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폭주'... 판매자도 깜짝 놀란 이곳은 어디?

[오마이뷰] '지름신'과 공존하는 법... 쇼핑 커뮤니티 '뽐뿌' 6개월 체험기

등록 2013.05.07 10:54수정 2013.05.0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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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뷰(OhmyView)>는 소비자 입장에서, 소비자의 눈높이로 제품을 꼼꼼히 따져봅니다. 대상은 따로 없습니다. 자동차든, 휴대폰이든, 금융상품이든... 가장 친소비자적인 시각을 전달하려고 합니다. 또 이 공간은 각 분야에 관심있는 전문블로거나 시민기자 등 누구에게도 열려있습니다. [편집자말]
"근데 인터넷 어딜 가면 그렇게 팔아요?"

지난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S3' 구매자들의 심경을 취재하면서 기자가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갤럭시S3는 지난 10개월 동안 90만4200원에서 1000원까지 '롤러코스터' 가격 행진을 벌였고 90만 원대에 제품을 산 소비자들은 터무니없는 가격 하락에 분개하면서 이렇게 물어왔다. 다음에는 자신도 그곳에서 사겠다는 것이었다.

이동통신사들의 보조금 경쟁으로 아이폰5, 옵티머스G 프로 등 최신형 스마트폰의 가격이 출렁일 때마다 쇼핑 정보 공유 사이트인 '뽐뿌'에는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다. 휴대전화 관련 스팟(낮은 가격을 홍보하는 글)이 올라오는 대표적인 인터넷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휴대전화 이외에도 가격대 성능비가 좋은 물건들의 쇼핑 정보가 매일 올라온다. 최근 경기 불황 속에서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 이곳을 찾는 누리꾼들이 늘고 있지만 인터넷 쇼핑이 익숙치 않은 사람들은 여전히 활용이 쉽지 않다. 어떻게 하면 필요한 물건을 보다 싸게 살 수 있을까? 기자가 직접 겪은 뽐뿌 6개월 체험기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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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쇼핑 정보 사이트 '뽐뿌'의 메인 화면. 붉은 색 상자 안에 표시된 게시판들이 현재 가장 높은 빈도로 사용되고 있다. ⓒ 뽐뿌


[요령①] 스마트폰 싸게 사려면 야간 시간에 '눈팅'

뽐뿌 메인 페이지에 접속하면 가장 먼저 드는 느낌은 '뭐가 많다'는 거다. 쇼핑에 보탬이 되는 정보를 찾기 위해 뽐뿌를 찾아 온 사람이라면 이들 게시판 중 3개는 꼭 알아둬야 한다. 일반 상품의 추천 링크가 올라오는 '뽐뿌 게시판'과 스마트폰 등 휴대전화 상품 정보를 다루는 '휴대폰 뽐뿌', '휴대폰 업체' 게시판이다.

휴대전화와 연관된 2개의 게시판은 지금의 뽐뿌를 만든 '1등 공신'이다. 2006년에 만들어진 뽐뿌가 6년 만에 하루 평균 1300만 수준의 페이지뷰를 기록하는 사이트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휴대전화 가격정보 관련 '입소문' 때문이었다. 최근에는 2개 게시판 중 '휴대폰 업체' 게시판이 활발히 이용된다. 이동통신 관련 업자들이 시중 가격보다 싼 가격에 물건을 올리면 누리꾼들이 온라인으로 휴대전화 가입을 신청하는 방식이다.


싼 가격의 기본 원리는 인터넷의 무한한 접근성을 이용한 '박리다매'. 그러나 이동통신 3사가 본격적으로 가입자 유치 경쟁을 벌이며 보조금을 양껏 풀 때는 박리다매로는 설명되지 않는 기상천외한 가격들이 쏟아지기도 한다. 빠른 시간에 다수의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90만 원대에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S3 같은 경우는 이통사들의 가입자 유치 경쟁으로 출시 4개월 만에 할부원금(최종적으로 지불하는 순수 휴대전화 가격)이 17만원까지 떨어졌다. 게다가 올해 3월에는 할부원금이 1000원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이런 소식을 듣고 휴대전화 좀 싸게 장만해 보겠다며 이곳을 찾는 이들이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문제는 업체들이 올리는 상품 링크 수가 일일이 읽어보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는 것이다.

4일 기준, 이곳에 올라온 휴대전화 관련 업체 링크는 650여 건. 올라온 글 마다 '할원(할부원금)', '번이(번호이동)', '명변(명의변경)', '3無(가입비·유심비 면제, 의무부가서비스 신청 없음) 등 업계용어가 난무해 제목만 봐서는 가입 조건이 무슨 내용인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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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뽐뿌' 게시판의 게시글 목록. 붉은색 상자 안에 표기된 게 '추천' 및 '다른 의견(비추천)' 횟수다. 왼쪽 숫자가 높으면 많은 회원들이 해당 글을 좋은 정보라고 인정했다는 의미이고 오른쪽 숫자가 높으면 그다지 좋은 정보가 아니라는 뜻이다. ⓒ 뽐뿌


그러나 당황할 필요는 없다. 게시글 목록에서 화면 우측에 있는 '추천' 숫자를 보면 해당 링크의 '쓸모'를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추천수가 많은 게시물을 골라 내용을 꼼꼼히 읽은 후, 마음에 들면 글에 달린 댓글들을 확인하고, 뽐뿌 내 검색창에 업체 이름을 넣고 검색해서 부정적인 후기가 있는지 살펴보면 된다.

3월 초에 뽐뿌에 잠시 등장했던 '1000원짜리 갤럭시S3'처럼 상당히 이례적인 가격에 휴대전화를 구입하고 싶다면 야간 시간대에 게시판 '눈팅'을 하는 등의 추가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게시물은 어느 날 야심한 시각에 갑자기 올라왔다가 게릴라처럼 휴대전화 가입자를 모집한 후 날이 밝기 전 지워지기 때문.

기자 역시 위에 열거한 시행착오들을 겪으며 지난해 12월 초, 이 같은 방법으로 갓 나온 출고가 94만 6000원 짜리 '아이폰5' 32기가 모델을 할부원금 65만 원에 구입했다. 지금은 더 낮은 가격이 많지만 당시로서는 '최저가'에 해당하는 조건이었다.

[요령②] '추천'과 댓글만 확인해도 금방 인터넷 구매 '달인'

휴대전화 구매 이후 기자는 '뽐뿌'의 '팬'이 됐다. 회사에서 비슷한 시기에 '아이폰5'를 구매한 동료들에 비해 많게는 20만 원 이상 예산이 절약됐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한 번 '싼 맛'을 보고 '뭐 또 다른 건 없나' 하며 사이트를 기웃거리던 중 발견한 게시판이 이곳의 '간판' 격인 '뽐뿌 게시판'이었다.

'뽐부 게시판'은 이 사이트의 회원들이 자신이 찾은 저렴한 상품 링크를 올리는 공간이다. 인터넷 시장의 물건 가격은 신용카드 등의 결제 수단 할인 혜택, 공급 쇼핑몰의 이벤트 내용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데 이 게시판에는 그런 사정들이 실시간으로 반영된 '특가' 상품 링크들이 하루 100~200여 건 정도 올라온다. 주로 컴퓨터, 디지털제품, 가전제품 등 전자기기의 비중이 높지만 먹을거리, 의류, 잡화 등 다른 분야 상품들도 적지 않다.

해당 링크가 유용한 정보인지도 금방 확인할 수 있다. 이곳 역시 127만 명에 달하는 가입자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게시물에 '추천'과 '다른 의견(비추천의 의미)', 댓글을 달아놓기 때문이다. 관련분야 지식이 없는 사람도 몇 시간 동안 달린 추천 수와 댓글 평을 보면 직감적으로 판단이 가능한 수준이다. 인터넷 구매를 앞둔 구매자에게는 상당한 '발품'을 줄여주는 셈이다.

회원들이 하는 게시물 추천은 뽐뿌의 핵심 기능 중 하나로 가입한 지 20일이 넘은, 활동이 적극적인 회원에게만 추천 자격이 주어진다. 간혹 '업자'로 추정되는 이들의 추천수 조작이 있지만 최저가 여부는 가격 검색 몇 번이면 나오는데다 광고성 상품평 역시 '가격대 성능비 전문가'인 열성 회원들의 눈을 속이기 어렵다.

게시판을 흐리는 '얌체 업자'들을 향한 뽐뿌 회원들의 반감 역시 추천수를 신뢰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상품 홍보성 게시물들은 금방 회원들의 '다른 의견'이나 '신고' 세례를 받고 관리자에 의해 실시간으로 강제 삭제된다. 집단 지성의 산물인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를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나름 인터넷 구매의 '달인'을 자처하는 기자 역시 지난 6개월 동안 이곳을 통해 약 20여 건, 130여 만 원 어치의 물건을 구매했다. 스마트폰, LED모니터, 패딩점퍼 등 고가 물품부터 스마트폰 케이스 및 충전용 케이블, 보조배터리, 만두, 서적, 김치, 신발 등 중저가 생활 잡화까지 구입할 때마다 인터넷 검색으로 최저가를 확인해봤지만 항상 뽐뿌에 올라온 가격이 10% 이상 저렴했다. 많게는 40% 이상 차이 나는 경우도 있었다.

그간 기자가 터득한 뽐뿌 초보의 게시판 활용법은 이렇다. 우선 필요한 상품의 이름이나 종류를 '뽐뿌 게시판' 검색창에서 검색해서 최근 '대세'인 상품의 조건과 기존 최저가 수준을 확인한다. 그리고 그보다 더 좋은 조건의 상품 정보가 게시판에 올라올 때까지 기다린다. 급하게 물건을 사야 할 때는 '뽐뿌' 검색으로 알게 된 정보를 바탕으로 포털사이트의 가격 검색을 이용해 구매하면 비교적 후회 없는 조건에 인터넷 쇼핑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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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용자가 '뽐뿌게시판'에 올린 노트북 구입 방법. 이곳 사용자들은 글을 올릴때 자세한 할인 방법과 해당 구매링크를 함께 올리도록 권장하고 있다. ⓒ 뽐부


[요령③] 오픈마켓에서 8% 할인은 기본, 문화상품권의 '재발견'

'뽐뿌인'들이 인공지능을 이용한 대형 포털사이트의 가격비교 서비스보다 더 낮은 가격의 상품 링크를 찾아내는 비결은 무엇일까? 포털사이트의 가격비교가 가장 낮은 상품가격을 찾아내는 구조라면 뽐뿌인들은 가장 낮은 결제액을 만드는 방법에 집중한다. 각종 신용카드 할인과 이벤트, 온라인 쿠폰 등을 총동원해서 정해진 가격을 깎을 수 있는 만큼 최대한 깎는 것이다.

주로 대형마트 쇼핑몰에서 파는 노트북류가 이런 방법을 거치면 신기할 정도로 가격이 크게 깎인다. 한 뽐뿌 사용자는 지난 4월 16일에 이마트몰에서 정가 49만5000원에 파는 노트북을 29만7575원에 사는 방법을 적은 글을 올려 25개의 추천을 받았다. 생일기념 쿠폰에 신용카드 할인을 받으면 실 결제금액이 41만8500원까지 떨어지는데 여기에 캐시백, 백화점 상품권, 적립금 등등이 추가로 붙기 때문에 실 구매가가 29만 원대까지 떨어진다는 내용이었다.

세간에 영화를 보거나 책을 사는 용도로만 알려져 있는 문화상품권도 뽐뿌에서는 상품 가격을 낮추는 좋은 수단으로 쓰인다. 11번가, G마켓, 옥션 등 대형 오픈마켓에서는 결제 시 문화상품권을 거의 현금 수준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문화상품권을 액면가보다 싸게 사면 할인된 가격으로 산다면 그만큼 물건 값이 할인되는 효과를 얻게 된다.

최근 문화상품권의 인터넷 할인률은 8~10% 정도. 이보다 높은 할인률로 나오는 문화상품권 구매정보는 뽐뿌에서 큰 호응을 받는다. 지난 4월 10일에 뽐뿌게시판에 올라와 45개의 추천을 받은 문화상품권 관련 글에는 스마트폰 어플을 이용해 2만 원 어치 문화상품권을 1만 6000원에 구입하는 방법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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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글 댓글로 문화상품권의 효용을 묻는 초보 뽐뿌인에게 회원들이 사용법을 알려주고 있다. ⓒ 뽐뿌


[요령④] "한 푼이 아쉬운 시대"... 신용카드 없으면 구매대행으로 

몇 년째 이어진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부진이 심각한 수준이지만 반대로 최근 뽐뿌 사이트 가입자 숫자는 빠르게 느는 추세다. 얄팍해진 지갑만큼 보다 합리적인 소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탓이다. 김경수 뽐뿌 운영팀장은 "올해 들어 점점 가입이 빠르게 늘고 있다"면서 "연말에는 200만 명 정도까지 늘어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뽐뿌를 이용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생긴 재미난 사회 현상도 있다. 간혹 매우 매력적인 상품 링크가 공개되면 단시간 내에 누리꾼들이 대거 몰려 해당 사이트가 서버장애, 내부 오류를 일으키는데 이를 '뽐도스(뽐뿌+디도스)' 라고 부른다. 뽐도스를 유발하는 누리꾼들은 '뽐뚜기떼'로 불리는데 그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 상품도 남지 않는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올해 1월 말 국내 의류 브랜드 '마인드 브릿지'가 공식 홈페이지에서 일어났던 전산장애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브랜드에서 정가 20만 원 상당의 겨울 코트를 3만 원대에 판매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순식간에 뽐뿌 사용자들이 몰리면서 홈페이지가 먹통이 된 것이다. 기자도 퇴근 후 뒤늦게 소문을 듣고 홈페이지를 찾아가 봤지만 이미 재고는 동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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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뽐뿌 사용자가 자유게시판에 올린 체험기. 2013년 4월 중순에 뽐뿌게시판에 소개되어 '뽐도스'를 맞은 한 오픈마켓 판매자가 갑자기 폭주한 구매량에 놀란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 뽐뿌


최저가를 구성하는 주요 조건 중 하나인 신용카드 할인을 받기 위해서 회원들끼리 구매 대행을 요청하는 모습도 특이한 풍경이다.

구매대행은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지 않은 회원이 해당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는 회원에게 물건 값에 일정 수수료를 얹어 주고 대신 구매를 부탁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소비자들의 카드 신청을 유인하기 위해 쇼핑몰 상품에 할인을 제공하는 신용카드사의 상술을 비켜가면서도 챙길 수 있는 할인은 챙기려는 실속 있는 모습이다.

뽐뿌의 '쿠폰장터' 게시판에서는 신용카드 이외에 대형 쇼핑몰의 생일용 쿠폰 등을 이용한 구매 대행도 이뤄진다. 뽐뿌 경력 3년차인 강아무개씨는 "노트북 살 때 한 번 4만 원 할인되는 생일쿠폰을 4000원 주고 사서 구매 대행을 부탁한 적이 있다"면서 "한 푼이 아쉬운 시대라 예전보다 구매대행도 더 활발해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뽐뿌 #인터넷 구매 #갤럭시S3 #구매대행 #문화상품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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