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새 명물 광안대교. 광안대교 너머로 보이는 것은 마린시티에 신축중인 건물들.
성낙선
그 남자의 질문 방식이 참 묘하다해운대는 우리나라에서 여름이면 해수욕객이 가장 많이 몰려드는 곳으로 유명한 해수욕장이다. 매년 '언제' 관광객 백만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뉴스 한 꼭지를 차지하곤 한다. 마침 주말이어서 해운대 백사장으로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연인들은 물론이고, 유치원에서까지 아이들을 집단으로 데리고 온 걸 보면 전 국민이 사랑하는 국민관광지임에 틀림없다.
해운대를 떠나려다 주차장 앞에서 이제 막 이곳에 도착한 한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 사람 얼굴에 호기심이 잔뜩 묻어난다. 남들이 모두 자동차를 끌고 온 마당에 혼자서 자전거를 타고 나타났으니,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않을 수 없다. 이제 곧 질문 공세가 시작될 것이다.
그런데 이 남자의 질문 방식이, 이전에 내게 질문을 던졌던 사람들하고는 조금 다르다. 이전에는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지극히 기초적인 질문을 해왔다면, 이 사람은 그래도 뭘 좀 알고 덤벼드는 것 같다. '여행을 언제 시작했느냐?'는 질문에서 '잠은 어디서 자냐?'는 질문으로 이어지더니, 즉석에서 내가 그동안 지출하는 돈이 얼마인지를 계산해낸다. 그러더니 다시 '그 돈을 다 어디서 충당하냐?'고 묻는다.
거 참, 틀린 계산도 아니고 그리 불쾌하게 생각할 질문도 아니다. 그렇지만 어딘지 모르게 언짢은 구석이 있다. 그 사람의 질문에 마치 내 속을 훤히 꿰뚫어보는 독심안 같은 것이 숨어 있다. 거짓말하기가 뭐해서 내가 여행비를 어떻게 마련했는지 솔직히 얘기해 줬더니, 마치 자기 일처럼 근심스러워 하는 표정이다. '결혼은 했냐?'고 묻는 말이 결혼까지 한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하고 돌아다니냐는 말로 들린다. 참 묘한 분이다.
혼자 여행을 다니는 게 얼마나 외롭고 힘든지는, 말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대충 얼버무린다. 여럿이 같이 다니면 좋지만, 세상에 나 같은 놈이 어디 흔한가? 나도 가끔 내가 희한한 놈이다 싶을 때가 있는데, 세상에 나를 따라서 여행을 다닐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나보다 더 희한한 사람일 것이다. 이 말을 들으면 내 친구 중에 '그러면 내가 너보다 더 희한한 놈이냐?'고 물을 사람이 있을 것 같은데, 뭐 굳이 답할 필요도 없다.
친구들과 어울려 장기여행을 떠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부작용이 너무 많다. 그래도 그가 '혼자 다니는 것보다는 여럿이 어울려 다니는 게 더 즐겁지 않느냐?'고 물을 때는, 그러면 지금 나와 함께 여행을 떠나시겠냐고 물으려다 그만둔다. 생각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이 기회에 굳이 내 의견을 밝혀 두자면, 장기간 계속 되는 여행은 오랜 시간 외로움을 이겨낼 수만 있다면 혼자 다니는 게 최고라는 생각이다.
이 양반도 나를 떠나보내는 게 꽤 아쉬운 표정이다. 아직 궁금증을 모두 해소하지 못한 게 분명하다. 하지만 나는 이미 내 속마음까지 바닥을 다 드러낸 상태다. 더 이상 들려줄 말이 없다. 개인적인 질문을 너무 많이 던져 불편하긴 했지만, 그 역시 자전거여행에 무척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게 틀림없다. 조만간 그를 어딘가 한적한 길 위에서 다시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