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진열장>겉표지
문학수첩
더글러스는 대학 졸업 후에 미국 자연사 박물관에서 일을 하며 정기적으로 박물학 관련 잡지에 칼럼을 기고하던 도중에 링컨을 만나게 되었다. 당시에 링컨은 한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근무하고 있었다. 이 두 명은 모두 박물관에 관심이 많았다.
어느날 밤 이들은 함께 미국 자연사 박물관에서 죽은 공룡들이 모여있는 방을 둘러보았다. 마침 링컨이 더글러스에게 박물관에 관한 이야기를 책으로 써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한 날이었다. 일반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박물관의 뒷이야기 또는 야사를 책으로 펴내보자는 이야기 였다.
날씨가 그다지 좋지 않은 날이었다. 밖에서는 무서운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고, 번개가 칠 때마다 고대의 티라노사우르스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포름알데히드의 냄새가 떠도는 방, 공룡의 뼈들로 가득찬 방이었다. 그때 링컨이 말했다.
"여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곳이야, 여길 배경으로 스릴러 소설을 써보자."한밤중에 수많은 동물의 뼈와 함께 있다보면 두려운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 이날 밤에 더글러스와 링컨은 함께 소설을 쓰기로 작정한 것이다. 더글러스가 몇 개의 장을 쓰면 링컨이 상당 부분 손을 보고 그 다음에 올 대략의 줄거리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일을 했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자신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 글을 썼다. 그리고 자신들의 글솜씨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능력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스스로 '무책임하게 글을 썼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무책임하게 쓴 글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들은 동시에 시리즈를 구상하면서 '여태까지 누구도 보지 못했던 형사'를 만들자고 생각했다. 물론 대부분의 탐정들은 '누구도 보지 못했던 인물'일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두 작가는 팬더개스트라는 FBI 특별요원을 만들어냈다. 창백한 피부에 금발머리를 가진, 항상 침착한 태도와 말투를 유지하는 인물이다. 동시에 많은 점들이 베일에 싸여 있다. 처음에 두 작가는 팬더개스트라는 성만 떠올렸을 뿐 이름은 생각하지도 않았다. 작가는 "그러다가 조금씩 팬더개스트가 우리 앞에 나타나게 되었다"라고 말한 바 있다.
팬더개스트가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작품은 2002년에 발표한 <살인자의 진열장>이다. 작품의 배경은 현대의 뉴욕. 맨해튼에 있는 건축현장의 지하터널에서 우연히 36구의 유골이 발견된다. 유골들은 모두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다.
칼로 베인 듯한 자국이 있고 어떤 뼈는 쪼개져 있다. 오래 전에 누군가가 시체를 토막내서 터널벽 안쪽에 쌓아놓은 것이다. 팬더개스트는 한 고고학자와 함께 현장에 도착해서 수사를 시작한다.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팬더개스트