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하우스 숙박료, '작품'으로 받을게요

[홍대 기생의 게스트하우스 창업기3] 좋아하는 것만 하고 싶은 청년의 대안적 발악

등록 2014.07.23 10:29수정 2014.10.1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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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음악, 무용, 요리, 정치 등 다방면에 대한 잡스러운 소양을 바탕으로 무기력한 유흥문화에 지친 중생을 일깨우고자 기생업에 뛰어든 내가 춘천에 본격 기생집 게스트하우스를 여는 과정을 소개한다...<기자 말>


이유는 간단하다.

예술인이 아직 세상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했을 때, 가난한 그들의 작품을 술값이나 밥값 혹은 숙박료 대신 받아주는 상인이 한국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일들이 그러하겠지만 특히 예술의 경우에는 인고와 숙성의 시간이 절대적이다.

숱한 연습과 시행착오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예술에 혼을 쏟아야만 한다. 여기에 얼마의 시간과 비용이 걸릴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 가는 수밖에.  허나 주변 사람들은 그들이 걸어가는 길에 대해서 선뜻 따뜻한 응원을 건네지 못하고 현실에 대한 이야기만을 늘어놓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사회는 결코 그들이 가는 길에 대해서 천천히 기다려 주지 않는다. 오히려 채찍을 들고서 "너희도 성실하게 일해서 세금낼 생각이나 해라 이 게으름뱅이들아"라고 소리친다.

이것이 현실이다.

어느새 한국에서의 예술은 돈 있는 사람이나 하는 것처럼 되어 버렸다. 음악, 미술, 무용 을 전공으로 대학에 진학할 계획을 세울 때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하는 것이 값비싼 레슨비용이다. 비용 때문에 자신의 꿈을 포기해버리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냥 보통사람이 되어 버린다.


그렇게 예술은 부자들의 고상한 취미활동이 되어 버렸다. 혹 운이 좋아 대학을 진학하더라도 졸업 후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냉혹한 현실이다. 한국이란 사회는 이상을 좇는 청춘들에게 절대 관대하지 못하다. 말로는 그들을 응원한다고 하지만 그것을 뒷받침 할만한 제도적 뒷받침은 거의 유명무실하다.

가난한 거리의 예술가 우리 선조들은 아무리 흉년이 들어도 각설이를 굶어죽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가난한 거리의 예술가우리 선조들은 아무리 흉년이 들어도 각설이를 굶어죽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강드림

그래서 내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작품결제'라는 새로운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려 한다.


말그대로 숙박료를 돈 대신 그 사람의 작품으로 대신 결제 할 수 있는 제도다. 화가에겐 그림이 될 수 있고, 뮤지션에겐 음악이 될 수 있고, 안무가에겐 무용이 될 수 있다. 그 속에서 내가 어떤 감흥을 느꼈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숙박료로 그들의 작품을 받을 생각이다. 그리고 꼭 이말을 건넬 생각이다.

"당신으로부터 받은 이 작품이 수 천만 원을 호가할 그 날까지 나는 당신을 응원하겠습니다. "

설치미술이 가구가 되다 작품결제란 당신의 집에 썩혀 있는 작품에게 새 생명을 부여할 수도 있다
설치미술이 가구가 되다작품결제란 당신의 집에 썩혀 있는 작품에게 새 생명을 부여할 수도 있다강드림

그렇게 받은 작품들을 게스트하우스 여기저기에 전시해 둘 생각이다. 물론 판매도 할 생각이다. 나를 감동시킨 그 젊은 예술인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알리고 홍보할 것이다. 가진것이라곤 똘끼와 감성 밖에 없는 젊은 예술인들이 내 게스트하우스에서 도란도란 둘러 앉아 노래를 하고 춤을 추는 것. 생각만해도 짜릿한 일이다.

가난한 예술가들이여! 나도 그리 넉넉치는 않다. 하지만 물감 살 돈이 없다면 김칫국물이라도 빌려줄 것이고, 피아노가 없다면 창고에 처박힌 멜로디언이라도 꺼내어줄 것이고, 카메라가 없으면 내 10년된 디카라도 빌려줄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표현만은 놓치 않길 바란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답을 찾아 움직이는 이 땅의 쟁이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굴하지 말고 창작의 날개를 펼 것 강한 의지 앞에서 때로는 시련이 알아서 비켜가기도 한다.
굴하지 말고 창작의 날개를 펼 것강한 의지 앞에서 때로는 시련이 알아서 비켜가기도 한다.강드림

#작품결제 #인간실격패 #강드림 #게스트하우스 #대안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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