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나리아 살인사건> 1927년 작품
동서문화사
작가 반 다인은 평소 '6'이라는 숫자를 좋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무리 뛰어난 작가라도 6편 이상의 걸작을 만들어 낼 수 없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반 다인은 그 두 배에 이르는 12편의 장편을 남겼다.
하지만 그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후반기의 여섯 작품은 전반기 여섯 작품에 비해 작품성이 많이 떨어진다는 비평을 받는다. 반 다인 스스로 그의 말을 입증한 셈이다.
그의 작품 제목은 <xxxxxx 살인사건>이라는 식의 제목을 갖는다. 여기서 'xxxxxx'는 한편만 제외하고 모두 알파벳 여섯 글자다. <벤슨살인사건(Benson Murder Case)>, <카나리아살인사건(Canary Murder Case)>, <비숍살인사건(Bishop Murder Case)> 모두 마찬가지다.
파일로 반스는 자신이 등장하는 작품에서 매번 엄청난 현학적인 장광설을 늘어놓는다. 이런 면을 지루하게 생각할 독자들도 있겠지만 파일로 반스는 그의 지식들을 교묘하게 사건의 해결에 연관시킨다.
반스는 '모든 살인은 동기의 문제가 아니라 기질의 문제야', '현장에서 발견되는 모든 물적증거는 완전히 무시해버려'라는 말을 할 정도로 심리를 중시하는 탐정이다. 또한 그는 '그림을 보면 누가 그렸는지 알 수 있듯이 범죄현장을 보면 누가 범행을 행했는지 알 수 있다'라는 말을 한다.
이런 방법을 통해 사건의 모든 정황, 범죄현장에서 보여지는 범인의 성향과 심리를 추적해서 범인을 지목하고 검거한다. 그는 <벤슨살인사건>에서 피해자가 왜 가발을 쓰고 있지 않았는지 궁금해 하고, <케닐살인사건>에서는 애완동물을 키울 만한 성향이 아닌 인물에 대해서 고민한다.
<비숍살인사건>에서도 마찬가지다. 반스의 주변에는 용의자로 꼽힐 만한 사람들이 많지만, 반스는 그들의 알리바이나 동기보다는 그들의 성향에 주목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소에 생활하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 스트레스를 적절히 해소할 수 있어야 정신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 스트레스를 적절히 해소시킬 수 있는 인물인가. 용의자들을 바라보는 반스의 관심은 여기에 맞추어진다. 억압된 정서를 조금씩 배출하지 못한다면 노랫말에 따른 연속살인과 같은 잔혹한 연극이 펼쳐질지도 모른다. 파일로 반스의 말처럼, 대부분의 연속살인은 범인만의 기괴한 환상극이다.
비숍 살인 사건
S. S. 밴 다인 지음, 최인자 옮김,
열린책들, 2011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