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숙도. 낙동강하구언
성낙선
짐받이에서 떨어져 나간 가방, 이를 어쩌나오늘 아침, 가방을 다시 짐받이에 얹어 줄로 붙잡아매는데 보통 귀찮은 게 아니다. 이런 일을 아침저녁으로 매일 반복해야 한다는 것도 한심한 일이다. 궁리 끝에 가방을 뗐다 붙였다 할 필요없이 아예 짐받이에 완전히 고정하기로 하고 끈으로 단단히 붙잡아맨다.
끈을 잘라내지 않는 한, 앞으로 이 가방은 여행이 끝날 때까지 자전거에서 분리할 수 없다. 그 안에 든 짐 역시 자전거와 함께 숙소 밖에 남겨둬도 될 만한 물건들로 채운다. 이렇게 되고 보니, 그동안 가방 하나는 따로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됐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이런 걸 전화위복, 새옹지마라고 하나?
내가 가지고 다니는 가방은 모두 3개다. 하나는 등에, 두 개는 짐받이에 얹혀 있다. 당연히 그날 여행을 마치고 숙소로 들어가거나 할 때는 양손에 가방 두 개를 집어 들어야 한다. 그것은 기본이고, 그 외에 또 다른 잡동사니들이 있을 경우에는 옆구리에 끼거나 입으로 물고 날라야 하는 일까지 발생한다.
그런 와중에 이제 어찌할 방법이 없이 가방 하나를 포기하고 나니까, 마음이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앞으로는 양손에 바리바리 짐들을 싸들고 다녀야 하는 성가신 일은 사라질 것이다. 짐 속의 짐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아침에 짐을 챙길 때마다 절절매야 하는 일 역시 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그런데 이런 내 마음과는 달리 오늘 아침, 하늘이 조금 흐릿하다. 때 아닌 황사주의보가 내려졌다. 봄철도 아니고 늦가을에 황사라니, 황당한 일이다. 방송에서는 바깥 활동을 자제하라는데, 자전거여행자인 나로서는 수용하기 힘든 주문이다. 하늘이며 바다가 온통 뿌옇다. 저게 다, 안개가 아니라 중국에서 날아온 황사라고 생각하니까 숨쉬기가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