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수상하다... 뒷조사를 해야 하나?

[리뷰] 할런 코벤의 <아들의 방>

등록 2011.12.14 16:43수정 2011.12.14 17:04
0
원고료로 응원
a <아들의 방> 겉표지

<아들의 방> 겉표지 ⓒ 비채

대부분의 아이들은 나이를 먹으면서 부모의 간섭과 통제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남녀를 불문하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그런 모습을 보이면, 부모가 대처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아이의 행동과 판단을 믿고 단지 지켜보기만 하는 부모도 있을 테고 여전히 아이의 사생활에 개입하고 잔소리를 늘어놓아야 직성이 풀리는 부모도 있을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아이의 개인적인 사소한 일까지 모두 알려고 하는 부모도 있을 수 있다. 인터넷과 휴대전화가 필수가 돼버린 요즘이라면 그것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자식이 인터넷으로 무엇을 보는지, 이메일이나 인스턴트 메신저로 누구와 어떤 대화를 주고 받는지도 마음만 먹으면 알아낼 수 있다. 휴대폰을 추적하면 언제, 어느 곳에 있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그럴만한 의도만 있다면, 그리고 비용을 댈 능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편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겁나는 세상 아닌가?

어느날 대화를 거부해버린 16세 아들

할런 코벤의 2008년 작품 <아들의 방>에는 이런 식으로 아들을 감시하는 부모가 등장한다. 마이크와 티아 부부가 바로 그들. 두 부부 사이에는 열여섯 살 된 아들 애덤이 있다. 애덤은 어린 시절에 아빠 마이크와 함께 아이스하키 경기장에 가서 자신이 좋아하는 팀을 열렬하게 응원하곤 했다.


대학시절 뛰어난 선수였던 아빠의 피를 물려받았는지 애덤도 주니어 아이스하키팀의 주전선수로 활약했다. 마이크와 애덤은 함께 연습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러던 애덤이 여섯 달 전에 아무 설명도 없이 이제 운동을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애덤은 그 후로 사람들을 피하며 자신의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부모가 대화를 시도해도 소용없었다. 당시 애덤은 친한 친구인 스펜서가 자살하는 충격적인 사건을 겪었다. 부모도 그 사건이 애덤에게 많은 영향을 줬을 것이라 생각하고, 애덤을 심리치료사에게 데려가지만 애덤은 그것도 거부하고 만다.


그래서 마이크와 티아는 애덤의 컴퓨터에 스파이 프로그램을 몰래 설치한다. 마이크와 티아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애덤이 컴퓨터로 하는 모든 행동을 볼 수 있다. 어느 사이트에 접속해서 무엇을 내려받는지, 워드나 엑셀 프로그램으로 무슨 문서를 작성하는지, 타인과 무슨 메시지를 주고받는지 등을 빠짐없이 알 수 있다.

프로그램을 설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티아는 뭔가를 찾아낸다. 애덤이 누군가와 인스턴트 메신저로 나누는 대화내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것. 애덤과 그 친구는 자신들이 어떤 범죄에 연루된 듯한 느낌이 드는 대화를 주고받는다. 마이크와 티아는 이 대화를 엿보고 나서 애덤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일탈을 꿈꾸는 10대 청소년들

대부분의 범죄소설이 그렇듯이, <아들의 방>에도 잔인한 살인사건이 연달아 발생한다. 그에 못지않게 가족과 핏줄에 관한 이야기도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마이크와 티아는 '사생활 침해'를 두고 논쟁을 벌인다. 아무리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지만 스파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식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행동일까.

만일 애덤이 그 사실을 알게 되면 부모에게 완전히 마음을 닫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티아는 물러서지 않는다. 티아는 '아들을 보호할 것이냐' 아니면 '그 아이의 사생활을 보장할 것이냐'를 놓고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아이를 보호하는 쪽을 택한다는 입장이다.

작품 속의 다른 등장인물도 아이들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좋은 가정과 자신을 사랑하는 부모가 있는 아이들이 도대체 무엇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쓰냐고 묻는다. 마이크도 자신에게 질문한다. 자신은 어렸을 때 주말이면 종일 시내에서 놀다가 밤늦게 들어왔다. 하지만 애덤이 그런 행동을 하면 걱정부터 앞선다. 부모들은 정확하게 자식의 무엇을 걱정하는 걸까.

작품의 시작부터 펼쳐지는 살인사건의 진상도 궁금하지만, 가족을 지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 등장인물들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자식을 감시하며 갈등하는 사람들의 내면도 흥미롭다. 이유가 무엇이건 간에 감시하는 일과 감시당하는 일, 이 두 가지는 모두 못할 짓이다.

덧붙이는 글 | <아들의 방> (할런 코벤 씀 |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1.10. | 1만2000원)


덧붙이는 글 <아들의 방> (할런 코벤 씀 |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1.10. | 1만2000원)

아들의 방

할런 코벤 지음, 하현길 옮김,
비채, 2011


#아들의 방 #할런 코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5번이나 울었다... 학생들의 생명을 구하는 영화" "5번이나 울었다... 학생들의 생명을 구하는 영화"
  2. 2 추석 앞두고 날아드는 문자, 서글픕니다 추석 앞두고 날아드는 문자, 서글픕니다
  3. 3 에어컨이나 난방기 없이도 잘 사는 나라? 에어컨이나 난방기 없이도 잘 사는 나라?
  4. 4 새벽 3시 편의점, 두 남자가 멱살을 잡고 들이닥쳤다 새벽 3시 편의점, 두 남자가 멱살을 잡고 들이닥쳤다
  5. 5 "독도 조형물 철거한 윤석열 정부, 이유는 '이것' 때문" "독도 조형물 철거한 윤석열 정부, 이유는 '이것' 때문"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