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나다 대성당 내부20개의 거대한 코린트식 기둥과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 황금빛 내부 장식이 특징적이다.
박성경
스페인에서 가장 화려한 건물에 속한다는 내부 예배당은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와 황금빛 장식으로 빛납니다. 그래서인지 다른 지역의 대성당들에 비해서 내부가 훨씬 밝고 환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20개나 되는 거대한 코린트식 기둥의 하얀 대리석 마저도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네요.
황금빛 주제단 양쪽으로는 그라나다의 기독교 유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톨릭 부부왕'의 모습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제단 오른쪽에는 이사벨 여왕, 왼쪽에는 남편 페르난도 공이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모습이 묘사돼 있습니다.
이들은 스페인의 황금시대를 이룩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스페인 최후의 이슬람 왕국이었던 그라나다를 탈환해 스페인의 전 국토를 가톨릭 국가로 만드는 이른바 '국토회복운동'을 마무리한 인물들입니다. 그 덕분에 1496년 교황 알렉산데르 6세로부터 '가톨릭 부부왕(Los Reyes Católicos)'이라는 칭호를 받게 됐고요.
그래서 가톨릭 부부왕의 유해가 묻힌 왕실 예배당은 대성상의 일부이긴 하지만, 대성당 보다 역사적 가치가 훨씬 높다고 합니다. 건물 자체도 스페인 후기 고딕 양식의 걸작으로 손꼽힐 만큼 가치가 높다고 하네요.
'가톨릭 부부왕'의 무덤, 왕실 예배당사실 스페인 왕들의 유해는 모두 마드리드 서북쪽에 있는 '에스코리알 궁전(Real Palacio del Escorial)'의 지하에 모셔져 있습니다. 지금의 왕을 비롯해 앞으로의 스페인 왕들도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모두 에스코리알 궁전에 묻힐 테고요.
그런데 그라나다를 정말 사랑했던 이사벨 여왕은 그라나다에 묻히길 희망해, 1504년부터 이 예배당을 짓기 시작했답니다. 하지만 예배당의 완성을 보지 못하고 1516년 사망하고 말았는데요, 그녀의 외손자인 카를 5세에 의해 완성이 됐습니다. 가톨릭 부부왕의 유해가 이곳에 안치된 것은 이사벨 여왕이 사망한 5년 뒤인 1521년이었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