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고 치는 고스톱"... 박근혜 낙점만 기다리나

[取중眞담] 새누리당 당대표·원내대표 후보 전무... '선수' 없고 친박·비박 갈등만

등록 2012.04.25 19:52수정 2012.04.26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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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기사수정 : 26일 오전 9시 53분]

 '홍준표 지도부'를 탄생시킨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7.4 전당대회
'홍준표 지도부'를 탄생시킨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7.4 전당대회 남소연

새누리당의 5·15 전당대회가 20일 밖에 남지 않았다. 권영세 사무총장이 이끄는 전당대회 준비위원회는 전대 일정 및 장소, 주관 기획사까지 모두 선정했다.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도 경선 방법과 관련된 구체적 사안을 거의 마무리 지은 상황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출마를 선언한 후보는 아무도 없다.

'홍준표 지도부'를 탄생시킨 7·4 전당대회 당시를 돌아봐도 이맘때쯤 후보들은 대거 출사표를 던졌다. 박진 의원이 6월 14일 가장 먼저 전대 출마를 선언했고 하루 뒤 남경필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다. 19일엔 홍준표, 유승민, 나경원 의원이 잇따라 전대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당권 레이스가 후끈 달아올랐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그 때와 천양지차다. 그 어떤 누구도 공식적으로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5월 4일 원내대표 경선, 6월 9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민주통합당과 비교해도 수면 위로 드러난 새누리당의 현 상황은 상당히 조용하다.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경선엔 이미 이낙연·전병헌·박기춘 의원, 유인태 당선자가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전대를 염두에 둔 주자들은 물밑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경선기탁금 폐지하고 컷오프 도입했는데... 후보가 없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이번 전대가 '돈 안 드는 선거'를 콘셉트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후보들에게 부담금을 안겨줬던 것은 '돈'이었다.


2010년 전당대회 당시 "돈 없고 백 없는 저 같은 초선의원은 어떻게 당내 경선을 치르겠냐"던 조전혁 의원은 결국 중도사퇴를 택했다. 당시 전당대회 경선기탁금은 총 8000만 원, 기탁금까지 포함한 선거비용은 최소 2억여 원에 달한다고 알려졌다. 7·4 전당대회 당시엔 더 많은 돈이 들었다. 당시 경선기탁금은 1억2000만 원, 선거비용 상한선은 2억5000만 원이었다.

그러나 5·15 전당대회에선 경선기탁금제 자체가 폐지됐다. 전당대회 준비위원회는 지난 23일 "전당대회 진입장벽을 낮추자는 취지에서 경선기탁금을 폐지키로 결정했다"며 "후보자 홍보물 및 문자 메시지 등도 비용절감 차원에서 대폭 축소키로 했다"고 밝혔다. 또 권역별 합동연설회도 폐지하면서 제2의 돈봉투 사건 우려가 있는 동원선거 가능성을 선제 차단하기로 했다.


2010년, 2011년 전당대회와 비교할 때 진입장벽 자체가 확연히 낮아진 상황. 이 때문에 전대 준비위는 후보자가 10명 이상일 경우 전당대회 대의원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본선 후보 9명을 선정하는 '컷오프 제도'도 도입키로 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보자면 '컷오프 제도'는 너무 앞서나간 걱정이었다.

박근혜만 쳐다보는 주자들... '친박 라인업'까지 등장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황우여 원내대표와 얘기를 나누며 웃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황우여 원내대표와 얘기를 나누며 웃고 있다.남소연

사실 이번에 새로 선출될 새누리당 지도부는 그 어떤 때보다 중요하다. 19대 국회를 이끌 첫 지도부이기도 하거니와 18대 대선 후보 경선을 관리할 집행부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위상이나 역할 면에서 남다르고 진입장벽조차 낮은 전당대회에 후보들이 등판하지 않는 까닭은 결국 딱 하나밖에 없다.

바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의중이다. 모두 하나 같이 '박심(朴心)'만 살피고 있다. 4·11 총선을 거치며 새누리당의 구조가 '박근혜 당'으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즉, 박 위원장의 의중에 따라 당 지도부가 결정될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것이다.

최근 불거진 '친박 지도부 내정설'이 이 같은 당 상황을 잘 드러낸다. '친박 지도부 내정설'은 박 위원장의 '수도권 한계론'을 보완하기 위해 인천 연수구에서 5선을 달성한 황우여 원내대표가 당대표로 나서고, 친박 핵심인 서병수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는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이 다시 서 의원의 파트너로 정책위의장을, 박 위원장의 정무그룹인 최경환 의원은 사무총장을 맡는다는 것이 핵심이다. 모두 친박 핵심이거나 무계파이면서도 박 위원장 쪽에 좀 더 가까운  인물들이다.

이 같은 '내정설'이 회자되자 친박계는 적극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차기 원내대표로 거론됐던 서병수 의원은 25일 오후 "지도부 내정설 등 루머가 나도는 상황에서 원내대표 경선에 나가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총선 공천을 전후해 '최재오'란 별칭을 얻은 최경환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근거 없는 얘기로 음해하고 있다, 소가 웃을 얘기"라고 반박했다.

황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전당대회에 출마할 거냐, 당 대표설이 파다하다"는 질문에 "나도 모른다"며 고개를 저었다.

부글부글 비박진영 "짜고 치는 고스톱 판인데 우리가 왜 끼나"

그러나 '비박(근혜)' 진영은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그동안 우려하고 있던 '박근혜 당'의 신호탄이 쏘아 올려진 것이란 인식이다. 

황 원내대표와 함께 수도권 당대표로 거론되는 남경필 의원을 지지키로 한 쇄신파 의원들은 지난 24일 저녁 회동을 갖고 전당대회 보이콧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짜고 치는 고스톱 판에 끼어 앉아 '쓰리고' 당할 일이 있냐"는 얘기다.

한 쇄신파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한 분이 보이콧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얘기하자 다른 분도 동감한다는 의견을 냈다"며 "보이콧 결정이 난 건 아니지만 상황이 심각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문제가 있는 걸 아는데 그냥 갈 순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내정설에 대해) 여기저기서 그런 얘기를 들었는데 박 위원장의 의중인지는 모르겠다"면서도 "사실 지금 박근혜 위원장의 뜻을 거스를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나"라고 개탄했다. 그는 이어,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에게 졌던 것 때문에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며 "(친박계 입장에선) 경선 때까지 어찌됐든 꽉 조여서 가고, 이후 본선 후보가 되면 선대위 꾸릴 때나 구색 맞추기를 하지 싶다"고 덧붙였다. 

박 위원장과 대선 경쟁에 돌입한 정몽준 의원은 더욱 직설적이다. 그는 지난 24일 트위터에 "동료의원을 만났더니 국회의장, 당대표, 원내대표가 전부 내정되었다고 하네요"라며 "2008년 한나라당 대표는 관리형 대표라는 주홍글씨가 있었는데 이제는 지명직 대표라는 낙인을, 특정인의 그늘에 가려 새누리가 독립성과 생명력을 잃어간다면 우리가 바라는 민주주의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 의원 측 관계자는 "전당대회에 후보가 안 나오는 게 당연하지 않나"라며 "이미 지명직이란 얘기가 파다한데"라고 부언했다. 그는 "박 위원장은 당선자 대회조차 열지 않고 지방을 돌아다니고 있다"며 "이미 박 위원장에게 그런 충언을 할 수 있는 인사가 없는 것이다, 다들 눈치만 보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진노한 박근혜 "사실 아닌데 언론플레이"... 불협화음 잦아들까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오전 대전 중구 대흥동 새누리당대전시당사에서 열린 '대전충남 총선공약실천본부 출범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오전 대전 중구 대흥동 새누리당대전시당사에서 열린 '대전충남 총선공약실천본부 출범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장재완

한편, 박 위원장은 이날 대전시당을 방문한 자리에서 "민생이 우선되지 않는 정치는 정치가 아니라, 자리다툼일 뿐"이라며 "벌써부터 당내에서 혼란과 분열이 가중되는 것은 국민들께 걱정과 불안을 안겨드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불거진 당내 잡음에 대한 메시지였다.

그러나 그는 '당내 갈등과 혼란'의 의미에 대해 "사실이 아닌 왜곡된 얘기를 지어내고 그게 당 안에 떠돌아다니고 그것이 또 확대 재생산되고 언론플레이하고 이래서 당의 모습이 흐트러지고 갈등과 분열로 가는 것"이라며 "이런 모습을 보이면 국민들에게 또 한 번 심판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박 위원장은 "민생을 챙기는 것보다 정쟁이나 다른 것부터 해야겠다면 그 때(총선) 솔직하게 얘기를 해야지 가만히 있다가 총선이 끝나자마자 이런 식으로 분열을 일으키는 일은 국민들에게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서병수 의원의 원내대표 불출마에 대해서도 "(서 의원) 본인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경선이나 이런 것도 다 자신이 당원들께 진정성을 갖고 나와서 하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뒤에서 계속 언론플레이를 하고 뭐가 어떻게 짜였는지, 있지도 않은 쓸데없는 얘기를 해서 당을 아주 흐리게 만든다"며 "국민들이 정치권에 대해 '또 그런 짓을 하느냐'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당을 해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친박 지도부'를 입에 올리는 친박계 일부와 대권 및 당권을 위해 사실무근의 얘기를 확대재생산하는 비박 일부, 양쪽 모두를 겨냥한 경고였다. 과연 박 위원장의 강도 높은 경고 메시지가 차갑게 식어있는 5·15 전당대회를 달굴 수 있을지, 아니면 불협화음만 더 키울지 주목된다.
#박근혜 #5.15 전당대회 #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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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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