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복터널
성낙선
'탱크'가 돌진해온다, 장복터널 마산항을 떠나 약 10㎞ 정도 가면 바로 창원시 진해구다. 진해로 들어서서 제일 먼저 장복터널과 마주친다. 터널 길이가 무려 800m가 넘는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기에는 조금 긴 터널이다. 하지만 우회로를 찾아 되돌아가기에는 너무 먼 거리를 달려왔다. 이 터널은 그나마 지나가는 차량이 많지 않아 다행이다. 후미등을 켜고는 터널 안으로 들어선다.
우리나라 터널 안이 대체로 그렇듯이 장복터널 역시 갓길 같은 게 따로 없다. 그래서 도로 가장자리를 조심스럽게 달려야 한다. 그리고 대범해야 한다. 이런 터널 안에서는 승용차가 덤프트럭처럼 요란한 굉음을 내며 지나간다. 덤프트럭 같은 대형차들은 탱크가 돌진해오는 것 같이 위협적이다. '탱크'가 지나갈 때마다 몸이 흔들린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위험한 순간을 맞을 수도 있다.
터널을 빠져나오면 진해 시내다. 진해는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 가운데 하나다. 진해항 바닷가를 따라 자전거도로가 곧게 깔려 있다. 일부 구간, 해안에 자리 잡은 군사시설 때문에 해안에서 벗어나 안쪽으로 돌아가는 길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 길에도 역시 자전거도로를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진해의 자전거도로가 얼마나 유용한 것인지는 나는 잘 모르겠다. 이곳의 자전거도로는 대부분 인도 겸용인 데다, 중간 중간 길이 끊어지는 곳이 많아 꽤 불편한 편이다. 폭이 좁거나 노면이 고르지 못해 불편한 점도 있다. 따라서 진해에서는 경우에 따라 도로 위를 달리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도로에 차량이 많은 편이 아니다.
시내를 벗어나면서부터 언덕을 오르내리는 길이 나타난다. 올봄 미니벨로를 타고 처음 이 길을 달릴 때는 숨이 턱에 차게 힘들었다. 그런데 오늘은 그때와 다르게 몸이 상당히 가볍다. 언덕도 그렇게 가팔라 보이지 않는다. 갑자기 체력이 좋아진 것도 아닌데, 몸이 이렇게 가벼운 건 순전히 심리적인 요인 때문일 것이다.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