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아카족 여권생년월일을 xx xxx 1994 라고 표기하여 생일을 알 수 없다.
고기복
생일이 기록돼 있지 않은 신분증 때문에 큰 불편을 겪어왔던 그는 외국인등록증을 만들 때, 자신의 생일을 적어서 제출했다. 하지만 출입국에서는 외국인등록번호 앞자리를 940000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렇게 만들고 나자, 한국에서는 더 큰 불편이 발생했다. 한국에서 신분증 역할을 해줘야 할 외국인등록증이 위조가 아닌데도, 어디 가서 제출하면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이상한 사람 취급당하는 일이 번번이 발생했다고 한다.
그런 일이 반복되자 남편에게 문제 해결을 부탁했지만, 남편은 부인이 겪는 불편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남편은 그런 불편을 감수하도록 강요하기까지 하면서 부부관계가 악화되었다. 이들은 현재 별거 중이다.
대한민국에서 신분증 없는 설움 더 커져그는 한국에서 일반적인 가정주부로써 경제활동을 하려고 했지만 그게 뜻대로 되지 않았다. 통장을 만들려고 해도, 본인 명의로 통장을 만들 수가 없었고, 신용카드도 만들 수 없었다. 본국에 송금하려고 해도 남편 도움 없이는 송금할 수가 없었다. 핸드폰을 개통하려고 해도 본인 명의로 할 수 없었다.
은행에서는 "고객님의 불편을 이해하지만 생년월일이 다 나와 있지 않은 외국인등록번호로는 계좌 개설이 어렵다"면서 '국가인권위나 국민권익위' 같은 곳에 진정을 내서 문제를 풀어보라고 권했다고 한다.
평생 신분증 없는 설움을 겪었던 그녀에게 한국은 더 큰 설움을 안겨주었다. 남편과 별거를 결정하고 직장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역시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회사에서는 생일이 나와 있지 않은 외국인등록증을 보고, 위조한 거 아니냐며 미등록 이주노동자 취급했다. 이처럼 외국인등록증은 불편만 초래했다.
출입국은 그런 불편이 있을 거라는 걸 몰랐을까관할 출입국 답변은 이렇다고 한다. "외국인등록증 발급은 여권 정보를 토대로 하는 것이니만큼, 출입국이 여권에 기록되지 않은 생일까지 기록할 의무가 없다." 아무런 기능을 할 수 없는 외국인등록번호 때문에 등록증 소유자가 불편을 겪는데, 해법을 찾아봐 달라고 했지만, 출입국은 '그런 불편 때문에 외국인등록증을 변경하려면, 여권을 먼저 변경하라'는 말만 할 뿐, 실질적인 해법을 찾기 위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
출입국은 결혼이주민 무OOO가 겪는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고, 관심조차 가지려 하지 않았다. 한편 주한 태국대사관 역시 여권 정보 정정 요청에 대해 "여권을 갱신하려면 본국 신분증 갱신이 우선돼야 한다. 본국 신분증 유효기간이 12년인데, 정보를 정정해야 할 사유가 전혀 없다. 지금 상황에서 여권 정보 정정은 대사관 소관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번호 정정 권한을 갖고 있는 출입국은 여권을 먼저 바꾸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실정이다. 무OOO는 현재 별거 중이라고 하지만, 결혼이민자이고, 국내 정착을 목적으로 입국한 사람이다. 그렇다면 무OOO의 불편은 당신 문제니, 당신 혼자 해결하라고 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