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기판 숫자 보고 '헉'...색다른 '잡종'이 왔다

[오마이뷰] 하이브리드 편견 깬 렉서스 ES300h를 타보니

등록 2013.05.01 19:46수정 2013.05.01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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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ES 하이브리드의 주행 성능은 생각보다 만족도가 높았다. 배기량 2494cc 가솔린 엔진에 전기모터를 달았다. 이들 시스템을 조합해 203마력의 성능을 낸다. 경제성과 파워를 함께 실현한다. ⓒ 한국도요타


"21.9킬로미터"

눈앞 계기판에 찍힌 숫자가 눈에 띄었다. 평균 연비다. 휘발유 1리터로 평균 21.9킬로미터를 달렸다는 이야기다. 정지 페달을 밟고, 기어를 주차(P)위치로 옮겼다. 차는 이내 "슈~우~웅"하는 마치 지하철 전동차 소리와 함께 멈춰섰다. 엔진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엔진 자체가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이에스(ES)300h다. 생각지 못한 연비였다. (참고로 이 차의 복합 공인연비는 리터당 16.4킬로미터) 기자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왜?

하이브리드(Hybrid)는 말 그대로 '잡종'이다. 기존 제품에 전혀 다른 형태의 기능을 추가하거나 다른 제품을 넣어서 전혀 다른 모습을 나타낼 때 사용한다. 자동차에선 전통적인 휘발유 엔진에 새로운 기능을 접목해서 만든다. 물론 다양한 형태의 하이브리드차가 가능하지만, 현재는 전기모터에 가솔린 엔진이 합쳐진 차가 대다수다. 일반 자동차가 주로 휘발유나 디젤 등으로 움직였다면, 하이브리드차는 차를 움직이는데 전기모터를 쓰는 것이 가장 큰 차이다.

굳이 자동차 회사들이 하이브리드차를 만드는데 열을 올리는 이유는 '친환경'이라는 시장을 먼저 차지하기 위해서다. 이미 세계 각국의 환경규제는 날로 강화되고 있고, 친환경 차는 대세가 되고 있다. 향후 자동차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필수적이다. 유명 자동차회사들이 앞다퉈 전기자동차니, 하이브리드 자동차니 하는 차들을 앞다퉈 내놓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친환경'과 그리 친하지(?) 않았던 국내 시장도 크게 바뀌고 있다. 한때 '하이브리드차의 무덤'이라고 불리던 국내에서도 매년 수천대 씩 꾸준히 팔려나가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하이브리드차를 내놓으면서부터다. 현대기아차는 과거보다 나아진 기술과 파격적인 마케팅을 선보였지만, 전체 판매시장에선 큰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500만 대나 팔아 치운 도요타 하이브리드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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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하이브리드자동차의 구동원리. 저속구간에선 전기모터만으로 차량이 움직인다. 속도를 줄이거나 정지할때는 차의 에너지를 충전해 저장하고, 고속주행 등 힘이 필요할때 엔진과 모터에 동력을 배분한다. ⓒ 한국도요타


대신 일본 도요타는 하이브리드차에선 거의 독보적이다. 이미 36년 전인 1977년 동경모터쇼에 첫선을 보였다. 당시만 해도 모두 갸우뚱했다. 그리고 20년 후 실제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양산차 '프리우스(Prius)'를 내놨다. 물론 세계 최초였다. 프리우스는 하이브리드차의 대명사가 됐다. 프리우스를 비롯해 도요타는 모두 16개의 하이브리드차를 갖고 있다. 올해 3월까지 전 세계적으로 무려 500만 대 넘게 팔았다. 이 역시 세계 최대 규모다.


국내서도 마찬가지다. 대규모 리콜과 지진, 엔화 환율 등 3중고(重苦)를 겪었지만,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실적은 눈에 띈다. 작년 말 기준으로 프리우스를 비롯해 렉서스 등 7개 모델에서 모두 6000대나 팔았다. 한국도요타가 작년 한 해 동안 국내서 내다 판 자동차 1만5771대 가운데 38%에 달한다. 하이브리드차로만 따지면 2011년보다 58.8%나 늘어난 수치였다.

특히 상대적으로 값비싼 프리미엄브랜드인 렉서스 하이브리드가 2000여 대나 팔려 나갔다. 한때 강남부유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렉서스 ES'의 하이브리드 모델은 작년 9월 출시 3개월 만에 944대나 팔렸다. 이병진 한국도요타 이사는 "렉서스 하이브리드는 뛰어난 연비와 친환경성을 기본으로 하고 강력한 힘과 주행성능까지 보태졌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연비뿐 아니라 '운전의 즐거움'까지 더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기자가 그동안 타본 다른 하이브리드차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물론 기존 렉서스의 상징이었던 정숙성은 그대로였다. 아니 그 '정숙성'은 하이브리드에선 아예 사라진 느낌이었다. 시속 40km까지는 엔진이 아닌 전기(EV) 모드로만 달리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서해안고속도로의 일부 구간에선 가속페달을 좀 더 깊숙이 밟았다. 계기판에선 곧장 휘발유엔진을 통한 구동을 나타내면서 금세 시속 120km를 넘어선다. 전혀 하이브리드라는 생각도, 느낌도 들지 않았다. 소음 역시 철저히 잡았다. 차 안팎으로 소음을 잡아내는 각종 재질과 함께 3중 방음 유리까지 들어가 있는 덕이다. 직선 구간의 달리기 성능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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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하이브리드 ES300h의 실내모습. 8인치 한국형 내비게이션과 멀티미디어 기기를 컴퓨터 마우스 다루듯 조작할 수 있는 2세대 리모트 터치 등이 눈에 띈다. 에코, 스포트, 노멀 등 3가지로 주행모드를 바꿀 수 있는 드라이브 모드 셀렉트와 15개 스피커로 구성된 마크레빈슨 오디오 등도 들어있다. ⓒ 한국도요타


하이브리드 편견이 깨지다... 경제성과 파워의 두 마리 토끼를 잡다

이날 기자가 렉서스 하이브리드를 탄 구간은 모두 476킬로미터 정도. 만만치 않은 거리였다. 서울 강남 시내 도로부터 서해안고속도로를 따라 충남 당진을 거쳐, 전북 부안과 전남 광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국도를 이용했다.

특히 내장산 일대 산길 곡선구간에서의 움직임도 만족스러웠다. 지면에 딱 붙어 움직이는 타이어의 접지력과 부드러운 핸들링은 차의 쏠림현상을 충분히 견뎌냈다. 이날 로드테스트는 하이브리드차의 특성인 연료 효율성에만 맞추지 않았다. 렉서스가 내세운 하이브리드차의 달리기 성능까지 확인해 볼 기회였다.

물론 여전히 하이브리드차하면 '경제성'을 떠올린다. 일부 낮은 속도에선 휘발유나 디젤 대신 전기모터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기름을 적게 쓰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휘발유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하이브리드차 역시 운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연비는 크게 달라지게 마련이다.

출발할 때나 정지할 때 가속페달이나 정지 페달을 무리하게 밟지 않는 등 기본적인 운전습관만 제대로 몸에 익혀도 큰 도움이 된다. 여기에 하이브리드 특성에 맞게 적절하게 탄력운전 등으로 전기모터를 쓰면 연료를 크게 아낄 수도 있다.

기자가 탔던 렉서스 ES300h의 경우 경제성과 함께 좋은 주행성능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 역시 도요타만의 기술임이 분명하다. 이 차의 값은 4990만 원부터 시작된다. 대개 같은 종류의 하이브리드차는 휘발유 모델보다 수백만 원가량 비싸다. 전기모터와 배터리 등 추가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렉서스 ES300h는 휘발유 모델보다 오히려 값이 싸다. 게다가 경쟁모델인 독일 베엠베(BMW) 520d(디젤모델)보다 무려 600만 원이상 저렴하다. 이 회사 이병진 이사는 "하이브리드차는 휘발유차보다 비싸다는 상식을 깬 것"이라며 "경제성과 파워, 차량 가격에 이르기까지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차값만 보면 렉서스 하이브리드차를 쉽게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렉서스라는 브랜드가 가지는 이미지와 수요 계층도 분명하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젊은 전문가 그룹이다. 이들은 예전처럼 브랜드만 따지지도 않는다. 또 친환경적이면서 윤리적 소비 등 나름 진보적(?) 생각도 갖고 있다.

이미 전 세계 소비자 500만 명에 자신의 하이브리드차를 태운 도요타 자동차다. 요즘 같은 추세라면 '한국은 하이브리드의 무덤'이라는 편견도 깨질 수 있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과연 깨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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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요타는 서울 성수동에 별도의 기술교육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가 기자들에게 렉서스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 한국도요타


#한국도요타 #렉서스하이브리드 ES300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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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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