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당신이 바로 '전문기자'입니다

[땀나는 편집⑨] 나를 드러내고 글쓰기

등록 2013.11.18 20:05수정 2013.11.25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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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부로 걸려오는 전화 가운데 가장 '뜨거운' 내용은 뭘까요? 바로 "편집 원칙이 뭐죠?"라는 질문입니다. 창간 10여년 동안 시민기자와 편집기자 사이에서 오간 편집에 대한 원칙을 연재 '땀나는 편집'을 통해 시민기자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너나무 : "선배, 이 기사 읽어보면 본인 이야기 같은데… 아닌 척 쓰셨어요."
나잉걸 : "그러네… 본인 이야기라는 게 티 나는데, 왜 이렇게 썼을까?"
너나무 : "자신이 누구라는 걸 밝히고 쓰는 게 더 재밌을 것 같은데…."
나잉걸 : "그럼, 전화 한번 해보는 게 어때?"

'기자가 쓰는 기사'라면 뭔가 달라야 한다는 고정관념 같은 게 있는 걸까요? '내 이야기를 써도 되나?' 하는 걱정, 처음 기사를 쓰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해봤음직한 일인데요. 그러다 이런 결론을 내린 분도 있었을 겁니다. '그래, 내 이야기가 아닌 척 한번 써보는 거야… 누가 알겠어?' 그런데 어쩌죠? 그거 다 보이는데ㅡ.

실제로 이런 경우는 의외로 많습니다. 인터넷쇼핑업체에서 사기당한 이야기를 구구절절하게 쓴 기사,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로 골치 아픈 사람들이 많다는 기사, 아파트 근처에 장례식장이 들어와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다는 기사 등등 형식은 분명 기사인데, 직접 취재한 것 같아 보이지 않은 내용들. 확인해보면 100% 본인 사례를 제3자인양 쓴 것입니다.

이 경우 편집부는 대부분 본인의 일이라는 것을  밝히고 쓸 것을 권유합니다. 그것도 기사가 되냐고요? <오마이뉴스>에서는 정치사회 기사도 '사는이야기'로 풀어내면 기사가 될 수 있습니다.    

일터에서 있어나는 모든 일, 당신이 바로 '전문기자'

 일터에 있어선 내가 전문가. 그 일터의 이야기를 기사로 올려주세요. 당신이 바로 일터 전문기자입니다.
일터에 있어선 내가 전문가. 그 일터의 이야기를 기사로 올려주세요. 당신이 바로 일터 전문기자입니다.sxc

얼마 전, 강현호 기자의 첫 기사 '이웃을 부르는 색다른 인사, 감성캠핑'을 보신 적 있나요? 이 기사에는 강현호 기자가 실제 무슨 일을 하는지 아무런 정보가 나와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만약, 캠핑용품을 판매하는 사람이라면 좀 더 재밌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새 시민기자의 새로운 내용의 기사, 반가운 마음에 전화를 걸어 확인해보았습니다.

"기자님 기사 잘 봤는데요. 어쩌고 저쩌고 쏼라, 쏼라… 그런데 혹시 캠핑용품 판매 쪽 일을 하시나요?"
"네… 온라인에서 그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만, 그럼 기사를 쓰면 안 되나요?"
"아뇨. 그런 뜻은 아니고… 기사에 굳이 그걸 숨길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요. 제품 자체에 대한 홍보가 아니라면 오히려 판매업을 하고 있다는 걸 드러내고 쓰는 게 더 재밌을 것 같아서요."
"그래도 되나요?"
"그럼요!"


그 후 이어 나온 기사가 바로 '매운 닭발로 쓰린 속 달래는 마음, 당신 아는가'입니다. 감성캠핑 시대, 판매자 가슴은 널뛰듯 두근두근한다는 이야기를 재밌는 에피소드를 곁들여 정말 '웃픈'(웃기지만 슬픈) 글을 써주셨죠.

이벤트MC 곽연범 기자 역시 첫 기사에서는 본인이 '사회자'라는 게 쏙 빠져 있었습니다. 그렇다보니 공감+재미 요소가 빠진 주례없는 결혼식에 대해 설명하는 기사가 되어 다소 아쉬웠는데요. "본인이 사회자라는 사실을 밝히고, 다년간 주례없는 결혼식 사회자로서 느낀 것들에 대한 솔직한 글이라면 더 좋지 않을까요?" 물었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보완된 기사가 '주례 없는 결혼식? 절대 '이상한' 게 아닙니다'입니다.


'나는 현재, 주례 없는 결혼식 사회자로 약 5년간 활동해오고 있다. 나름 긴 시간 동안 결혼식 사회자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신랑·신부를 만났고 그만큼 다양한 에피소드를 봐왔다…'로 시작하는 글, 좀 더 자연스럽고 공감이 가지 않나요?

세상에는 수많은 직업이 있습니다. 그 분야에서만큼은 바로 내가 전문가죠. 모든 매체의 취재기자들도 그 전문가들을 만나 인터뷰해서 기사로 쓰는 겁니다. 그러나 어떤 전문기자도 지금 현업에 있는 사람만큼 잘 알지 못할 겁니다. 현재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수가 7만 명에 가까운데요. 일터에 있어선 내가 전문가. 그 일터의 이야기를 기사로 올려주세요. 당신이 바로 일터 전문기자입니다.
#땀나는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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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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