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100년 역사에 처음있는 일이에요"

[연재동화] 안내견 뭉치와 로봇 친구 또또 (7) - 민재의 꿈 -

등록 2012.01.10 17:39수정 2012.01.1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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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재가 아이디어 공모전에 출품한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드디어 오늘이 기다리던 발표날입니다. 종례 시간에 담임 선생님이 환하게 웃으며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오셨습니다.

"자, 오늘 종례를 시작합니다. 전달 사항은 전에 실시한 학생 발명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우리 반 김민재가 '리드프렌드'란 작품으로 대상인 대통령상을 받았습니다. 특히, 민재는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대통령상입니다. 그리고 또 우리 반 이동욱의 '아가 어디'가 장려상, 4 반의 권미현이 종이로 만든 오디오북으로 은상을 받았습니다. 이런 일은 우리 학교 개교 이래 100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모두 축하해 주세요."


별명이 '100년 역사'인 담임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말했습니다.

"와-."
"김민재. 축하한다."
'역시 김민재로군!"
"그럼 민재는 이제 대학에 특별 전형 1순위네."

학생들이 모두 민재에게 축하인사를 하였습니다. 뭉치도 책상 밑에서 열심히 꼬리를 흔들었습니다.
"민재, 이리 나와서 소감 한 말씀 해야지!"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민재는 자리에서 일어나 교실 앞으로 나갔습니다.
"아주 기쁩니다. 무엇보다 저의 꿈에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는 것 같아서 더욱 기쁜 마음입니다.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노력하여 제 꿈을 반드시 이루도록 하겠습니다."

민재의 말이 끝나자 교실 안의 학생들이 모두 박수를 쳤습니다. 뭉치도 민재 곁에서 힘차게 꼬리를 흔들며 축하해주었습니다.


"민재. 네가 말하는 꿈이 뭐야?"
반장인 소연이가 물었습니다.
"글쎄! 아직은 비밀."

민재는 소연에 물음에 직접적인 대답 대신 애매한 말로 얼버무렸습니다. 모두 민재의 꿈이 무엇인지 궁금해하였습니다. 그러나 궁금해하면서도 모두 알고 있습니다. 민재는 또다시 자기와 같은 시각장애인들을 편하게 만들 무언가를 궁리 중에 있다는 것을 말이죠.


집으로 돌아온 민재는 평소와 다름없이 열쇠 번호를 입력하고 문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현관문을 열자 거실에서 윙윙 하는 낯선 소리가 들렸습니다. 민재와 뭉치는 무엇인지 몰라 거실을 바라보았습니다. 거실에는 민재의 무릎 높이의 원통형의 물체가 윙윙거리며 청소를 하고 있었습니다.

머리에선 반짝거리며 램프에서 빛이 나고 그 램프 밑으로는 컴퓨터처럼 화면도 있었습니다. 두 팔은 있는데 다리는 없는 괴상한 모양이었습니다. 뭉치는 신기한 듯 그 물체를 바라보았습니다. 청소하던 물체가 갑자기 둘에게로 다가왔습니다.

'삐리~삐리 암호를 말하라. 암호를 말하라. 정확한 암호를 말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한다. 삐리~삐리~'

물체는 민재와 뭉치 앞에서 경고음을 내며 암호를 말할 것을 재촉했습니다. 민재는 놀라고 황당했습니다. 소리는 바로 자신의 앞에서 들렸습니다. 뭉치도 이상한 기계를 바라보며 눈동자만 데굴데굴 굴렸습니다. 민재는 신발도 벗지 못하고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엉거주춤하고 있었습니다. 뭉치도 겁을 먹었는지 민재의 곁에 바짝 붙어 괴상한 물체를 쳐다보았습니다. 그 사이에도 로봇은 계속 민재에게 암호를 말할 것을 재촉했습니다.

'삐리삐리 엥엥. 암호를 말하라. 암호를 말하라. 엥엥 삐리삐리'

그때 주방에서 커다란 웃음소리가 들렸습니다. 깔깔깔 거리는 엄마의 웃음소리와 함께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남자의 웃음소리였습니다.
"어이! 민재! 우리 민재 이제 왔구나? 어디 보자."
민재는 누군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어디선가 많이 듣던 목소리였습니다.
"누구세요? 혹시 삼촌?"
"그래, 삼촌이다. 우리 민재 많이 컸네. 길에서 만나면 못 알아보겠다."
"어! 정말 삼촌이구나. 삼촌 언제 온 거야?"
"조금 전에 왔지. 공항에서 바로 집으로 왔어. 어이, 우리 사랑하는 조카."

삼촌은 민재의 손을 덥석 잡았습니다. 민재도 너무 반가워서 삼촌을 와락 껴안았습니다. 미국으로 유학을 갔던 삼촌이 아무런 연락도 없이 돌아온 것입니다. 삼촌은 미국에서도 유명한 MIT 대학에서 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받고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민재야. 들어와야지."

두 사람 뒤에 서 있던 민재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민재는 그제야 신발을 벗고 집으로 들어섰습니다. 능숙한 솜씨로 뭉치의 발을 닦아 주고 엄마와 삼촌이 차를 마시고 있던 주방으로 향했습니다.

"얘가 뭉치로구나. 사진보다 훨씬 잘생겼네."
삼촌이 민재 곁에 있는 뭉치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그치. 삼촌. 울 학교에서도 인기짱이야."

뭉치는 민재형의 칭찬에 어깨를 으쓱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처음 보는 괴상한 로봇에게 눈을 떼지 않았습니다. 조금 전까지 경고음을 내던 로봇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청소하기 위해 거실을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뭐야? 저 이상한 괴물은? 삼촌이 만든 거야?"
"그래! 이번에 이 삼촌이 개발한 최신형 가정 도우미 로봇이란다."
"최신형은 무슨! 저런 청소 로봇은 우리나라에도 얼마나 많다고요?"
"지금까지의 청소 로봇과는 달라. 완전히 신개념의 인공지능 로봇이란다."
"내가 보기엔 그냥 청소 로봇하고 같은데. 뭘."
"하하하! 청소 로봇이 보안 체크하는 거 봤어? 아까 네게 암호 말하라는 것 잊었어?"
"그러게. 그냥 아무에게나 그러는 것 아냐? 암호 말 안 했는데 아무 일도 없잖아?"
"바로 그게 인공 지능 기능 때문이야. 내가 위험하지 않다고 인정한 사람으로 인식한 거지."
"그게 다야? 다른 기능은?"
"지금까지의 보통 청소 로봇은 그냥 단순하게 먼지를 흡입하는 기능만 가지고 있지만 저 녀석은 먼지 자체의 존재를 인식해서 청소를 할 수 있지. 깨끗한지 더러운지를 자신이 판단해서 청소한다고. 그것 뿐이 아니야. 지금 많이 개발되고 있는 홈오토메이션의 메인 서버 기능도 가능해."

삼촌은 자신이 개발한 로봇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민재는 귀를 바짝 세우고 열심히 들었습니다. 민재가 어릴 때부터 제일 좋아했던 삼촌입니다. 민재가 컴퓨터를 이용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거나 여러 가지 발명품을 구상 할 때도 도움을 많이 받은 삼촌입니다.

"삼촌, 미국으로 언제 가?"
"인제 미국으로 안 가도 돼. 아예 우리 민재랑 살 거야."
"정말?"
"그래! 이번에 신비전자의 개발팀장으로 왔어. 대학에서 강의도 할거고."
"정말 우리랑 같이 사는 거야?"

민재의 말에 삼촌은 말없이 웃었습니다.
"민재야, 삼촌은 당분간 우리랑 같이 살 거란다. 삼촌이 결혼할 때까지."

엄마가 말했습니다. 민재는 너무 기뻤습니다. 삼촌과 함께 있으면 자신의 꿈인 '안내견 로봇'을 만들 때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민재의 꿈은 바로 안내견 로봇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시각장애인이 안전하고 편하게 이동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뭉치를 만난 이후 안내견이 얼마나 편리하고 유익한 존재였음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해마다 배출되는 안내견은 겨우 10여 마리에 불과합니다. 그러고 보면 민재가 뭉치를 분양받을 수 있었던 것은 엄청난 행운에 속할지도 모릅니다.

민재는 자신처럼 원하는 시각장애인은 누구나 안내견을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안내견 로봇을 만들고 싶은 것입니다. 사실 민재가 이번에 출품한 작품도 안내견 로봇 기능에 포함하려는 한 가지 기능에 속합니다. 이렇게 민재는 안내견 로봇의 개발을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고 있습니다.

"삼촌. 저 로봇 청소기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 거야? 예를 들면 내비게이션 기능 같은 거 말야?"
"물론이지. 저 녀석은 거의 슈퍼 컴퓨터급에 속해."
"저 로봇 이름이 뭐야?"
"아직은 특별한 이름은 없어. 그냥 개발 프로젝트 이름으로 T-1000으로 불렀지만, 이제 새로운 이름을 만들어 줘야지. 제일 먼저 만든 저 녀석은 민재에게 삼촌이 주는 선물이니까 민재가 이름 만들어 줘라."
"우와!! 정말 나한테 주는 거야?"

삼촌은 빙그레 웃었습니다. 그때 로봇이 민재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습니다.
'삐리삐리 삼촌. 거실 청소가 끝났습니다. 이어서 안방 청소를 하겠습니다. 삐리삐리'
로봇은 삼촌에게 말했습니다.

"오늘은 청소 그만. 그리고 이제부터 너를 관리할 메인 관리자를 교체한다. 바로 여기 민재다."

삼촌은 민재를 가리켰습니다. 그러자 로봇은 민재를 향해 회전했습니다. 찰칵하는 카메라 소리가 들리고 로봇이 다시 말을 했습니다.

'입력 완료. 메인 관리자 교체 완료. 새로운 관리자님 호칭을 어떻게 부를까요?'

민재는 그저 얼떨떨하기만 했습니다. 삼촌이 말했습니다.

"민재야. 이제부터 로봇이 부를 네 호칭을 말해주면 앞으로 그렇게 부를 거야."
"형이라고 불러. 민재형."
'알겠습니다. 민재형. 그럼 전 다음 명령이 있을 때까지 대기하겠습니다.'

로봇은 거실 구석으로 가서 동작을 멈췄습니다.
"우와. 삼촌 대단하다. 사람의 말을 다 알아들어."
"앞으로 우리 민재에게 좋은 친구가 될 거다."
민재는 로봇에게 '또또'란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다. 매우 똑똑한 로봇이기 때문입니다.

[뭉치가 말하는 시각장애인 이야기] – 안내견 로봇 –

안녕하세요?
민재형이 아이디어공모전에서 대상을 탔어요. 전에 시각장애인들의 보조공학기기를 소개해드렸던 적이 있었죠.  <제5회 "선생님, 민재가 아니고 안내견이 코 고는데요" 참조>

현재 개발되어 있는 보조공학기기외에도 많은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어요. 시각장애인을 위한 기술로는 대부분 시각을 대체하여 정보를 전달하는 기술들이 많죠. 영국에서는 특수카메라로 촬영한 정보를 혀를 통해 전달하는 방법도 상용화 되고 있고요. 일본에서는 역시 특수 카메라로 촬영한 정보를 이마에 진동으로 전달하는 방법도 있어요.

아직 시각장애인이 완벽하게 이용하지는 못하지만 훈련을 통해서 일정 부분 정보 인식이 가능한 기술들이 있다고 합니다. 민재형의 꿈은 '안내견 로봇'을 만들고 싶대요. 우리 안내견들이 많은 일을 하잖아요. 그런데 안내견은 쉽게 만들어 질 수가 없어요. 한 해에 배출되는 안내견이 10여 마리정도 박에 안되거든요. 만약 안내견 로봇이 있다면 원하는 시각장애인들은 모두 이용할 수 있을까요? 아직은 기술도 그렇고 만들어 진다해도 가격도 비싸겠지만 있으면 좋겠죠. 훌륭한 박사님들이 그런 로봇을 만들어 주면 좋겠어요.

#안내견 뭉치 #안내견 로봇 #보조공학기기 #시각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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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1급 시각장애인으로 이 땅에서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장애인의 삶과 그 삶에 맞서 분투하는 장애인, 그리고 장애인을 둘러싼 환경을 기사화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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