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황우여 원내대표와 얘기를 나누며 웃고 있다.
남소연
사실 이번에 새로 선출될 새누리당 지도부는 그 어떤 때보다 중요하다. 19대 국회를 이끌 첫 지도부이기도 하거니와 18대 대선 후보 경선을 관리할 집행부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위상이나 역할 면에서 남다르고 진입장벽조차 낮은 전당대회에 후보들이 등판하지 않는 까닭은 결국 딱 하나밖에 없다.
바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의중이다. 모두 하나 같이 '박심(朴心)'만 살피고 있다. 4·11 총선을 거치며 새누리당의 구조가 '박근혜 당'으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즉, 박 위원장의 의중에 따라 당 지도부가 결정될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것이다.
최근 불거진 '친박 지도부 내정설'이 이 같은 당 상황을 잘 드러낸다. '친박 지도부 내정설'은 박 위원장의 '수도권 한계론'을 보완하기 위해 인천 연수구에서 5선을 달성한 황우여 원내대표가 당대표로 나서고, 친박 핵심인 서병수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는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이 다시 서 의원의 파트너로 정책위의장을, 박 위원장의 정무그룹인 최경환 의원은 사무총장을 맡는다는 것이 핵심이다. 모두 친박 핵심이거나 무계파이면서도 박 위원장 쪽에 좀 더 가까운 인물들이다.
이 같은 '내정설'이 회자되자 친박계는 적극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차기 원내대표로 거론됐던 서병수 의원은 25일 오후 "지도부 내정설 등 루머가 나도는 상황에서 원내대표 경선에 나가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총선 공천을 전후해 '최재오'란 별칭을 얻은 최경환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근거 없는 얘기로 음해하고 있다, 소가 웃을 얘기"라고 반박했다.
황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전당대회에 출마할 거냐, 당 대표설이 파다하다"는 질문에 "나도 모른다"며 고개를 저었다.
부글부글 비박진영 "짜고 치는 고스톱 판인데 우리가 왜 끼나" 그러나 '비박(근혜)' 진영은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그동안 우려하고 있던 '박근혜 당'의 신호탄이 쏘아 올려진 것이란 인식이다.
황 원내대표와 함께 수도권 당대표로 거론되는 남경필 의원을 지지키로 한 쇄신파 의원들은 지난 24일 저녁 회동을 갖고 전당대회 보이콧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짜고 치는 고스톱 판에 끼어 앉아 '쓰리고' 당할 일이 있냐"는 얘기다.
한 쇄신파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한 분이 보이콧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얘기하자 다른 분도 동감한다는 의견을 냈다"며 "보이콧 결정이 난 건 아니지만 상황이 심각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문제가 있는 걸 아는데 그냥 갈 순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내정설에 대해) 여기저기서 그런 얘기를 들었는데 박 위원장의 의중인지는 모르겠다"면서도 "사실 지금 박근혜 위원장의 뜻을 거스를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나"라고 개탄했다. 그는 이어,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에게 졌던 것 때문에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며 "(친박계 입장에선) 경선 때까지 어찌됐든 꽉 조여서 가고, 이후 본선 후보가 되면 선대위 꾸릴 때나 구색 맞추기를 하지 싶다"고 덧붙였다.
박 위원장과 대선 경쟁에 돌입한 정몽준 의원은 더욱 직설적이다. 그는 지난 24일 트위터에 "동료의원을 만났더니 국회의장, 당대표, 원내대표가 전부 내정되었다고 하네요"라며 "2008년 한나라당 대표는 관리형 대표라는 주홍글씨가 있었는데 이제는 지명직 대표라는 낙인을, 특정인의 그늘에 가려 새누리가 독립성과 생명력을 잃어간다면 우리가 바라는 민주주의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 의원 측 관계자는 "전당대회에 후보가 안 나오는 게 당연하지 않나"라며 "이미 지명직이란 얘기가 파다한데"라고 부언했다. 그는 "박 위원장은 당선자 대회조차 열지 않고 지방을 돌아다니고 있다"며 "이미 박 위원장에게 그런 충언을 할 수 있는 인사가 없는 것이다, 다들 눈치만 보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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