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나팔꽃을 쫓지 마라, 그것은 금단의 꽃이다"

[신간] 히가시노 게이고 <몽환화>

등록 2014.06.07 16:13수정 2014.06.0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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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몽환화> 겉표지

<몽환화> 겉표지 ⓒ 비채

개인적으로 꽃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눈으로 봐서 이름을 구별할 수 있는 꽃은 해바라기와 코스모스 정도뿐이다(이것도 장담은 못한다).

평소에 주변에 있는 꽃들에 관심을 두지 않았을 수도 있고, 아니면 꽃이름을 몰라도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2013년 작품 <몽환화>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인터넷으로 꽃을 검색하게 되었다. 작품 속의 한 인물이, "노란 나팔꽃은 현존하지 않는다"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파란 장미'도 있는 세상인데 노란 나팔꽃이 진짜 없을까. 이런 의문으로 인터넷을 찾아보게 된 것이다. 인터넷 검색창에 뜬 나팔꽃들은 대부분 보라색 아니면 파란색 계통이었다.

간혹 흰색 나팔꽃도 보였지만 노란색은 없었다. 노란 나팔꽃이 왜 없는지 보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왜 하필이면 노란 나팔꽃을 소재로 삼았을까'가 더욱 의문이었다. 노란 나팔꽃의 정체가 뭐길래?

지금은 사라진 노란 나팔꽃

<몽환화>는 두 남자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대학교를 중퇴하고 아마추어 밴드에서 키보드를 연주하던 나오토가 자신의 집에서 투신자살한다. 그리고 얼마 후에 또 다른 죽음이 발생한다. 이번에는 살인사건이다.


은퇴 후에 작은 목조주택에서 여러가지 꽃들을 키우며 혼자 살던 노인 아키야마 슈지가 목이 졸려 살해된 것이다. 슈지의 시신을 발견한 것은 그의 손녀인 아키야마 리노다. 살해현장은 마치 단순강도 사건처럼 어질러져 있다. 하지만 혼자 살던 독거노인의 집에 금품을 노리고 강도가 침입했을 것 같지는 않다.

공교롭게도 발견자인 리노는 투신자살한 나오토와도 인척으로 연관되어 있다. 나오토와 리노는 사촌관계였다. 줄초상을 치르게 된 리노는 그만큼 커다란 충격을 받지만 곧 할아버지의 집에서 정체불명의 노란색 꽃이 피어 있던 화분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꽃은 할아버지가 인터넷에 사진을 올리지 말라고 당부했던 꽃이기도 하다.


여기에 의문을 품은 리노는 블로그에 노란꽃의 사진을 올리면서 이 꽃에 대해 아는 분은 연락 바란다는 글을 남기게 되고, 바로 다음 날 한 남성에게서 메일을 받는다. 그는 리노를 급히 만나길 바라다면서 노란꽃 사진을 삭제하고, 블로그도 폐쇄하라고 강력히 권하고 있다. 이에 의문을 느낀 리노는 자신이 직접 사건의 진상을 추적하기 시작하고, 이 과정에서 만난 다른 사람에게 '노란 나팔꽃은 금단이니 그것을 쫓지 말라'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환상의 꽃을 둘러싼 미스터리

히가시노 게이고는 어찌보면 전형적인 다작(多作)형의 작가다. 그는 여태까지 50편이 넘는 장편과 단편집을 발표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1958년에 태어났고 1985년에 데뷔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50편이라는 숫자는 적은 것이 아니다.

그 많은 작품들이 발표될 때마다 베스트셀러가 되고 그중 수십 편의 작품이 드라마 또는 영화로 제작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히가시노 게이고는 단순한 '다작형'을 넘어선 작가인 것이다. 이렇게 많은 작품을 발표하려면 무엇보다도 소재를 다양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본격미스터리(<용의자 X의 헌신>)부터 인류멸망(<패러독스 13>)까지 그동안 다양한 소재들을 다루어왔다. 그리고 이제는 꽃으로까지 미스터리 소설의 소재를 확장한 것이다. '꽃이 어떻게 살인의 동기가 될 수 있을까', 작품을 읽다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의문이다.

꽃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나팔꽃은 흔히 볼 수 있는 꽃은 아니다. 살면서 거리에 핀 나팔꽃을 얼마나 보게 될지는 모르지만, 비슷하게 생긴 꽃이라도 만나면 유심히 보고 생각하게 될 것 같다. 정말 노란색 나팔꽃은 없는지.
덧붙이는 글 <몽환화>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비채 펴냄, 2014년 5월, 428쪽, 1만3800원)

몽환화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비채, 2014


#몽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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