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의 대죄>겉표지
황금가지
시기별로 구분하는 이유는 대죄 시리즈와 맥널리 시리즈의 분위기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이 분위기를 좌우하는 것은 주인공의 성향이다. 대죄 시리즈의 주인공은 에드워드 X. 델러니. 뉴욕시 경찰청에 근무하는 그는 굉장히 원칙을 중시하고 보수적이며 강직한 성향의 형사다.
"이름의 가운데 글자가 왜 X에요?""더러운 것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빗장을 친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을 스스로 만들지 않는다. 델러니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델러니는 <제2의 대죄>에서 한 여인과의 대화 도중 이렇게 말을 한다. 이 대화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델러니는 그만큼 완고한 인물이다.
그의 별명은 '철권 델러니'이다. 하긴 수많은 강력범죄가 일어나는 뉴욕에서 형사로 근무하려면 강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델러니도 <제1의 대죄>에서 등산 장비인 날카로운 피켈로 사람을 죽이는 연쇄살인범과 마주한다. 델러니는 그 사건을 수사하고 범인을 추적하면서 말한다.
"나는 그놈이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야 말겠어."반면에 맥널리 시리즈의 주인공인 아치볼드 맥널리는 가볍고 유쾌한 인물이다. 배경부터가 다르다. 맥널리 시리즈의 배경은 평화로워 보이는 플로리다의 팜비치 해변이다. 아치볼드 맥널리는 30대 후반의 노총각으로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아버지가 운영하는 법률회사에서 조사원으로 일한다.
그러면서 애인이나 친구들과 어울려서 밥을 먹고 술을 마시며 매일 바다에 뛰어들어서 수영을 하기도 한다. 맥널리는 어찌보면 부모님에게 얹혀서 세상 편하게 살아가는 인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농담이란 걸 할줄 모르는 델러니와는 달리 맥널리는 위트와 유머가 넘친다. 한 마디로 진지함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살인현장을 보면서도 가벼움을 잃지 않는다. 진지하지 못하다고 해서 예일대학 법과에서 퇴학당했다고 스스로 말한다. 한 연주회에서 마스크만 쓰고 알몸으로 무대에 뛰어 올랐더니, 학교에서 나가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진지하지 못하다. 나는 자신이 진지하지 못하다는 사실에 대해서 조차도 진지하지 않다.'맥널리는 이렇게 생각하면서 스스로 주어진 인생을 즐기기로 작정한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평화로워 보이는 플로리다의 해변에서도 잔인한 살인사건은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맥널리는 그 사건에 말려들어간다.
가볍고 유쾌한 조사원 아치볼드 맥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