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두 번이면 족하다!"

[중국어에 문화 링크 걸기 70] 再

등록 2014.05.12 18:08수정 2014.05.12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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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再 두 번 재(再)는 먼 곳을 나타내는 ‘경(?)’에 물고기 혹은 풀이나 돈 등을 매달아 두어 좋지 않은 기운을 막거나, 복을 불러오는 역할을 하던 것에서 자형이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두 번 재(再)는 먼 곳을 나타내는 ‘경(?)’에 물고기 혹은 풀이나 돈 등을 매달아 두어 좋지 않은 기운을 막거나, 복을 불러오는 역할을 하던 것에서 자형이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 漢典


1592년 임진왜란, 만력의 역(萬曆之役), 분로쿠의 역(文禄の役)은 한중일 동북아 삼국이 역사적으로 처음 조우한 사건이다. 일본은 명(明)을 치려하니 길을 열어달라는 '정명가도(征明街道)'의 명분을 내세워 조선을 침략하였고, 명나라는 조공국이던 조선을 돕고 자국의 영토에 전쟁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파병을 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 10만 여명의 원군을 조선에 파병하게 된다.

중화사상에 물들어 있던 조선의 학자들에게 명의 파병은 곧 생명을 다시 구해준 큰 은혜인 '재조지은(再造之恩)'으로 받아들여졌고, 명이 망하자 조선이야말로 한족의 중화문명을 가장 잘 보존한 '소중화(小中華)'라는 그릇된 인식에 더욱 깊게 빠져들게 했으니 이는 또 1636년 병자호란의 후과로 이어지게 된다.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 "읍(邑)의 바깥쪽을 교(郊), 郊의 바깥을 야(野)라 하고, 野의 바깥을 임(林), 林의 바깥을 경(冂)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두 번 재(再, zài)는 먼 곳을 나타내는 '경(冂)'에 물고기 혹은 풀이나 돈 등을 매달아 두어 좋지 않은 기운을 막거나, 복을 불러오는 역할을 하던 것에서 자형이 유래된 것으로 보이며, 가로획 두 획이 '둘'을 뜻하게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대 중국 사람들은 닭싸움을 즐겨 설날이나 백중 같을 때는 전국적인 투계 판이 벌어져 떠들썩했다. <좌전(左傳)>의 기록에 따르면 노(魯)나라 때 닭싸움이 크게 유행하면서 닭에게 겨자를 먹여 싸움을 시키고, 싸움닭에 몰래 쇠 발톱을 채우는 편법이 자행되기도 하였다고 한다. 수탁이 닭싸움에 나가기 전에 계속해서(一而再, 再而三) 부리를 날카롭게 다듬는데 이를 두고 '재접재력(再接再厉)'이라고 한다. 어떤 일을 함에 한층 더 분발하여 노력한다는 의미이다.

<맹자(孟子)>에는 '재작풍부(再作馮婦)' 이야기가 있는데 풍부(馮婦)가 원래 하던 일을 다시 하게 됨을 이르는 말이다. 풍부는 춘추시대 진(晉)나라의 용사로, 호랑이를 잘 잡았다. 나중에 풍부는 작은 벼슬에 올라 호랑이 잡는 일을 그만두었지만 어느 날 호랑이가 사람들을 위협하는 모습을 보자 벼슬을 그만 두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호랑이 잡는 일에 다시 나섰다는 것이다.

1950년 한국전쟁에서 중국은 다시 '풍부'가 되어 한국전쟁에 참전하였고, 북한은 그 때의 중국에 빚진 '재조지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나라 또한 미국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공자는 <논어>에서 노(魯)나라 계문자(季文子)가 세 번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三思而後行)에 대해 두 번만 생각하면 된다(再, 斯可矣)고 일갈한 바 있다. 지나치게 신중한 것이 자칫 우유부단한 소심함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국익에 맞는 주체적인 선택을 과감하게 밀고 나가는, 행동하는 실천의 힘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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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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