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번대는 성삼재 인근 종석대 아래 1200고지에 있다. 예부터 묘향대, 상무주대, 금대, 서산대, 무착대 등과 같이 지리 10대로 불리며 수도처로 이름난 곳이었다. 그러나 전설 같은 이야기만 전해질 뿐 우번대에 대한 이렇다 할 기록은 없다.
다만, 조선조 남효온이 몇 줄의 기록을 남겼을 뿐이다. 생육신의 한 사람인 남효온(1454~1492)이 지리산을 유람한 건 34세 때인 1487년 9월 27일부터 10월 13일까지였다. 그는 <지리산일과>에서 "산봉우리에 만복대(萬福臺)가 있었으며 만복대 동쪽에는 묘봉암(妙峰庵)이, 북쪽에는 보문암(普門庵)이 있는데 일명 황령암(黃嶺庵)이라고도 하였다. 이 반야봉 남쪽에는 고모당(姑母堂)이, 고모당의 남쪽에는 우번대(牛翻臺)가 있는데 우번선사(牛翻禪師)의 도량(道場)이었다"고 적고 있다.
우번대라는 이름은 우번 스님의 전설과 함께 '소가 몸을 바꾼 자리'라는 뜻이 있다. 신라 때 문수보살과 함께 길을 가던 길상동자가 어느 밭에서 조 세 알을 먹은 후 그 빚으로 소로 변했다. 소가 된 길상동자는 밭주인에게 세 해 동안 일을 해주고 다시 동자로 화신했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우번대에는 경허(1849~1912) 스님의 3대 제자를 일컫는 '삼월(三月)' 중 맏상좌인 수월(1855~1928) 스님이 머문 곳이다. 수월은 평생 일하는 수행자로, 글 하나 법문 하나 남기지 않은 그림자 없는 성자였다. 수월은 마흔둘이 되던 1896년에 지리산 천은사와 상선암, 그리고 우번대에서 지냈는데, 하안거가 끝난 후 우번대를 찾아가 가을을 홀로 보냈다고 한다.
화엄사 주지를 지낸 진응(1873~1941) 스님이 그 강맥을 이은 용하(1892~1980) 스님을 데리고 와서 우번대에서 기도를 했다. 진응 스님은 7일 만에, 시자(큰스님를 모시는 어린 스님)였던 용하 스님은 15일이 지나서야 신비로운 종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예부터 우번대에서 기도를 하면 종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 종소리는 누구나 들을 수 있는 화엄사의 종소리가 아니라 기도를 하여 깨우침을 얻은 사람만이 들을 수 있는 종석대에서 울려 퍼지는 돌종 소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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