기보다는 다 함께 잘 살기

 │→ 내 밥그릇 챙기기보다는 어깨동무하기

 ├ 외부 속세와의 융합보다는 분리

 │→ 바깥 세상과 어우러지기보다는 따로 살기

 │→ 어지러운 바깥에 물들기보다는 조용히 살기

 └ …

 

함께하는 말이 되면 좋겠습니다. 함께 나누는 생각으로 거듭나면 좋겠습니다. 함께 어우러지는 삶으로 일구면 좋겠습니다. 함께 돌보는 지식으로 다스리면 좋겠습니다. 함께 즐거운 지성으로 북돋우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가 있고,
<우리 말과 헌책방>(그물코)이라는 1인잡지가 있습니다.

2010.05.02 13:31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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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가 있고,
<우리 말과 헌책방>(그물코)이라는 1인잡지가 있습니다.
#-적 #적的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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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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