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을 보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방파제 바로 밑에 펭귄이 살고 있다고 한다
정성화
세인트킬다 해변에는 거대한 요트 정박지가 있다. 그리고 파도로부터 요트를 보호하기 위해 방파제가 건설됐는데, 거기에 펭귄이 서식한다. 멜버른이라는 도시 자체가 입구가 좁은 포트 필립 베이 안쪽에 건설되어 외부의 파도로부터 자연적인 보호를 받지만, 만이 워낙 커서 그 내부에서도 이러한 방파제가 필요한 모양이다.
방파제 위에는 차량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넓은 길이 있고, 중간쯤에는 아름답게 꾸며진 레스토랑이 있다. 저녁노을이 바다 한가운데로 난 방파제를 붉게 물들일 때, 우리는 그 길은 걷는 연인들, 가족들에 뒤섞여 즐겁게 걸어갔다.
방파제가 완전히 어둠에 싸인 후 엄청난 인파 앞에 나타난 펭귄을 보고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내가 알고 있는 펭귄은 극지방에 사는 사람 크기 만한 동물이다. 그런데 우리 앞에서 잠시 나타났다가 쏜살같이 방파제 바위 틈으로 사라져 버리는 호주 펭귄은 닭보다 작아 보였다. 펭귄이 원래 저렇게 작은 건가?
허탈한 마음으로 주변을 보니 다른 사람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나 같이 신기해 하면서 사진을 찍느라 부산했다. 사진으로만 봤으면서도 내게 펭귄은 큰 동물이라는 인식이 있었던 모양이다. 나중에 알아 보니 추운 지방에 사는 펭귄은 체온을 보호하기 위해 덩치가 크지만 온대나 열대 지방에 사는 펭귄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펭귄의 크기는 40cm에서 110cm까지 다양하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을 따라 나도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려고 해봤는데 워낙 순식간에 나타났다가 사라지기 때문에 아주 집중하지 않으면 여간 해서는 펭귄을 포착할 수 없었다. 펭귄 사진을 찍을 때 플래쉬 불빛이 펭귄을 놀라게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현지 관리인들이 노란색 셀룰로이드 비닐을 카메라에 붙이도록 했다. 비닐이 붙은 불편한 자세로 한 시간 정도 펭귄 사진을 찍어 보려고 시도하다가, 제대로 된 사진은 하나도 찍지 못하고 제풀에 지쳐서 우리는 돌아 가기로 했다.
큰애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이제는 시원해진 멜버른의 밤거리를 달려 집으로 돌아왔다. 호주에서 본격적인 첫날은 다소 허둥대긴 했지만 그래도 괜찮게 보낸 것 같다. 스마트폰만 켜면 내비게이션이 되니까 길 잃을 염려 없이 여기저기 마음대로 돌아 다닐 수 있었다. 트리서핑이라는 뜻밖의 게임도 해보고, 아름다운 세인트 킬다 해변에서 외국인들과 섞여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내일은 또 어떤 일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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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도 못 잡는데 요리라니, 학원부터 다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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