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양항
성낙선
'포경기지'에서 '고래문화특구'로 거듭나는 장생포장생포항까지 가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장생포항은 과거 고래잡이로 명성을 날리던 곳이다. 지금은 고래잡이가 법으로 금지되어 있어, 더 이상 그 명성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그 대신 고래탐사선을 운영하는 등 고래와 관련이 있는 다양한 사업을 펼쳐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다 좋은데 항구 건너편으로 공업단지가 빤히 건너다보이는 게 가슴이 아프다. 거대한 공업단지 시설물들로 항구가 잔뜩 주눅이 들어 있는 모양새다. 매연인지 안개인지 하늘이 뿌옇게 내려앉아 있는 광경이 마음을 더욱 더 무겁게 짓누른다. 장생포는 현재 항구 주변이 공업단지로 완전히 포위가 되어 있는 상태다.
항구 가까이 고래박물관이 있다. 이곳의 전시실에서 포경 금지 조치가 내려지기 전에 우리나라에서 행해진 포경의 역사는 물론, 그때 사용했던 물건들을 한눈에 들여다 볼 수 있다. 살아 있는 돌고래는 물론이고, 여러 가지 고래 모형이나 머리뼈 같은 것들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물건들이다.
마침 주말을 맞아 매표소 앞이 입장권을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박물관 야외광장 앞으로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다니는 모습이 보기 좋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공업단지로 인해 무거웠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기분이다.
장생포항을 떠나서는 울산 시내를 관통하는 태화강을 건넌다. 태화강을 가로지르는 명촌교에서부터 방어진항까지 강변을 따라 자전거도로가 깔려 있다. 그 자전거도로를 한참을 달려가다 보면, 도로 양쪽으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이 들여다보인다. 의외의 풍경이다.
공장 주변 풍경이라 꽤 을씨년스러울 것 같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그동안 사진이나 텔레비전 영상으로만 보아 왔던 풍경이 바로 내 눈 앞에서 펼쳐지는데, 그 풍경이 장관이다. 공장 마당에 수출 대기 중인 것으로 보이는 승용차들이 줄맞춰 늘어서 있다. 그 끝이 어딘지 알 수 없다. 한눈에 보기에도 엄청난 물량이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자동차에 호감을 느껴보는 것도 극히 드문 일이다. 대자연을 바라보는 것과는 조금 다른, 또 다른 감동이 밀려온다. 인간의 능력이라는 게 거의 무한대다. 그 능력을 좀 더 바람직한 일에 사용하지 못하는 게 아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