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과 포용으로 나만의 '태산'을...

[중국어에 문화 링크 걸기 69] 高

등록 2014.04.07 17:37수정 2014.04.0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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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高 높을 고(高, g?o)는 최소한 2층 이상 건축물의 기둥, 축대, 삼각형 형태의 지붕까지 비교적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높을 고(高, g?o)는 최소한 2층 이상 건축물의 기둥, 축대, 삼각형 형태의 지붕까지 비교적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 漢典


"해는 산에 기대어 지고(白日依山盡)/ 황하는 바다로 흘러드네(黃河入海流)/ 멀리 천리 밖을 보고자(欲窮千里目)/ 한 계단 더 올라서네(更上一層樓)"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선물로 준 서예작품에 왕지환(王之渙, 688∼742)의 시 '등관작루(登鸛雀樓)'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이 시는 마오쩌둥(毛澤東)도 생전에 즐겨 암송하던 작품이며, 중국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에 수록되어 거의 모든 중국인에게 친숙한 시이기도 하다.

이백, 두보를 비롯해 맹호연, 한유, 백거이 등 당나라 때 유명한 시인이 많지만 단 여섯 편의 시만 전해지고 있는 왕지환은 이 '등관작루' 한 편으로 뭇 시인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할 만하다. 지금보다 업그레이드된 더 큰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한 계단 더 높게 올라서야 하며, 높은 곳에 서야 더 멀리 넓은 세계를 볼 수 있다(站得高,看得遠)는 이치를 멋지게 표현하고 있다.

높을 고(高, gāo)는 높이 세운 건축물을 나타내는 상형자이다. 최소한 2층 이상 건축물의 기둥, 축대, 삼각형 형태의 지붕까지 비교적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고대인들이 왜 이런 높은 건물을 지었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지만, 우선 하늘 가까이 다가가 주술적인 영력을 높이기 위함이라는 주장과 함께 적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감시초소라는 견해 등이 유력해 보인다.

중국이 세계에서 인구가 제일 많은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높은 8,850m 에베레스트산(중국명 주무랑마펑, 珠穆朗瑪峰)을 비롯한 8000m이상의 14좌 가운데 8개가 중국과 네팔의 접경지역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봉우리들이 밀집한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 산맥이 바로 중국과 네팔, 중국과 파키스탄 접경에 펼쳐져 있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고 하고, 공자도 "태산에 오른 후에 천하가 작은 줄을 비로소 알았다(登泰山而小天下)"고 한다. 높은 위치는 분명 넓은 안목과 탁 트인 시야를 확보해주는 측면이 있다. 다만 "태산이 한 줌의 흙도 사양하지 않음으로써 그 높이를 이루는 것(泰山不讓土壤, 故能成其大)"처럼 그 높이를 이루는 방식이 '겸손'과 넓은 '포용력'이라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또한 너무 높은 것은 능력이 없어 안 되고, 낮은 것은 눈에 들지 않아(高不成, 低不就) 어쩔 수 없이 현실에 안주하는 사람에게도 이사(李斯)가 '간축객서(諫逐客書)'에서 했던 이 말은 아주 작은 것도 소중하게 여기며 자신만의 '태산'을 쌓아가라는 의미에서 여전히 유효하다고 할 것이다.
#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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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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